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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건물주 '부동산 갑질'…화해조서가 뭐길래



사회 일반

    끊이지 않는 건물주 '부동산 갑질'…화해조서가 뭐길래

    제소전 화해조서 임차인 대상 갑질 도구로 변질…법적 보완필요

    갈등을 미연에 방지하자는 취지의 '제소전 화해조서'가 건물주에게 악용돼 '갑질 조서'로 활용되고 있다.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운 임대 세입자에게 불리한 조항이 계약 상 효력을 발휘하다 보니 제도적 구제책도 전무한 실정이다.

    ◇ 멀쩡한 최신 시설 "원상복구 해라"

    위 사진은 아래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4년 동안 강동구에서 탁구장을 운영해오던 김모(41) 씨는 지난해 말 건물주로부터 황당한 갑질을 당했다. 임대 계약이 끝나자 건물주가 '시설변경'에 해당한다며 김 씨에게 모든 시설을 원상복구하라고 요구한 것.

    해당 건물 관리사무소가 김 씨에게 원상복구하라고 요구한 것들은 남들은 하지 못해 안달인 최신식 편의시설들이었다.

    김 씨는 지난 2012년부터 천장에 다는 최신식 시스템 에어컨을 1500만원 들여 설치했다. 또 운동 편의를 위해 천장엔 LED 조명, 목욕탕엔 온수 보일러와 장애인 샤워시설을 설치하는 등 1억원 가까운 돈을 들였다. 화재를 막는 방화문까지 설치했다.

    설비들은 애초부터 탁구장이었던 곳을 임대해 김 씨가 지역의 큰 스포츠 행사를 유치하면서 고객을 위해 직접 설치한 것들이었다. 모두 수준을 높이는 조치였을 뿐 가치를 낮추거나 기존 공간의 성격을 바꾸는 작업들이 아니었다. 게다가 김 씨가 나간뒤 설비들을 그대로 활용해 다시 탁구장이 운영되고 있는 상태다.

    ◇ 화해조서, 판결과 같은 효력에 제동장치 없어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김씨의 항의에 건물주가 내놓은 것은 '시설변경을 하면 무조건 원상복구를 하고, 못할 시 지체보상금과 원상복구비용을 물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긴 화해조서.

    화해조서는 임대계약 체결시 갈등해결의 원칙을 정하자며 작성했던 것이었지만, 이 계약에 발목잡힌 김씨는 민사 재판에서도 지고 결국 보증금 8000만원도 받지 못했다.

    송파구에서 술집을 운영하고 있는 안모 씨(44) 역시 재계약 과정에서 새 건물주로부터 불리한 내용의 화해조서 작성을 강요받았다. "재건축을 할테니 공사가 끝나는 1년 뒤 다시 입주하라"는 게 골자였다.

    안 씨는 "건물주 측 관계자가 '재건축에 들어가면 자신들이 보호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고 우리는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며 고압적인 태도로 제소전 화해조서 작성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문자 그대로 재판에 가기 전 화해를 하는 문서를 말하는 '제소전 화해조서'가 건물주의 부동산 갑질에 남용되고 있다. 당초 취지는 계약 당사자가 갈등 해결의 원칙을 정해 문제를 빨리 해결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임차인과 임대 세입자 사이에서 화해조서가 불평등하게 활용되면서, 당초 취지는 무색해진지 오래다. 특히 재계약 시점에서 건물주가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을 담아 화해조서를 요구하면, 임대 세입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화해조서가 민법 220조에 따라 판결과 같은 효력을 발생시키는 만큼, 임대 세입자는 억울한 상황에 놓여도 구제받을 장치가 마땅치 않다. 화해조서에 주로 등장하는 '시설변경'의 경우 최신식 설비로 바꾸든 시설을 파손하든 모두에 해당하기 때문에 역시 갑질의 도구로 활용된다.

    ◇ 상인들 "울며겨자 먹기로 받아들여야"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탁구장을 운영하는 김 씨의 경우도, 불리한 화해조서를 서명한 시점이 지난 2014년 재계약 때다. 당시 메르스 때문에 탁구장이 적자가 나 임대료가 밀려 있었고, 화해조서 작성이 재계약의 조건이었던 만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전승렬 '맘 편히 장사하고픈 상인 모임' 위원장은 임대 세입자에게 불리한 화해조서 작성이 관행이 됐다고 지적한다. 그는 "계약 종료 쯤 법에 대해 잘 모르는 상인에게 제소전 화해조서 쓰자고 한다"며 "우월한 위치의 건물주가 화해조서를 요구하면 임차인들은 화해조서가 억울하지만, 당장 쫓아낸단 말에 울며겨자먹기로 제소전 화해조서에 임한다"고 설명했다.

    현재로썬 임대 세입자가 화해조서 작성시 불합리한 조항이 있는지 사전에 꼼꼼히 보는 수밖에 없다. 김영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재판에 가도 질 확률이 높기 때문에 화해조서나 계약서를 체결할 때 원상복구 조항 등을 수정하거나, 변호사를 대동해야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갑질의 도구로 변질된 화해조서가 현행 임대차 보호법마저 무력화시킬 여지가 있는 만큼 법적 보완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김 변호사는 "법원이 화해조서도 임대차 보호법의 취지로 해석을 하거나, 그렇게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NEWS: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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