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민주당의 혁신기구인 정당발전위원회(정발위) 구성을 둘러싸고 추미애 대표와 친문계 의원간 대립이 악화일로에 있다.
21일 추미애 대표는 전날 친문계 의원들과 SNS 공방을 벌인데 이어 이날 몇몇 기자들과 가진 오찬에서 공천권을 시도당 위원장에 줄 수 없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추 대표는 “김상곤 혁신안은 중앙당의 패권을 개선하려고 만든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중앙당의 패권을 시도당에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라며 “중앙당이 시도당의 권한을 회수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견제와 균형이 가능하게 고민해달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시도당 위원장에 부여된 공천권을 손보겠다는 뜻을 숨기지 않은 것으로 보여진다.
반면 친문계 의원들은 ‘문재인 대표 시절 만든 혁신안’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날 홍영표·전해철·황희 의원 등 친문 핵심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SNS를 통해 추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데 이어 이날은 추 대표에 반대하는 의원들의 의견을 모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발위를 놓고 일어나는 갈등의 본질은 지방선거 공천권을 누가 행사하는지로 귀결된다.
문재인 대표 시절 만든 ‘김상곤 혁신안’에는 각 지역의 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 의원의 공천권을 시도당 위원회에 이양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추 대표의 정발위 구성 배경에는 시도당에 부여한 공천권위 시도당 위원장의 ‘줄세우기’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추 대표는 앞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방선거 1년 전에 지방선거 관련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또 시·도당 아래 선출직 공직자를 평가하는 기구를 두어야 한다는 것도 혹여 1년 전부터 출마를 준비하는 시·도당 위원장 본인의 ‘줄세우기’ 도구로 이 규정이 남용될 소지가 있다면 이를 방지할 시스템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추 대표는 친문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 내 반발이 강하게 일자 이날 ‘국정비전과 국정과제 전국 순회 설명회’에서 전날 문 대통령의 취임 100일 대국민 보고대회를 언급하며 “(문 대통령과 같이)저도 당대표 선거 공약으로 국민이 바라는 직접 민주주의 요소를 민주당에 정착시키겠다고 했다. 소통방식 강화, 스마트 정당으로 탈바꿈, 당원권을 강화해 역동적으로 선순환되는 그런 정당을 만들려는 취지”라고 주장했다.
전날 문 대통령의 생각과 추 대표가 추진하는 정당발전위원회의 혁신 방안이 일치한다는 점을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추 대표가 문 대통령을 앞세워 정면돌파에 나서는 모습이지만 친문계 의원들의 반발은 격화하는 양상이다. 문재인 대표 시절 당대표직까지 걸고 만든 김상곤 혁식안을 지방선거에서 적용도 해보지 않은 채 바꾸자는 추 대표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김상곤 위원장 혁신위에 참여했던 당 내 한 인사는 “그때 지방 분권 정당을 표방하면서 시‧도당에 광역 단체장을 제외하고 공천권을 이양한 취지는 지방 분권을 선도해온 당으로서 실제 실천을 함으로써 국민지지를 획득하자는 것이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한 번도 해보지도 않고 섣부르게 바꾸겠다는 건 혁신안에 대한 부정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공천권을 중앙당에 부활해서 일부 공천 받으려는 사람들이 눈치보고 줄을 서고 하게 되면 이건 당을 거꾸로 돌리는 것이다”라며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추 대표가 주장하는 혁신안에 반대하는 의원들은 '지방선거 1년 전에 공천 규정을 확정 지어야 한다'는 당헌 당규조항을 위반한 점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당 내 한 중진 의원은 “당 대표가 당헌 당규를 위반한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데 대해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의원들을 만나서 여러 얘기를 들어보고 의견을 모아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추 대표가 정발위 강행 의지를 시사하면서 당 내 주도권 다툼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당 내 또 다른 중진 의원은 “아마 곧 (반발)움직임이 있을 것이다. 봉합하기 어려워 보인다”라며 갈등의 골이 깊은 상황임을 설명했다.
추 대표와 친문계 의원간 갈등이 봉합되지 않을 경우 25일 예정된 워크숍에서 충돌할 수 있다.
당내 화합이 뒷받침 돼야 하는 정권 초반 집권 여당 내 주도권 싸움이 문재인 정부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