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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발언에 드리운 류석춘의 그림자



국회/정당

    홍준표 발언에 드리운 류석춘의 그림자

    과거 발언 살펴보니 '교집합' 형성…'극우 혁신' 우려도

    자유한국당 류석춘 혁신위원장이 11일 오전 여의도 당사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류석춘 혁신위원장의 과거 발언들을 되짚어 보면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이 관찰된다. 두 사람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받았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홍 대표의 멘토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는 가운데, 혁신의 키를 쥔 류 위원장에 대한 당 안팎의 우려도 분출하고 있다. 과거 행보를 보면 '극우 인사'에 가까운 그가 혁신의 방향을 제대로 잡을 수 있겠냐는 논리다.

    ◇ 류석춘은 홍준표의 멘토?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홍 대표가 당 재건의 아이콘으로 류 위원장을 내세운 배경에 대해 "홍 대표가 몇 년 동안 류 위원장의 글을 읽으면서 상당한 이념적 동질성 내지는 대한민국 자유 우파로서의 가치 이런 것에 대한 공감을 갖고 있었던 걸로 안다"고 밝혔다.

    실제 류 위원장의 과거 발언에는 홍 대표의 입장과 겹치는 부분이 상당수 등장한다. 우선 관심을 모으고 있는 공천 방식과 관련, 류 위원장도 홍 대표처럼 여론조사를 기반으로 한 ‘상향식 공천’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인 바 있다.

    류 위원장은 지난해 총선 후 공개석상에서 "새누리당의 개혁 가운데 가장 황당한 건 소통과 민의를 강조하면서 상향식 공천을 만들어 놓은 것"이라며 "공천 신청을 한 사람 중 누가 새누리당의 이념에 제일 맞느냐는 것은 전혀 신경을 안 쓰고, 누가 여론조사에서 지지를 많이 받았느냐를 놓고 당 사람을 뽑는 게 상향식 공천"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천 신청자 가운데 제대로 된 사람이 없다면 외부에서 끌어다가 집어 넣어야 야당과 싸울 수 있는데, 이게 원천적으로 막혔다"고 지적했다.

    류 위원장은 노조 문제와 관련해서도 대선 때 '귀족노조 척결'을 핵심 메시지로 내세운 홍 대표와 비슷한 인식을 보였다. 그는 지난 2월 '근대화의 국부, 박정희를 다시 본다'는 주제로 열린 시민강좌에서 "오늘날 경제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걸림돌은 파업을 무기로 임금 인상과 복지를 요구하며 정리해고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버티는 대기업의 강성 노조"라고 강조했다.

    2005년 7월 '좌파 정권 종식을 위한 우파의 각오'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류 위원장은 "냉전체제 아래에서 건국, 산업화, 민주화에 차례로 성공한 우파의 노력이 과연 청산의 대상이 되어야만 하는가", "좌파는 우파의 성공을 비판함으로써 비로소 존재의 이유를 찾을 수 있는 부차적인 집단"이라며 우파의 단결을 촉구했다. 이는 대선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홍 대표의 '보수 결집' 구호 논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이다.

    ◇ 혁신 전권 쥔 류석춘…한국당, '극우'로 나란히?

    홍 대표는 이렇듯 철학적으로 맞닿은 류 위원장에게 혁신의 전권을 믿고 넘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홍 대표의 전폭적 신뢰와는 달리 당내에서 조차 '혁신의 방향이 극우냐'는 식의 우려가 터져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반대한 '태극기 집회'를 가리켜 "제 정체성"이라고 공표한 점과 함께 류 위원장의 과거 발언들도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그는 지난 1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유신 체제를 옹호하기도 했다. 류 위원장은 당시 "오원철 전 대통령 경제 제2수석 비서관이 한 유명한 얘기가 있다. '유신 없이 중화학공업화가 가능했겠느냐'고 그는 되묻는다"며 "오 전 수석의 견해를 깊이 새겨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박정희 대통령이 다른 권위주의적 지도자보다 더 가혹했다거나 독재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역사적 흐름에서 필요한 시점에 요구되는 일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갈등 지향적 사고도 도마에 오른다. 그는 2005년 칼럼에서 노무현 정부에 대해 "민주화를 가장한 혁명투쟁에 젊음을 바쳐 마침내 집권에 성공한 집단의 한풀이와 복수극이 대한민국을 뿌리째 거덜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4월 당시 문재인 대선후보에 대해서도 "당선되면 꼭 청일전쟁 때 우리나라가 식민지로 전락할 때의 상황과 똑같이 가게 되는 것 아닌가"라고 독설을 내놨다.

    류 위원장은 조영래 변호사의 '전태일 평전'을 분석했다며 "전태일의 월급은 1964년부터 1970년까지 6년 동안 무려 15배 이상 상승한 셈이다. 이를 두고 과연 누가 착취라는 말을 꺼낼 수 있는가"라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한국당이 '류석춘 혁신위'를 출범시킨 것은 사실상 외연 확장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이 같은 행보와 맞닿아 있다. 류 위원장은 2007년 한나라당(한국당의 전신) 참정치운동본부 공동본부장을 맡아 "당내 386 운동권 세력 등 일부 열린우리당 2중대 의원들을 척결해야 한다"며 선명한 보수노선을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한 적도 있다. 때문에 바른정당과의 보수통합 가능성도 더 낮아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도 '류석춘 혁신위' 출범에 대해 "홍준표식 개혁은 결국 자멸을 자초할 수 밖에 없다"고 혹평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혁신과 반대로 가고 있다"며 "(류 위원장은) 보수가 억울하게 당하고 있다는 근거와 철학을 계속해서 주입하는 '보수의 마약'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홍 대표는 12일 당 초선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극우와 류 위원장이 무슨 상관이 있느냐. 극우라는 개념을 잘못 알기 때문"이라며 당내 우려 진화에 나섰다. 그는 "극우는 이탈리아 무솔리니의 파시즘과 같은 극단적인 인종주의와 그를 실현하기 위한 폭력이 수반되는 것들을 지칭한다"고 류 위원장을 옹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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