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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층에 잡혀있다' 태국인 성매매 여성이 건넨 쪽지 한 장



부산

    '4층에 잡혀있다' 태국인 성매매 여성이 건넨 쪽지 한 장

    슈퍼마켓 종업원에게 도움 요청 쪽지 건네… 경찰 수사로 성매매 알선 일당 덜미

    태국인 성매매 여성이 슈퍼 종업원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건넨 쪽지. (사진=부산경찰청 제공)

     

    불법 성매매 업소에 감금돼 성매매를 하던 태국인 여성이 감시의 눈을 피해 도움의 손길을 내민 끝에 고국으로 돌아가게 됐다.

    지난 5월 16일 오전 4시 20분쯤 부산 부산진구의 한 슈퍼마켓. 슈퍼에 들어선 태국인 여성 5명이 출입구에 선 한 한국인 남성의 감시 아래 각자 필요한 생필품을 구매한다.

    잠시 뒤 음료수 하나를 계산대에 올려놓은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태국인 여성의 손에서 하얀색 쪽지가 종업원 김모(27·여)씨에게 건네진다.

    쪽지에는 '경찰을 지원. 나는 건물 4층에 잡혀 있다', 'Help the police', '알려주세요. 나는 도움을 요청' 등의 영어와 한글로 도움을 요청하는 듯한 글이 적혀있었다.

    태국인 여성이 자신에게 도움을 구하는 것이라고 직감한 김씨는 쪽지 하단에 '112 call, helping you'라고 적으며 상황 파악에 나섰다.

    또, 태국인 여성이 물품 구매 포인트 적립에 사용한 휴대전화 번호를 쪽지에 급하게 옮겨 적었다.

    하지만, 슈퍼 문 앞에 있던 남성의 눈길을 느낀 태국인 여성은 김씨가 적은 글 위에 급하게 X자 표시를 하며 도망치듯이 슈퍼를 나갔다.

    종업원 김씨는 이날 오전 근무 교대를 한 뒤 쪽지를 들고 인근 경찰서 민원실에 신고를 했다.

    검은색 옷을 입은 태국인 여성이 쪽지를 건네기 위해 계산대 주변을 서성이고 있다. (사진=부산경찰청 제공)

     

    하지만, 관할 경찰서는 태국인 여성이 남긴 쪽지에 장소가 특정되어 있지 않아 접근이 쉽지 않다는 판단에 외국인 관련 범죄 전담 부서인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에 사건을 넘겼다.

    사건을 넘겨 받은 국제범죄수사대는 종업원 김씨가 쪽지에 적어 놓은 휴대전화 번호를 추적한 끝에 번호 소유자가 과거 유사성행위 업소를 운영한 전력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범죄 연루 가능성을 확신한 경찰은 슈퍼 인근에 여성들이 감금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탐문한 끝에 한 4층짜리 건물을 지목했다.

    이틀 뒤 경찰이 해당 건물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려던 찰나 경기도 오산의 외국인지원센터에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태국인 여성이 SNS를 통해 부산진구의 한 건물에 감금되어 성매매를 하고 있으니, 구해달라는 요청을 해왔다는 것이었다.

    SNS에 적힌 성매매 장소는 경찰이 애초 지목했던 건물과 같았다.

    이에 경찰은 곧장 해당 건물에 대한 수색에 나섰고 성매매 알선 업주 이모(38)씨와 종업원 등을 검거했다. 건물에는 쪽지를 건넸던 여성을 포함한 태국인 성매매 여성 5명도 있었다.

    경찰 조사결과 이씨는 지난 1월 태국에 있는 알선 브로커와 국내 브로커를 통해 태국인 여성을 불러온 뒤 여권을 빼앗고 감시를 붙이는 등 사실상의 감금 상태에서 성매매를 시켰다.

    2개월 반 가량 성매매를 알선한 이씨는 태국인 여성들에게 알선료 명목으로 첫달 월급을 지급하지 않고 둘째 달에는 성매수금의 40% 가량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 일당은 애초 철학관으로 사용하던 건물의 간판을 그대로 두고 출입문에 잠금장치를 설치하는 등의 수법으로 감시의 눈을 피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쪽지와 SNS를 통해 도움을 요청한 태국인 여성은 마사지를 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가 감금 상태에서 성매매를 시키자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으로 전해졌다.

    성매매 알선 일당은 철학관의 간판을 그대로 둔 채 성매매 업소를 운영했다. (사진=부산경찰청 제공)

     

    경찰은 이씨에 대한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지난 1월 17명의 태국인 여성이 관광비자를 통해 국내에 들어와 마사지 업소나 성매매 업소 등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태국인 여성을 고용해 불법 성매매나 마사지를 알선한 혐의로 브로커 김씨와 업주 이씨 등 6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태국인 여성 17명을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인계했다.

    또, 혐의가 확인된 성매수 남성 53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나머지 장부 등에 나와 있는 성매수남 300명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경찰은 사건 수사에 도움을 준 슈퍼 종업원 김씨에게 감사장을 전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용기있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태국인 여성과 그 손길을 뿌리치지 않고 잡아 준 시민과 외국인지원센터 관계자들의 협조가 수사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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