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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아나운서·기자들은 왜 그동안 TV에 나오지 못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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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아나운서·기자들은 왜 그동안 TV에 나오지 못했나

    언론노조 MBC본부, '블랙리스트' 피해사례 추가 공개

    지난해 10월 MBC 아침뉴스 '뉴스투데이' 앵커에서 갑작스레 하차한 김소영 아나운서. 그는 10개월 동안 이렇다 할 방송 활동을 하지 못하다 지난 10일 퇴사했다. (사진='뉴스투데이' 캡처)

     

    MBC 아침뉴스 '뉴스투데이' 앵커였던 김소영 아나운서는 지난해 10월 갑작스레 하차했다. MBC FM '노홍철의 FM 모닝쇼'의 토요 코너 '세계문학전집'에 고정출연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활동이 없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TV에서 사라졌던 그는 결국 지난 10일 퇴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김연국, 이하 MBC본부)는 16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사옥 내 노조 사무실에서 'MBC 2차 블랙리스트'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MBC본부는 지난 2월 23일 MBC 신임 사장 면접 당시의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관, 이하 방문진)의 회의 속기록을 입수, 이 중 일부분을 발췌·공개했다.

    2월 23일 오후 2시부터 오후 5시 47분까지 3시간 47분 동안의 대화가 담긴 총 95페이지 분량의 속기록에 따르면,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과 당시 사장 후보였던 권재홍 전 부사장은 MBC본부 소속 노조원들을 중요 리포트 보도, 앵커 자리 등 주요 업무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요지의 대화를 나눴다. (관련기사 CBS노컷뉴스 17. 8. 16. "고영주, 노골적 업무배제 지시"… MBC본부, 녹취록 공개)

    MBC본부는 속기록에서의 발언을 근거로, '앵커' 배제는 이미 사내에서 현실화되고 있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사례가 앞서 언급된 김소영 아나운서의 경우다.

    ◇ 제작진 요청에도 '기용 거부'… TV에서 사라진 아나운서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김연국, 이하 MBC본부)는 16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사옥 내 노조 사무실에서 'MBC 2차 블랙리스트'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수정 기자)

     

    MBC본부는 "조합원인 김 아나운서는 지난해 10월 '뉴스투데이' 앵커에서 경질됐다. 뿐만 아니라 경질 이후 본격적으로 블랙리스트에 올라 10개월간 방송을 아예 맡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장겸 사장 선임 이후 예능과 라디오 부문 PD들이 김소영 아나운서의 스케줄이 텅텅 비어있는 것을 확인하고 수차례 아나운서국에 '김 아나운서를 프로그램에 출연시키거나 활용하고 싶다'고 요청했지만, 신동호 아나운서국장은 이를 묵살하거나 거부했다. 명백한 '블랙리스트'"라며 신동호 아나운서국장 등을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하는 등 법적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MBC본부에 따르면 앵커 부문은 'MBC본부 노조원 현업배제'가 가장 철저히 이뤄지는 곳이다. 2017년 8월 현재 '뉴스데스크'(평일/주말 모두), '뉴스투데이'(평일/주말 모두), '이브닝뉴스', '생활뉴스', '뉴스M', '뉴스24', '정오뉴스', '주말뉴스' 등 MBC TV뉴스 앵커 15명 중 노조원이 기용된 경우는 '뉴스데스크'(주말), '뉴스24', '주말뉴스'의 여성 아나운서 3명뿐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경추 아나운서도 2012년 MBC본부의 170일 파업 이후 TV에서 사라진 수많은 아나운서 중 한 명으로서 자신이 겪은 일을 밝혔다.

    MBC본부 노조원을 가리키는 말로 속기록에 등장하는 '유휴 인력'이라는 표현으로 스스로를 소개한 박 아나운서는 파업 전까지 뉴스 진행, 스포츠 중계, '출발 비디오 여행' 등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파업 이후 대기발령을 받았고, 내부 구성원들 사이에서 '신천교육대'라고 불리는 MBC 아카데미에서 브런치 만들기 등의 교육을 받은 후 경인지사 성남지국에 배치됐다. 법원이 사측의 '부당 전보'를 확인해 잠시 아나운서국에 돌아왔으나, 이후 라디오국에 배치돼 3년째 일하고 있다.

