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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겨눈 손배소 1900억 육박, 사상 최고 기록



경제 일반

    노동자 겨눈 손배소 1900억 육박, 사상 최고 기록

    '이명박근혜' 정권 동안 손배소 급증… 가압류된 금액만도 약 180억

     

    노조 쟁의행위를 벌인 노동조합을 상대로 제기된 손해배상 청구액이 1800억원을 훌쩍 넘기면서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경북 구미의 반도체 전문업체인 KEC 노동조합원들은 2012년부터 사측의 정리해고 시도에 맞서 파업을 벌였다.

    대규모 해고는 막았지만 노조 앞으로 돌아온 것은 개별 노조로는 사상 최대규모였던 301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소송이었다.

    지리한 법정공방과 재판부의 조정 끝에 배상액을 30억원으로 낮춰 최종 합의했지만 KEC 노조원들은 반 년 넘게 임금을 압류당한 채 최저생활비로 버티고 있다.

    참다 못해 회사를 그만두고 싶어도 자신이 배상해야 할 금액이 고스란히 동료 조합원의 부담으로 전가되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30억원을 갚을 때까지 회사를 다닐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28일 손잡고(손배가압류를잡자,손에손을잡고)에 따르면 이처럼 파업이나 집회 시위 등 노조 쟁의행위를 벌인 노동조합에게 회사나 정부가 제기한 손해배상소송 청구 누적액은 올해 6월 청구취지변경액 기준으로 1867억 6414만 9085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집계됐던 1521억원보다 1년 새 346억원이나 늘어난 결과로, 기존 최고 기록이었던 2014년 1691억원을 훌쩍 뛰어넘어 사상 최고 기록을 다시 썼다.

    심지어 판결이 나기 전에 미리 가압류된 금액만도 179억 7259만 2147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임금이나 전세자금, 심지어 가족 명의 재산까지 압류되다보니 소규모 노조는 법정공방조차 이어가기 힘들 지경이다.

    더구나 이는 양대노총 산하 사업장 사례를 취합한 집계로, 양대노총에 소속되지 않는 노조나 노동자 개인에 청구된 금액까지 파악하면 실제 금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많은 금액이 청구된 사업장은 박근혜 정권 들어 두 차례 대규모 파업을 벌였던 철도노조로 약 646억 5800만원이 청구됐고, 현재 약 104억 8500만원이 가압류됐다.

    가장 많은 소송이 걸린 현대차지부의 경우 울산 비정규직지회에만 16건의 손해배상소송이 제기돼 284억 1200여만원이 청구됐다. 이 가운데 8건은 1심에서 약 181억 8200만원을 배상하도록 선고됐고, 남은 8건은 1심 재판을 진행중이다.

    이 외에도 고공농성이 진행중인 기아차 비정규직지회에는 7억 3400만원, 경영진 사진에 신발을 벗어 던진 퍼포먼스를 했다는 이유로 1심에서 25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던 하이디스지회는 18억 1000만원이 청구됐다.

    이번에 집계된 금액은 모두 이명박·박근혜 정권 들어 청구된 금액으로, 그 이전에 청구됐던 금액은 모두 집행이 끝나 포함되지 않았다.

    80년대만 해도 생소했던 노동조합을 향한 손해배상은 90년대 들어 보이지 않는 노동자 탄압의 수단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 시절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강조하며 친기업적 정책 기조가 계속된 가운데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을 필두로 이른바 '노조파괴 시나리오'의 한 수단으로서 계획적인 손해배상소송이 제기돼 노동계를 겨눈 손해배상 청구금액이 1천억원을 돌파했다.

    박근혜 정권 들어서는 물리적 피해 뿐 아니라 모욕죄나 명예훼손 등 정신적 피해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소송이 폭넓게 제기됐고, 청구 배상금액도 크게 늘어났다.

    이에 대해 노동계와 시민사회는 더이상 개별 노조나 노동자가 감당할 수 없을만큼 심각해진 손배가압류 문제를 이제 정부가 나서 해결할 때라고 강조한다.

    손잡고 윤지선 활동가는 손배소 금액이 크게 늘어난 데 대해 "노동민사사건 특성상 재판기간이 오래 걸려서 청구금액이 계속 누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동안 노란봉투법 제정 등 법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한편 경영진 스스로 자정하도록 사회 여론 확산에 힘을 기울여왔다"면서 "하지만 행정부의 지속적인 감시·감독과 사법부의 엄중한 판결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아쉬워했다.

    이어 "애초 노조가 쟁의를 벌인 원인을 보면 조직적인 노조파괴나 대량정리해고, 비정규직 차별, 해외자본의 기술유출 등이 있는데 노사관계에 맡겨두기에는 막중한 사회적 사건들"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는 목적인 손배가압류에 대한 실태조사를 하고, 관련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비단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 등이 부당노동행위를 감시할 뿐 아니라 정당한 노조쟁의에 대한 부당한 손해배상소송이 제기되지 않도록 해결의 실마리를 함께 풀어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노동계가 정부의 역할을 기대하는 이유 중 하나로는 새 정부가 계승하고자 하는 참여정부 시절 손배가압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오래된 숙제' 탓도 있다.

    노동계의 큰 기대를 안고 출발했던 참여정부 첫해인 2003년에만 금속노조 두산중공업지회 조합원 고 배달호씨, 고 김주익 한진중공업지회장이 손배가압류에 항의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랜 벗이자 당시 민정수석으로 공권력 집행에 깊숙이 개입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방송연설에서 "민주정부 10년의 부족했던 대목, 실패한 부분은 반면교사로 삼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시절 직접 손잡고의 발기인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손잡고에 직접 보낸 영상 축사를 통해 "손해배상과 가압류의 남용은 노동3권을 무력화시키는 부당한 처사"라며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노란봉투법을 관철시키고, 반드시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노동자들의 삶을 지켜내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실제로 취임 후 노동계 숙원사업에 팔을 걷어부치며 적극적인 개혁 행보를 보인만큼, 손배가압류 문제에서도 전향적인 태도를 기대할 만하다는 것이 노동계의 기대다.

    윤 활동가는 "문 대통령은 의원 시절 노동자를 향한 무분별한 손배 가압류의 문제점을 잘 알고 해결 의지도 적극 나타냈다"며 "올 상반기가 박근혜 정권의 마지막 시기였으니 이번 통계결과를 정점으로 앞으로는 손배소 청구액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손잡고와 양대노총 및 손배가압류 당사자들은 28일 오전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산하 국민인수위원회가 운영하는 '광화문1번가'에 대정부 요구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 시민모임 손잡고(02-725-4777)는 매년 노동3권에 보장된 쟁의행위에 대한 손배가압류 현황을 조사해 발표하고, 법제도개선, 피해노동조합 지원활동을 합니다. 양대노총 소속이 아닌 노동조합의 제보를 기다립니다.(sonjabgo4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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