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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로남불' 동거…"남친이 사기당한 기분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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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로남불' 동거…"남친이 사기당한 기분이래요"

    (사진='까칠남녀' 방송 화면 갈무리)

     

    "너무 억울하고 분합니다. 저는 스물여덟 살 직장인 여자인데요. 한 살 많은 남자친구와 상견례까지 마치고 결혼 준비를 하던 중이었습니다. 제가 스무 살 때 전 남자친구와 4년 정도 동거한 적이 있었거든요. 지금 예비 신랑에게는 (동거 경험을) 말하지 않았고요. 그런데 얼마 전 남자친구와 밥을 먹다가 제가 그만 말 실수로 '이거 옛날에 전 남친이랑 같이 살 때 많이 해 먹었었는데'라고 얘기한 겁니다. 남자친구 표정이 순식간에 굳더니 '뭐라고? 같이 살 때?' '전 남친이랑 같이 살았다고?' 하면서 쏘아붙이더군요. 아차 싶었지만 솔직하게 얘기했습니다. 그러자 남자친구는 불같이 화를 냈고, '사기당한 기분'이라고 파혼을 요구했습니다. 저는 울며불며 바짓가랑이까지 잡고 매달렸지만 소용 없었습니다. 너무 속상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냥 (동거 경험을) 말하지 않은 것뿐인데, 이게 사기이고 속인 겁니까?"

    지난 4일 밤 방송된, '결혼 인턴을 모집합니다'라는 주제로 동거에 대한 인식을 다룬 EBS 1TV 젠더 토크쇼 '까칠남녀'에서 소개된 사연이다.

    이 사연을 들은 기생충박사 서민은 "이해가 안 되는 것이, 어쨌든 결혼을 결심한 사이잖나"라며 "중요한 것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이고 미래인데 왜 이렇게 과거가 발목을 잡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사회자 박미선은 "(사연을 보낸) 주인공이 여자분이잖나. 남자가 동거를 했다고 고백해도 이러한 일이 생길까?"라고 물었다. 이에 작가 은하선은 "전혀, 전혀 안 생긴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영화감독 봉만대는 "남자도 숨기려는 이야기들이 많다. 오히려 여성들보다 남성들이 문란한 생활을 더 많이 했을 수 있으니까"라며 "그런 면에서 보면 남자들이 더 이야기를 안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방송에 특별 게스트로 출연한 원로배우 전원주는 "동거 경험이 알려져도 남자는 큰 흉이 안 된다. 하지만 여자는 동거했다고 하면 큰 상처가 생기고, 낙인이 찍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문화평론가 손희정은 "(전원주) 선생님이 말씀하신 저 현실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 밖에는 안 든다"며 사회·경제적 조건에 따른 가족공동체의 변화 흐름을 이해하려 들지 않는 기성세대의 인식을 에둘러 비판했다.

    특히 빅데이터 전문가 정영진은 "결혼에 비해서 (동거의) 단점을 조금 말씀드리면, 결혼은 이른바 주택을 사는 것이라고 본다면 동거는 월세 들어가는 개념"이라며 "집을 샀을 때는 내 집이라는 생각에 인테리어도 열심히 하게 되지만, 월세를 살게 되면 1년 살다가 나갈 집이라고 생각하기 쉽다"고 주장했다.

    결국 "결혼보다는 동거가 서로를 덜 소중하게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정영진의 생각이다.

    이에 작가 은하선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전혀 그렇지 않다. (사랑하는 사람과) 처음으로 생활을 나누며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절대로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 "동거, 결혼 외 삶의 방식으로 존중받는 날 올 것"

    박미선은 "동거가 하나의 주거 형태이자, 나아가 가족 형태로 자리를 잡아가면서 혼인신고처럼 동거신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고 전했고, 은하선은 아래와 같이 부연했다.

    "'생활동반자법'(결혼이 아닌 형태로 사는 사람들도 법적인 보호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법안)이라는 것이다.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자기가 누구와 살까를 결정하고, 같이 살면서 법적으로 어떠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법안이다."

    은하선은 "이 생활동반자법이라는 것이 1999년에 프랑스에서 도입된 팍스(PACS·성인 남녀 또는 동성 커플간의 시민결합제도, 동거 중인 커플에게 결혼과 같은 합법적인 권리를 부여하는 시스템)가 처음으로 생겼다. 사실상 결혼제도가 너무나 무겁고, 내가 누구와 살지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결혼 외에 다른 방식으로도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졸혼' '결혼인턴제'(동거) 등 여러 흐름이 나왔다는 것 자체는 결혼 제도가 붕괴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며 "동거라는 것이 결혼의 대안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형태를 띤 삶의 방식으로서 존중받는 날도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앞서 이날 방송에서 문화평론가 손희정은 "실제로 한국 사회에서는 (기성세대의 전근대적인) 사고 방식을 바탕에 두고 법적으로 결혼한 커플에게만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하고, 그렇지 않은 커플은 배제해서 차별받도록 한다"며 "이러한 현실에서 동거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새로운 시민 결합들을 상상해 보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동거는 쉽게 만났다가 쉽게 헤어지는 형식이 아니다. 왜냐하면 경제 관념이 섞여야 하고 다양한 관계들이 섞이게 되기 때문이다. 동거를 결정하는 것도 굉장히 신중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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