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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년 한일강제병합과 1924년 '짝퉁' 덕종어보



사건/사고

    1910년 한일강제병합과 1924년 '짝퉁' 덕종어보

    일제 꼭두각시 조선 왕실에 집착하는 문화재청의 역사인식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제72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광복절 경축사에서 "2년 후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라고 밝혔다. 전날 독립유공자 및 가족 등을 청와대에 초청한 자리에서도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

    또 "1919년 3월 전 민족적 항일독립운동을 거쳐 이 선언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하는 기반이 됐다"며 "국민주권은 임시정부 수립을 통한 대한민국 건국의 이념이 됐고 오늘 우리는 그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1919년을 대한민국 건국절로 못박는 것으로 1948년 해방 이후 정부수립을 건국절이라고 주장하는 보수진영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보수진영 역시 독립운동가들이 주도해 중국 상해에 세운 임시정부가 멸망한 조선 왕조를 대신해 대외적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고 독립운동의 산실 역할을 했다는 점은 부인하지 않는다.

    그런데 대통령은 물론이고 보수.진보 할 것 없이 인정하는 이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1910년 한일강제병합으로 이후 일본제국주의의 꼭두각시로 전락한 조선 왕실에 집착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바로 2017년 현재의 문화재청이다.

    1471년 제작된 진품 '덕종어보'는 이미 1924년 분실됐고 지금도 행방이 묘연하다. (사진=문화재제자리찾기)

     

    지난 18일 CBS노컷뉴스의 보도로 미국으로부터 반환받은 '덕종어보'가 조선 성종 시기인 1471년 제작된 진품이 아닌 일제강점기인 1924년 재제작된 '짝퉁'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관련기사 : 덕종어보, 알고보니 친일파가 제작한 짝퉁)

    덕종어보가 진품이 아니라는 의혹은 반환이 이뤄진 직후인 2015년 7월부터 제기됐다. 왕실의 도장인 덕종어보에 새겨진 전각이 엄격한 조선 왕실에서는 사용되지 않던 엉터리라는 문제제기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이를 쉬쉬하다 지난해에야 분석에 들어갔고 올해초 덕종어보가 모조품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럼에도 문화재청은 해당 보도 이전까지 이를 국민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문화재청이 이 짝퉁 덕종어보를 문정왕후어보 등 조선시대 만들어진 진품 어보와 동급으로 지난 19일부터 국립고궁박물관에 전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다시 찾은 조선 왕실의 어보' 특별전에서 재제작된 모조품으로 확인된 ‘덕종어보’가 전시되고 있다. 문화재청이 지난 2015년 미국에서 환수받았다고 대서특필한 ‘덕종어보’ 는 1471년 제작된 진품이 아닌 1924년 일제강점기 재제작된 모조품임으로 확인됐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국립고궁박물관 김연수 관장은 18일 기자간담회에서 덕종어보가 진품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마음이 아프지만 이 것도 환수 받아온 우리 유물"이라는 논리를 폈다.

    또, 일제강점기에 친일파가 주도해 재제작됐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완용의 차남) 이항구의 관리소홀로 (덕종어보가) 분실돼 징계를 받았는데 징계를 받은 사람이 또 제작을 주도했는지는 의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당시 조선 왕실이 일제의 꼭두각시로 전락했다는 점과 대신 상해 임시정부가 수립돼 조국 독립에 나섰다는 기본적인 역사적 사실만 알아도 도저희 나올 수 없는 발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당시 덕종어보의 제재작을 지시한 이는 문화재청의 설명처럼 일제에 의해 모든 권한을 잃고 이왕(李王)으로 격하돼 창덕궁에 유폐된 순종이다.

    또, 껍데기만 남은 조선 왕실의 소위 '품위유지'를 위해 존재하던 기관이 '이왕직'이며 이곳의 최고 책임자인 장관은 한일강제병합의 공을 인정받아 일본 정부로부터 남작 작위를 받은 민영기였다. 또, 실무를 총괄하는 예식과장은 이완용의 차남 이항구였다.

    (사진=동아일보 기사 캡처)

     

    여기다 이왕직의 의뢰로 덕종어보를 만든 곳은 바로 일본인이 운영하고 김갑순 등 친일파가 지분에 참여한 '조선미술품제작소'였다. 이곳은 일본인의 이국취향에 맞춰 전통 공예 발달을 왜곡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곳이다.(관련기사 : 짝퉁 덕종어보, 일본인 운영 '조선미술품제작소' 제품)

    이처럼 이미 알려진 역사적 사실만으로도 덕종어보가 일제와 친일파 주도로 만들어진 '짝퉁', 혹은 '모조품'이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음에도 문화재청은 덕종어보가 우리 문화재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 덕분에 우리 국민들은 문정왕후어보와 현종어보 등 찬란한 전통 문화재와 일제가 만든 짝퉁 모조품이 동급으로 전시되는 어이없는 상황을 목격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 부처는 물론이고 민관을 통틀어 그 어느 기관보다 투철한 역사의식을 가져야할 문화재청이 이처럼 어거지를 쓰고 있는 이유는 뭘까?

    시민단체 문화재제자리찾기 혜문 대표는 그 이유를 문화재청의 '성과주의'에서 찾고 있다. 그는 "시민단체에서 어보 도난 기록을 꾸준히 찾아내면서 어보가 반환되기 시작했음에도 문화재청이 그 과정을 무시한 채 홀로 공적을 드러내려다보니 이런 결과가 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짝퉁 덕종어보가 우리 문화재라며 특별전시를 강행하고 있는 행태는 '성과주의' 만으로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특별전시 첫날 국립고궁박물관을 찾은 한 관람객은 "국립고궁박물관에 전시 할 바에는 차라리 독립기념관에 전시해 아픈 역사를 기억하는데 쓰는 게 나을 것 같다"며 일반 시민에도 미치지 못하는 대한민국 문화재청의 역사인식을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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