    박 아나운서는 "제가 다른 조합원들에 비해 특별히 큰 피해를 봐서 이 자리에 나온 건 아니"라며 "저의 경우에는 상당히 평범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소속 박경추 아나운서가 16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기현 기자)

     

    박 아나운서는 "파업 전 (아나운서국 인원이) 조합원, 비조합원을 떠나 40명 좀 넘었는데, 파업 후 현재까지 그만두거나 타 부서에 배치된 사람이 20명이 넘는다. 이들은 모두 조합원들이고, 다들 방송을 잘하던 사람들이다. MBC의 큰 자원이자 얼굴들이었으나, 지난 5년 간 이들은 철저히 방송에서 배제됐다"고 밝혔다.

    그는 "아나운서가 다른 부서 어디에 가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방송하지 못하는 것 자체'로 그 아나운서의 생명을 빼앗는 것"이라며 "어떤 아나운서들은 계소고 버티고 있고, 어떤 아나운서들은 결국 버티지 못하고 MBC를 떠나 현재 아나운서국 조직은 철저히 망가졌다"고 강조했다.

    MBC 사측은 신입사원 공채를 하지 않고 계약직 아나운서를 뽑아 이들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하지만 계약직이라는 한계 때문에 노조나 아나운서연합회 등 직능단체 가입까지 막혀 있으며, 이는 '말 잘 듣는 방송인', '시키는 대로 하는 방송인'을 원한 경영진의 뜻이었다는 것이 박 아나운서의 설명이다.

    그간 방송에 아나운서를 쓸 때 담당 PD와 아나운서국 간부들의 소통 후 일정이 맞으면 보통 승인이 났던 절차도 파업 이후 무시됐다.

    박 아나운서는 "소위 블랙리스트로 힌 사람들, 방송에서 얼굴을 보지 못한 사람들은 담당 PD와 얘기 된 다음에도 '위에서 안 된다고 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다들 그 '위'가 누구일까 생각했다. 오늘 공개된 속기록을 보니 그게 아니었다"고 꼬집었다.

    ◇ "100명이 넘는 피해자가 존재하는 위법행위"

    석연찮은 인사로 현장에서 멀어진 것은 아나운서만이 아니다. 파업 이후 적지 않은 수의 기자들이 마이크를 뺏겼고, 신사업개발센터, 뉴디어포맷개발센터, 경인지사 등 비제작부서로 전보 조치 당했다.

    파업 전 마감뉴스 '뉴스24'와 아침뉴스 '뉴스투데이' 앵커를 맡았다 파업 이후 5년 동안 단 한 번도 취재 기회를 얻지 못한 김수진 기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련의 사태는) 엄연히 피해자가 존재하는 위법행위"라고 강조했다.

    김 기자 역시 파업 이후 대기발령을 받았고, MBC 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받다 경인지사 인천지국으로 발령이 나 하루 1시간 반 이상 걸리는 긴 출퇴근 시간을 감내해야 했다. 이후, 드라마마케팅부를 거쳐 김장겸 사장 취임 이후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로 가 있다.

    김 기자는 2012년 파업 당시 피케팅하던 자신의 사진이 '한겨레' 1면을 비롯해 다수 매체에 보도된 것이 '블랙리스트에 오른 발단'이 되었다고 생각했다며, 지난 5년 간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고백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소속 김수진 기자가 2012년 당시 '한겨레' 1면 사진을 들고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김기현 기자)

     

