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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는 꼴도 보기 싫어"…최악의 추석맞는 과수농가



사회 일반

    "복숭아는 꼴도 보기 싫어"…최악의 추석맞는 과수농가

    봄 가뭄·여름 폭우 '직격탄'… 사과, 배, 복숭아 상품가치·가격 떨어져

    지난 8일 찾은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 소재 이모(46)씨의 복숭아 농장. 이씨가 여름철 비 피해로 낙과한 복숭아를 줍고 있다. (사진=신병근 기자)

     

    "복숭아는 정말 꼴도 보기 싫다. 오늘도 따 왔는데 거의 다 파치(못 쓰게 된 과일)다, 파치."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에서 귀농해 10년 째 복숭아와 배를 키우는 농부 이모(46)씨가 지난 8일 땅에 떨어진 복숭아를 주우며 답답한 마음을 털어놨다.

    올해 추석은 예년에 비해 한달 가량 늦어 황도 복숭아의 출하시기를 맞출 수 없는데다 작황이 역대 최악이라며 이씨는 연신 담배를 피웠다.

    9천900㎡ 면적에 250주 복숭아를 재배중인 이씨는 지난 7~8월 지속된 비로 20% 이상 낙과 피해를 봤고, 그나마 살아남은 복숭아도 거의 다 습기가 차 얼룩이 진 곰팡이 피해를 입은 상태였다.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 소재 한 복숭아 농장. 추석을 앞두고 한창 분주해야 농장에 여름철 비 피해로 낙과한 복숭아들이 가득하다. (사진=신병근 기자)

     

    이씨는 복숭아 농사로 '마이너스'를 본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고 토로했다.

    이씨는 지난해 9톤 가량 복숭아를 수확해 3천여만 원 소득을 올렸지만 올해는 인건비, 농약, 전대 등 각종 비용을 제외하면 1천여만 원 손해를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일한 만큼 수익이 돼야 하는데 마이너스가 나오니까 올해가 최악은 최악"이라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 씨알 굵은 배 찾아볼 수 없어…추석 성수기 가격도 하락

    이씨는 복숭아와 함께 1만3천여㎡ 밭에서 560주 배를 키우고 있지만 봄 가뭄에 이은 여름철 지속된 호우로 배 피해 역시 크다고 전했다.

    이맘때면 배를 싸고 있는 착색지가 터질 만큼 배들이 영글어 있어야 하지만, 이씨의 밭에서 상품으로 나갈만큼 씨알 굵은 배는 찾아 볼 수 없었다.

    이씨는 착색지 몇 장을 까서 배 크기를 확인시켜 줬지만 모두 주먹만한 작은 배들 뿐이었다.

    지난 8일 찾은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 소재 이모(46)씨의 배 농장. 이씨가 봄철 가뭄과 여름철 비 피해로 여물지 못한 주먹 크기의 배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신병근 기자)

     

    이씨가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출하한 배는 5톤 가량으로 1,600여만 원의 수익을 봤으나 올해는 2톤도 나가기 빠듯한 실정이다.

    그는 "명절 때는 큰 과일을 찾는데 지금 큰 과(果)가 나오는 비율이…. 지금 정도면 크기가 커야하는데, 20일 넘어 따 작업해놔야 파는 것"이라며 "그때까지 커봤자 (상품이) 얼마 나오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상품성이 떨어지다 보니 추석 성수기 배 가격도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추석 성수기 배의 평균 도매가격은 지난해 7.5㎏ 상품 기준 2만3천800원에 비해 올해는 2만~2만3천 원 수준으로 하락할 전망이다.

    ◇ "내 몸 같은 나무들이 죽어가"…사과는 '고사'에 당도도 떨어져

    이천시 대월면에서 25년째 사과 농사를 짓고 있는 박모(64)씨의 밭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예년이면 주렁주렁 사과가 열려 있어야 할 밭에 갈색으로 색이 바랜 채 죽어 있는 나무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경기도 이천시 대월면 박모(64)씨의 사과 농장. 여름철 잦은 비와 '탄저병' 등 병해충 피해를 입은 사과나무들이 색이 바랜 채 시들어 죽어있다. (사진=신병근 기자)

     

    빨갛게 익은 사과라도 울퉁불퉁한 것들이 상당수로, 벌레가 즙을 파먹는 등 폐기 처분되는 사과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6만6천㎡ 규모의 사과밭에서 3천200주 사과를 키우고 있는 이씨는 추석을 앞두고 출하용 홍로 사과가 치명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여름철 잦은 비로 햇빛을 보지 못해 사과나무들이 생육에 지장을 받고, 고온다습한 기후가 지속돼 '탄저병'과 같은 병해충이 생겨 박씨의 밭에서는 올해 처음 50여주의 나무들이 고사(枯死)했다.

    지난해 90톤 사과를 수확해 2억5천만 원의 수익을 올린 박씨는 올해는 70톤도 수확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실망했다.

    경기도 이천시 대월면 박모(64)씨의 사과 농장에서 박씨가 여름철 호우와 '탄저병' 등 병해충 피해를 입어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사과를 솎아내고 있다. (사진=신병근 기자)

     

    박씨는 "지금까지 이런 일이 없다가 올해 이러니까…. (나무들이 큰 지) 7~8년 돼 소득을 올릴만한 상태에서 죽어버리니까 내 속은 말할 수 없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전염성이 있는 탄저병의 피해가 확산돼 상품용 홍로 사과의 당도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예년 이맘때 홍로 사과의 당도는 15~16브릭스(brix)에 달해야 하나 현재 박씨의 농장 사과들의 당도는 13~14브릭스에 불과하다.

    그는 "당도가 떨어지니까 소비자들이 먹었을 때 맛있는 과일이 돼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니) 그게 걱정 스럽다"고 밝혔다.

    경기도농업기술원 관계자는 "(올해 생산된 과일들의) 품질이 안 좋다"며 "둥근 걸 생산해야 하는데 기상이 안 좋고 생리장애가 나서 울퉁불퉁한 것이 많이 나올 수 있다. 그러면 가격도, (농가)소득도 떨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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