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 경남지사의 대선 출마로 도지사 권한대행을 맡았던 류순현 행정부지사가 경남도에서의 1년 6개월을 마무리하고 세종특별자치시 부시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지난해 2월 취임한 류 부지사는 지난 4월 홍 전 지사의 대선 출마로 공석이 된 도지사 권한대행을 맡아 도정을 이끌어왔다.
선출직이 아닌 국가로부터 임명을 받는 전형적인 행정 관료 출신이지만, 홍 전 지사가 남긴 '족적'이 워낙 강한터라 류 권한대행도 정치적 평가 대상이 됐다.
대표적인 것이 홍 전 지사의 '꼼수 사퇴'에 따른 도지사 보궐선거 무산 책임이다.
이 때문에 시민사회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아왔고 검찰에 고발당하기도 했다. 결국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지만, 본인의 능력과 의지와 무관하게 각종 논란에 휩싸여 교체 압박을 받아왔다.
하지만 공무원 내부에서는 직원들과 거리낌없이 소통하는 비교적 '합리적인 사람'이란 평가도 나온다.
진주의료원 강제 폐업 등 노동, 장애인 단체 등과의 면담은 물론, 도의회와 함께 그동안 단절됐던 도교육청과의 소통에도 적극 나섰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16일 열린 류 권한대행의 이임식은 조용하고 짤막하게 치러졌고 도청 공무원 노조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공무원 노조가 역대 도지사 등이 이임할 때 감사패를 전달한 건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류 권한대행도 2분 가량 되는 짧은 이임사를 읽으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는 "그간 부족한 저를 믿고 따라와 준 청우 여러분이 있어 도정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고, 우리 지역의 미래를 착실히 준비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경상남도의 공직자라는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항상 도민을 위해 더욱 노력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며 "여려분들께서 저에게 보내주신 과분한 사랑과 믿음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류 권한대행은 이임식에 앞서 도청 기자실을 찾았을 때도 "떠날 때는 말 없이"라며 짤막한 인사만 나눈 채 자리를 떴다.
홍 전 지사는 퇴임식을 할 때 자신이 좋아하는 팝송인 도나 섬머의 '핫 스터프(Hot Stuff)'를 직접 선곡해 연단에 올라섰지만, 류 권한대행은 15분 정도 짧은 이임식을 끝내고 연단에 내려올 때 도에서 선곡한 이재훈의 '사랑합니다'가 울려 퍼졌다.
류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도정회의실에 열린 '을지연습 통합방위협의회' 주재를 마지막으로 경남도청의 모든 업무를 종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