    "김장겸 사장 첫 인사 때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로 갔다. 구로에 있는데 책상하고 복합기 한 대 있는 게 전부인 사무실이다. (일반적인) 방송사 사무실 이런 데 상상하시면 안 된다. 다큐 제작을 하라고 했는데 지시만 있고 업무가 주어지진 않았다. (다큐 제작을 하려면) 예산이 있어야 하고 카메라 파트와 협업해 취재 나가야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단 하나 하는 일이 있다. 근태만 체크한다. 저희 구로에 총 직원 15명인데 일을 하는(업무가 주어진) 구성원은 2~3명이다. 저희끼리는 (이곳을) '수용소', (저희들을) 수감자라고 말한다. 근태만 체크하고 인사평가에서 최하위점을 준다. 사무실에 들어가면 센터장이 사무실을 한 번 훑고 출근시간을 적는다. 어떤 모멸감? 그런 것들을 계속 준다. 생각해 보면 엄연한 위법행위거든요. 제가 인사발령 받은 이유를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다. 노조활동 했다는 것, 단 하나다. 권재홍-고영주 녹취록을 통해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중략) 제가 드리고 싶은 얘기는 딱 하나다. 녹취록에 나오지 않나. 저는 업무능력이 부족해서, 인사발령이 난 게 아니다. 노조 활동을 했기 때문이다. 헌법이 보장한 정당한 노동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한두 해도 아니고 5년 동안 정당한 이유 없이 부당한 인사를 낸 거거든요. 그건 사측에서 최근 얘기하는 '새 정부의 공영방송 길들이기'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저희 회사에서만 100명이 넘는 피해자가 존재한다. 적접하게, 엄중하게 처벌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이건 엄연한 피해자가 존재하는 위법행위다. 적법하게, 엄중하게 처벌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MBC본부에 따르면 8월 현재 청와대·국회를 담당하는 정치부 기자 중 MBC본부 노조원은 1명도 없으며, 검찰·법원 등을 맡는 사회1부 법조팀 기자 7명 중에도 노조원은 포함되지 않았다.

    MBC본부는 "이런 노골적인 현업 배제는 2013년 5월 김장겸이 보도국장에 임명된 이후 본격화된 것이다. 조합원 1~2명 정도가 간혹 국회 취재나 법조팀 취재에 배치되긴 했지만, 김장겸은 이후 4년여 동안 주요 출입처 취재·리포트에서 조합원을 계속해서 쫒아냈고, 90%이상을 3노조(MBC노동조합) 소속 또는 비조합원으로 채워 넣었다"고 설명했다.

    MBC본부는 고영주 이사장 등이 노조 소속 여부를 바탕으로 업무배제를 지시·실행한 것은 △헌법 제33조 제1항의 노동3권을 침해이자 △노동조합법 제81조 1항을 위반한 부당노동행위이며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해 어떤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는 방송법 제4조 2항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편향된 시각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만들기 때문" 등 MBC본부 노조원들에 대한 비난은 노조법 위반이자 형법 제307조 2항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MBC본부 김연국 본부장은 "(오늘) 특보와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한 방문진 이사들과 권재홍, 김장겸 씨의 발언은 극히 일부일 뿐이다. 법적으로 고소 대상이 되지 않더라도 MBC 사장으로서 또는 방문진 이사로서 심각한 결격사유로 보이는 여러 발언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MBC의 사장을 뽑는,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지켜야만 하는 이사회를 모두 비공개로 진행한 것도 문제지만 더욱 더 놀라운 것이 있다. 방문진 이사들과 권재홍, 김장겸 씨가 평소에 얼마나 이 불법행위에 무감해져 있으면 공식석상에서 이렇게 술술 자신들의 불법행위를 드러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영방송 편성을 엉망으로 만들고 직원들을 부당 징계하는 것이 5년 간 너무 일상이 돼 이런 어이없는 속기록이 나오게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더 참담하다"고 전했다.

    MBC본부는 속기록에 나타난 방문진 고영주 이사장, 김광동·유의선 이사, 권재홍 전 부사장, 김장겸 현 사장 등을 조만간 고소할 예정이다.

    한편, MBC는 이날 MBC본부의 기자회견과 관련해 아직 어떤 입장도 내지 않고 있다. 다만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은 16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녹취록을 이리 붙이고 저리 붙이고 잘라놔서 사실상 조작에 가깝게 만들어 놨다"고 말했다.

    오늘 공개된 발언 내용이 원본과 다른지 재차 묻자 "앞뒤를 자르고 괄호 안에다 자기네들(MBC본부)이 뜻하는 단어를 넣어서 내가 한 뜻하고 전혀 다르게 만들어 놓았다"며 "언론인들이 이런 짓은 하면 안 된다고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MBC본부의 법적대응 계획을 두고는 "법적으로 하는 거야 그분들의 권리지만 (녹취록 내용을) 왜곡해서 그런 건 진상이 밝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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