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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은 MBC 'PD수첩'을 어떻게 망가뜨리려고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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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미디어

    국정원은 MBC 'PD수첩'을 어떻게 망가뜨리려고 했나

    [현장] 검찰 조사 다녀온 'PD수첩' 제작진 기자간담회

    PD저널리즘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이자 MBC의 간판 시사 프로그램이었던 MBC 'PD수첩' (사진='PD수첩' 홈페이지 캡처)
    "저도 처음엔 블랙리스트인 줄 알고 봤는데 KBS-MBC 양대 방송사를 어떻게 정권의 입맛에 맞게 사유화할까 하는 일종의 방송사유화 전략이었다. 경영진이 한 판단이 아니고 국정원이나 국정원 위의 사람이 판단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김장겸 사장이 '민주당 문건대로 가고 있는데 왜 그렇게 조급해요'라고 한 게 정말 경악스럽더라. 지난 7년 동안 국정원 문건대로 MBC를 장악했다. 어떻게 보면 지금도 작동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니까 충격적이었다."
    _ 이우환 MBC PD

    지난달 11일 국정원 개혁위원회(적폐청산 TF)는 총 82명의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퇴출 운동을 벌였다고 밝혔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배우, 가수, 방송인 등이 속한 명단이 먼저 밝혀진 덕에, 국정원 문건에는 '블랙리스트'라는 이름이 붙었다. 하지만 KBS-MBC에 개입하고자 했던 문건, 관건선거를 기획한 문건 등이 잇따라 터져나오면서 국정원의 큰 그림은 더 거대했다는 것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내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이하 MBC본부) 사무실에서 'PD수첩' 제작진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김환균 PD(언론노조 위원장), 최승호 PD(해직, 뉴스타파 재직), 이우환 PD, 정재홍 작가 등 'MBC 장악 사태'와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은 인물들이 참석했다.

    또한 이들은 국정원 문건이 결국 KBS-MBC 등 방송을 사유화하려는 전략이었다며, 검찰이 확보한 자료가 미비한 만큼 국정원은 관련 자료 일체를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국정원, 'PD수첩' 보도본부로 보내려 했다"


    왼쪽부터 MBC 'PD수첩' 이우환 PD, 김환균 PD, 최승호 PD(해직), 정재홍 작가 (사진=김수정 기자)
    국정원은 앞서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문건의 일부 내용만 발췌해 보도자료로 배포했다. 'PD수첩' 제작진은 검찰에서 보고 온 세부 내용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설명했다.

    대표적인 것이 'PD수첩'의 보도본부 이관이었다. 국정원 문건에는 "MBC 경영진과 협조해서 봄철 개편을 통해 드라마·예능제작본부 산하의 'PD수첩'을 보도본부 소속으로 이적"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PD저널리즘의 대명사로 불리는 프로그램을 보도본부로 옮겨 영향력을 약화시키려 했다는 것이 제작진의 설명이다.

    최승호 PD는 "드라마·예능제작본부라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지만, 2011년 3월 조직개편 당시 TV제작본부 산하에 있던 시사교양국('PD수첩' 소속 부서)이 편성제작본부로 옮겨진 건 맞다. 'PD수첩'만 보도본부에 옮기면 지나친 무리가 발생하니까 이렇게 된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당시 편성제작본부장은 현 백종문 부사장이었다. 최 PD는 "경영진이 백종문 씨에게 시사교양국을 맡긴 것은 '이곳을 망가뜨려버리겠다' 그런 마음가짐에서 나온 것이다. 백종문 씨는 'PD수첩' 출신이고, PD들 면면도 알고 있었고, '추적60분' 전례(KBS 김인규 사장도 대표적인 PD 제작 프로그램인 '추적60분'을 보도본부 밑으로 옮긴 바 있다)를 보고 효과가 있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 같다"고 전했다.

    ◇ 'PD수첩' 제작진에 "좌파 세력", "친북 좌파 성향" 낙인

    국정원이 'PD수첩'을 가장 경계하고 주의 깊게 지켜봤다는 증거는 또 있었다. 국정원 문건 세부 방안에는 'PD수첩' 전·현직 PD들의 실명과 함께 '좌파'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PD수첩은 김환균, 유현, 강지웅, 이승준, 오행운 등 좌편향 제작진 일색-좌파 세력의 해방구로 고착화", "'MBC스페셜' 'PD수첩' 출신(윤미현, 정성후, 조능희, 오동운, 오상광, 조준묵 등 PD수첩 제작 출신 친북 좌파 성향)"

    김환균 PD는 "검사가 '이 문건에서 쓰는 좌편향, 좌파라는 말이 무슨 뜻일까요'라고 묻더라. 문건에는 보도부문 국장급들까지 다 들어가 있었다"며 "새 정부에 순응하고 충성하려는 사람들로 MBC를 채워야겠다는 의도도 있었을 것 같다. 가장 쉬운 게 'PD수첩' 제작진 물갈이였다. 저부터 해서 PD수첩 모든 PD들이 다 좌편향으로 나와 있었다"고 밝혔다.

