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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입장 바꾸기'로 위기 자초…인사·안보 덫에 빠진 文



대통령실

    사드 '입장 바꾸기'로 위기 자초…인사·안보 덫에 빠진 文

    불가피성 감안하더라도 설득 노력 미흡…중국·러시아 레버리지도 상실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자료사진)

     

    새 정부 출범 125일을 맞아 문재인 정부가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와 6차 핵실험 등 외부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지만, 사드 배치 과정에서 돌출된 '말 바꾸기' 논란 때문에 사실상 처음으로 지지층으로부터도 강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 주변국에 대한 설득이 부족한 채 사드 배치를 밀어붙임으로써 대(對)중국·러시아 레버리지(지렛대)를 상실했다는 점도 향후 외교정책의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임시배치된 사드 포대 (사진=자료사진)

     

    사드 잔여 발사대 4기가 성주 기지에 긴급 배치된 다음날인 지난 8일 개신교·원불교·천도교·가톨릭 등으로 구성된 종교평화연대는 성주군 소성리에서 '긴급합동기도회'를 열고 사드배치 철회와 문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박근혜 정부의 사드배치 책임을 물어야하는 국민 대통령이 적폐로 쫓겨난 정부와 똑같은 짓을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청와대는 그동안 사드배치에 반대하는 성주 군민들과 시민단체들을 꾸준히 접촉하면서 사드배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지만, 막상 문 대통령의 러시아 순방 기간에 이렇다할 사전 설명없이 성주기지 진입작전을 강행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사드배치의 민주적 정당성·절차적 투명성을 강조하면서 환경영향평가와 국회비준 동의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정작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만을 토대로 엄중한 안보상황을 강조하며 사드배치를 밀어붙였다.

    지난 8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사실 국회동의나 비준은 국회쪽에서 요청이 있어야 하는데 야3당에서는 사드배치를 빨리하라는 게 공식 입장이어서 국회동의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다소 군색한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

    주말을 앞둔 금요일 밤 늦게 나온 A4용지 한 장짜리 대통령 입장문도 사드 배치 말 바꾸기에 대한 진심어린 입장이라기에는 내용이나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취임 직후 직접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찾아 비정규직 문제 해법을 모색하고, 초등학교를 방문해 노후원전 일시가동 중단을 선언하고, 5·18 희생자 가족을 안아주고,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상처를 어루만졌던 진정성이 이번 사드배치 과정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적어도 사드 추가 배치 직전에라도 대통령의 진정성 있는 입장문이 나왔더라면 성주 주민들과 일부 지지층의 실망은 반감됐겠지만, 작전을 지휘하는 국방부와 경찰은 사드배치 반대 시민단체들의 성주 결집을 우려해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문제는 향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반도 당사자로서의 외교적 입지도 크게 위축됐다는 점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하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자료사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 6일 블라디보스톡에서 열린 한러 정상회담에서 "감정적으로 북한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면 안된다"며 한국 정부의 대북 원유공급 중단을 요청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순방에 동행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북 압박 수위에 대한 한·러간 의견차는 예전부터 있었고, 우리 정부의 입장을 다시 한 번 강조한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 대북 제재 결의안 도출을 앞두고 러시아의 반대를 재삼 확인했다는 의미 외에 이렇다 할 성과는 없었다.

    또 북한의 6차 핵실험 감행 일주일이 넘도록 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의 전화통화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히려 향후 북핵 위기 해법을 놓고 한·미·일 대 북·중·러 신(新)냉전체제가 고착화되면서, 한반도 당사자로서 균형자 역할을 해야 할 한국 정부가 미국과 일본 중심의 대북 압박정책에 너무 깊숙히 관여해 조정자 지위조차 상실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기에 한반도 사드배치를 미국의 대(對)중국 포위정책으로 간주하는 중국에 대해서도 충분한 사전 설명없이 북한 미사일에 대한 대응 차원이라고만 언급함으로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중국 뒤통수 치기'를 재연했다는 비판도 감수해야할 처지에 몰렸다.

    앞서 지난달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가 사드배치 결정에 앞서 중국에 충분한 설명을 했더라면 상황이 이 정도까지 악화되지는 않았을 텐데 안타깝다"고 말했지만, 정작 배치 결정과 실제 배치에서만 차이가 있을 뿐 새 정부의 외교정책이 비슷한 전철을 밟았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물론 반론도 만만찮다.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 대통령이라고 100% 다 잘할 수는 없다. 다만 대통령을 그동안 신뢰해 왔다면 지금 왜 저런 행보를 할까? 한번만 더 생각해봐 주시길 부탁드린다"는 글을 올렸다.

    북한이 실제로 핵보유국 직전 단계에 다달았고, 향후 북미대화 과정에서 한반도 상황이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대북 억지력 확보를 위해 사드를 배치하고 미 정찰자산 획득을 추진하는 게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할 수 밖에 없는 한국 대통령의 몸부림이라는 글도 소개했다.

    특히 한국군의 대북 억지력과 관련해 손바닥 안을 훑어보듯 하는 미국이 사드배치 압력을 가하는 상황에서 자존심만 세우고 있을 수만은 없는 문 대통령의 고심을 읽어야 한다는 옹호적 시각도 견지했다.

    하지만 새 정부 초기 문 대통령이 "국민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현안에 대해서는 직접 브리핑을 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사드배치 불가피성에 대한 솔직하고 진정어린 입장 표명과 이해를 구하는 절차가 선행돼야 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나 새 정부 첫 내각 마지막 국무위원으로 지명된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후보자의 정체성 문제와 거짓해명 의혹이 추가되면서, 청와대 검증 시스템에 대한 재정비 필요성이 제기되는 등 외교안보뿐 아니라 인사문제에도 발목이 잡혀 있는 상황이다.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당장 11일 박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리는 데다, 자유한국당은 의사일정 거부를 풀고 정기국회에 복귀해 4일간 예정된 정치·외교안보통일·경제·교육문화 분야에 대한 대정부 질의를 잔뜩 벼르고 있다.

    결국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예정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사드배치 불가피성을 다시 한 번 언급하며 국민들의 양해를 구할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 일련의 안보 관련 행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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