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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은 식약처 소세지는 농식품부…이권 앞에선 밥그릇 싸움



경제 일반

    햄은 식약처 소세지는 농식품부…이권 앞에선 밥그릇 싸움

    엉성한 체계가 비효율과 혼선 부채질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여실히 드러난 부처 간의 난맥상에 식품 안전 관리의 일원화 요구가 거세진 가운데 해당 부처들의 눈치보기 작전도 치열하다.

    "자료가 식약처에 갔으니 신속히 처리하도록 협의하겠다", "농식품부의 전수조사 결과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위해평가 결과를 발표할 수 없다"

    식품생산을 관장하는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안전을 맡고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비공개 백브리핑은 물론 공식브리핑에서도 취재진의 질문에 상대 부처에 책임을 떠넘기는 답변을 반복했다.

    이러한 책임 떠넘기기는 고스란히 살충제 계란 대응체제 곳곳에 구멍을 남겼다.

    실제로 소비자들이 '살충제 계란'을 피하기 위해 가장 궁금해했던 부적합 농장의 이름과 난각번호를 놓고 정부 공식보도자료에는 수차례 오타가 거듭됐다.

    15일 첫 발표 이후 난각코드만 4번, 농장이름 등을 합치면 정부는 스스로 발표한 보도자료에서만 약 20번에 가까운 오타를 뒤늦게 바로잡았다. 소비자는 물론, 엉뚱한 농장에 피해를 끼칠 수 있는 중대한 '실수'였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측은 "난각번호는 식약처에서 계란에 붙여서 유통할 때에 관리하는 것으로, 그 자료는 식약처에서 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책임을 떠넘기자, 식약처는 "농식품부에서 처음 적발하고 현장에서 기록할 때 오차가 있었고, 저희가 추적조사를 나가서 현물을 확인했다"고 맞받아쳤다.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이에 앞서 이미 지난 4~5월 농식품부가 국내 3개 농장의 달걀에서 비펜트린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하고, 이달 초부터는 살충제 잔류 여부에 대해 검사를 진행했는데도 류영진 식약처장은 "국내산 달걀은 전혀 문제가 없다"는 황당한 말까지 내뱉었다.

    이러한 혼란은 2013년 박근혜 정부 들어 농장의 농축산물 생산은 농식품부가, 유통 및 판매 단계는 식약처가 관리하는 방식으로 이원화되면서부터 이미 예고됐던 일이다.

    2004년 '불량만두' 파동과 이듬해 '기생충 알 김치' 파동으로 참여정부 시절부터 식품 안전관리 업무의 일원화 논의가 불거졌지만, 당시 농식품부와 보건복지부가 업무 영역을 놓고 벌인 알력다툼으로 이명박 정부 시절까지도 일원화에 실패했다.

    당시 농식품부와 복지부 산하 식약청(현 식약처)가 안전관리 업무를 주도했지만 식품 유형이나 재료 함량에 따라, 혹은 생산~판매 단계에 따라 관할이 복잡하게 나뉘었다.

    햄이나 아이스크림, 분유는 농식품부가 담당하는 반면, 소세지나 빙과류, 이유식은 식약청이 맡는 식이어서 소비자는 물론 생산업체들조차 정부 정책에 대응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이에 대해 박근혜 정부는 인수위원회 단계에서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발표하고 식약처로 관리업무를 몰아서 맡겼지만, 이는 역설적이게도 관리체계를 더욱 조각낸 결정이 되고 말았다.

    정작 식약처가 실제 현장에서 축산물 안전관리를 하기 위한 검사조직과 인력을 챙기지 못하면서 단순히 안전정책 수립기능에만 머물러 안전관리의 사각지대가 생겨난 것이다.

    실제로 이번 '살충제 계란' 전수조사에서도 식약처가 부적합 제품을 거의 찾아내지 못한 채 관리·감독 업무를 지자체에 위임했다. 이 때 일부 지자체는 시약부족을 이유로 검사항목 27개 성분 중 일부만 검사했고, 결국 지난 17일 전수조사가 완료된 뒤에도 420개 농장에 대해 재검사가 이뤄져 3개 농장이 적합에서 부적합으로 판정 결과가 바뀌었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도 일원화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21일 열린 국회 제2차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이번 살충제 계란 파문이 마무리되고 나면 축산업 전반에 걸친 개선을 포함해서 축산물 위생·검역 업무 일원화에 대해 중장기적으로 정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일원화 필요성에 대해서는 두 부처 모두 이론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일원화된 감독체계를 누가 맡느냐로, 이를 놓고 두 부처 간의 샅바싸움이 치열하다.

    일단 일원화 논의의 무게는 농식품부 측으로 기울고 있다. 비료·농약관리와 축산물 검역·검사·위생관리 등을 관리하기에는 식약처의 전문성과 경험이 부족하고, 자칫 농식품산업 육성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당장 '살충제 계란' 사태 대응체계가 농장 단계에서의 전수조사에서 힘을 얻으면서 식품 안전은 생산 단계부터 관리해야 효율적이라는 논리가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식약처 측은 미국처럼 식품 규제 기능과 농·수·축산업 진흥 기능을 분리해 투명성을 높여야 '농피아(농식품부 관계기관 출신+마피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당장 '살충제 계란'이 발생한 농장 상당수가 농식품부 산하기관 출신 관료들이 낙하산 취업한 인증기관으로부터 '친환경 인증'을 받았던 점을 고려하면 차라리 식약처에 관리 인력을 늘려서 단속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허덕 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박근혜 정부 시절 별다른 준비 없이 식약처로 일감을 몰면서 일원화한 바람에 혼란이 일어났다"고 지적하고 "부처 간 장벽으로 협조가 이뤄지지 않는 현실을 감안하면 어떻게든 일원화를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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