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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월급으로 예산 메우는데…복지관 관장은 호화 여행



사건/사고

    직원 월급으로 예산 메우는데…복지관 관장은 호화 여행

    여행 경비 일부 복지관 예산과 재단후원금으로…쌀 빼돌린다는 의혹도

    국가 예산이 지원되는 종합사회복지관에서 관장 등이 예산을 횡령하고 후원 물품을 빼돌린다는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지만 관리 감독 권한이 있는 지자체는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족한 예산은 후원금 개발이라는 명목 하에 직원들의 주머니까지 털어서 충당하는 상황이다.

    ◇ 복지관 예산으로 '호화 가족여행'…직접 쌀 훔쳐 나른다는 의혹도

    (사진=자료사진)

     

    서울 송파구의 A 복지관장은 기관 예산으로 가족여행을 떠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A 복지관의 '2016년 직원 해외연수' 결제 보고서에 따르면 관장과 부장 가족 5명은 여행을 떠나면서 '행복한 가정이 행복한 직장을 만든다'는 계획서를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계획서엔 쇼핑몰 투어, 오일 마사지, 다이빙 등의 일정이 짜여져 있어 직원 연수가 아닌 가족여행을 떠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연수 필요성을 주장하는 대목에선 '사회복지사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 2위를 차지했다'며 '스트레스 경감을 통해 재충전의 기회로 삼겠다'는 근거가 제시됐다.

    예산 400여만원 가운데 개인이 부담하는 15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250만원은 복지관 예산과 재단후원금으로 메워졌다.

    복지관 시설 운영과 지역주민의 복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데 사용돼야 할 공금들이 간부 가족들을 위해 사용된 것.

    A 복지관은 해당 내용을 비롯한 횡령 건으로 권익위 조사를 받고 있으며 현재 혐의의 상당부분이 인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의 B 복지관에서도 관장이 후원물품인 쌀을 주기적으로 빼돌렸다는 내부직원의 폭로가 나왔다.

    사회복지사 C 씨는 복지관의 후원물품 장부를 관리하면서 매달 쌀 두 포대씩 불우이웃에 기부한 것으로 부정처리해왔다고 밝혔다.

    C 씨는 "관장이 직접 쌀을 빼돌린다는 말들은 공공연한 사실이다"며 "전임자로부터 처음 업무를 넘겨 받을 때부터 장부를 조작해야 한다는 교육을 받았다"고 한숨 쉬며 말했다.

    ◇ 월급 털어 예산 메우는 직원들…"자괴감에 일 그만두고 싶어"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새 나가는 복지관 예산 때문에 직원들은 부족분을 메우기 위한 부담을 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일부 복지관 직원들은 자비로 후원금을 충당하라는 강요를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후원자가 자발적으로 모급해야 하는 CMS 후원금이 각 직원들에게 할당되고, 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직원들 월급으로 메워야 한다는 게 내부 직원들의 증언이다.

    B 복지관의 내부자료를 보면 매달 적게는 만원부터 많게는 3만원까지 직원들이 직접 CMS 후원금을 이체한 내역이 나와있다.

    B 복지관에서 일했던 C 씨는 "친구들이나 가족에게 손 빌리기 싫어 그냥 내 월급에서 충당해야 했다"며 "매달 돈을 내야할 때마다 자괴감이 들고 무력하다"고 한숨 쉬며 말했다.

    A 복지관에서 2년 일한 한 직원 D 씨도 매달 10만원의 할당량을 채워야 했다.

    D 씨는 "매달 고정적인 10만원의 후원자를 개발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며 "친구들이나 가족들을 총동원해 후원금을 내고 있지만 그마저도 부족하면 사비를 털 수밖에 없다"고 한탄했다.

    이밖에도 복지금 후원금 마련을 위한 바자회 등이 열릴 때면 직원들은 판매해야 하는 티켓들이 할당됐다.

    직원들은 직급에 따라 5만원에서 많게는 10만원까지 판매해야 했고, 이를 채우지 못하면 자비로 구매하도록 압박을 받았다.

    ◇ 있으나 마나한 공익이사제…"그 나물에 그 밥"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복지관의 내부 부패를 막기 위해 지자체에선 매년 지도점검을 시행하지만 내부 부패 정황을 파악하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각각 A 복지관과 B 복지관의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송파구청과 인천동구청은 관장의 횡령이나 후원금 강제와 관련해 전혀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자체 일선 직원은 복지관의 운영 구조상 관리감독에 어려움이 있다고 고백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자체가 운영을 위탁하지 않고 법인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경우 들여다보기도 쉽지 않다"며 "지적을 해도 말을 듣지 않기도 해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털어놨다.

    또 공익이사제를 도입해 지자체가 추천하는 외부 인사가 사회복지관을 운영하는 법인이사의 1/3을 차지하도록 규정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에서 추천하는 외부이사들의 인재풀이 적어 사실상 '공익'의 역할을 못한다고 지적한다.

    연세대학교 최재성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자체가 추천하는 사회복지 전문가가 적다보니 현실적으로 임명되는 공익이사 중에 전문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고 진단했다.

    사회복지연대 박민성 사무총장도 "전문가의 인재풀이 적다보니 학연‧지연이 다 연결됐다고 볼 수 있다"며 "사실상 견제의 역할을 할 수 없는 그나물의 그밥인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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