    이우환 PD는 "여기 나오는 단어들은 서북청년단이 사용할 것 같은 게 많았다. 좌파, 좌경화, 건전세력, 좌빨 등 국가공식문서에서는 도저히 쓸 수 없는 단어들로 도배가 돼 있다"며 "국민들이 선출한 국가권력이 우리를 간첩 보듯이 했다. 프레임을 잡고 때려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아니면 이렇게 묘사할 수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 포맷 변경, 사후 심의 강화, 작가 전원 해고까지

    지난달 26일 최승호 PD가 피해자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박종민 기자)
    'PD수첩'을 포함해 정부 비판 성향 프로그램에 대한 '힘빼기' 시도는 이밖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국정원 문건에 나타나 있던 '진행자, 프로그램 포맷, 명칭 변경으로 환골탈태', '사전 심의 절차 및 사후 제재 근거 명문화' 등이 차근차근 실현됐다.

    이 PD는 "2011년 3월 윤길용 (시사제작)국장이 오면서 제작진 교체와 진행자를 바꿨다. 그동안은 정보 전달력을 위해 전문 아나운서나 성우가 내레이션을 했다. 시청자들에게 잘 들려야 하고, 명확성도 있어야 하니까. 그런데 윤길용 국장과 김철진 부장이 PD들이 직접 내레이션했던 초창기 포맷으로 가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 PD는 "(제작진에게) 자괴감을 주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었겠지만, (담당 간부가) 프로그램 영향력을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갔다는 거다. 국정원 문건 보니 ('PD수첩'에) 메스 가할 수 있는 걸 구체적으로 정해줬더라. 윤길용-김철진은 내부 반발을 막아가며 (국정원 지침을) 충실히 이행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4대강 수심 6m의 비밀' 이후에 자기들의 통제 범위를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사내심의를 강화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MBC본부의 170일 파업 직후였던 2012년 7월 25일에 해고된 'PD수첩' 작가 6명 중 한 명인 정재홍 작가는 "(그 계획이) 2010년 3월 문건에 이미 나와 있었던 것"이라며 "정말 충격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당시 'PD수첩'에 생긴 팩트체커팀장이 강정마을, 한진중공업, 대북 경협 중단 등 민감한 아이템을 저지하는 데 쓰였다고도 설명했다.

    정 작가는 "한 번도 'PD수첩'을 안 해 본 사람이 와서 아이템을 가로막았다. 제주도 7대 자연경관 사기 의혹 아이템을 내놓으니 '정재홍 씨는 왜 정부가 잘 되는 걸 못 보느냐'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 "국정원, 참회하는 마음으로 모든 자료 내놔야"

    국정원은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10년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이라는 문건을 작성했다. (사진=자료사진)
    국정원은 프로그램 무력화뿐 아니라 민영화 추진 등 MBC의 체질 바꾸기까지 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조사를 받고 온 'PD수첩' 제작진에 따르면 '민영화 방안'은 '지방 계열사 광역화→매각 후 거기서 나오는 재원으로 정수장학회의 지분 30% 구입→우리사주조합+국민주로 MBC 민영화'라는 단계가 매우 구체적으로 설계돼 있었다. 국정원 문건에는 극우 성향으로 분류되는 공정방송노조로 하여금 '민영화 찬성' 여론을 내부 선전하라는 계획도 포함돼 있었다.

    이밖에 △외곽부서 신설로 좌파 PD·기자들 격리 배치 △오락·기술 부문은 조직 안정성 차원에서 인사 △국장책임제→본부장책임제 전환 등 국정원의 계획은 대부분 실행됐다.

    신사업개발센터,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 등 내부에서 '유배지'로 불리는 외곽부서들이 안광한 사장 시절 신설된 점, 김재철 사장 이후부터 현재까지 기술·예능 부문 노조원들에 대한 인사는 비교적 무리수를 두지 않는 선에서 이루어졌던 점 등을 살펴볼 때, 국정원 문건은 박근혜 정부 때까지 유효하게 실행돼 왔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정 작가는 "(국정원 문건)은 블랙리스트 문건이라고 소문났는데 그 차원이 아니라고 본다.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하며 좌파에 정권 뺏긴 게 언론 때문이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언론을 철저히 장악해야겠다는 발상에서 나온 범죄행위"라고 비판했다.

    최 PD는 국정원이 보다 적극적으로 관련자료를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검찰이 확보하고 있는 자료가 기대보다 너무 부실하다"며 "(국정원은) 과거 잘못 자백하고 참회하는 마음으로 자기네들이 갖고 있는 모든 자료들을 내놔야 되고 검찰은 국정원 압수수색해야 한다. 지금 수준으로는 상당히 부족하다"고 실망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이어, "(국정원 문건은) MBC 내부 공범자들과 만나 전략을 상세하게 논의하고 난 다음에 정부 차원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한다는 걸 정리한 것이다. 아마 틀림없이 개별접촉 보고서가 국정원 서버에 남아 있을 것이다. 그걸 꺼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지 않나. 이 정도 가지고 과연 방송적폐 청산이 가능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엄기영 사장 등 국정원 문건에 의해 피해를 입은 당시 MBC 고위관계자들이 적극적으로 '발언'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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