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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아버지 위한 광고판 "처음엔 창피했는데…"



사회 일반

    은퇴 아버지 위한 광고판 "처음엔 창피했는데…"

    - 아버지 은퇴 선물로 광고 설치
    - 평생 경찰로 살아온 아버지, 공허함 느껴
    - '우리들의 아버지, 한 남자의 미래를 응원해주세요'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성진(은퇴하는 아버지 위해 광고판 세운 아들), 김천용(대구 복현지구대 경위)

     

    얼마 전 대구 시내버스 정류장에 이런 광고가 걸렸습니다. '아버지, 당신의 은퇴가 아쉬움보다 환희로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그의 앞날이 어느 날보다 찬란할 수 있도록 응원해 주세요.' 이 광고 전광판 속의 주인공은 경찰차 옆에 멋있게 폼을 잡고 서 있는 중년의 경찰입니다. 그래서 잘 만든 경찰청 홍보광고구나 생각을 했는데 알고 보니까 한 아들이 아버지의 은퇴 선물로 내건 개인광고였던 겁니다. 화제가 안 될 수가 없죠. 이 광고를 기획, 제작, 선물한 그 기특한 아들 김성진 씨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직접 연결을 해 보죠. 김성진 씨, 안녕하세요.

    ◆ 김성진> 안녕하세요.

    ◇ 김현정> 그러니까 아버님이 어디서 근무하시다가 언제 은퇴를 하신 거예요?

    ◆ 김성진> 대구광역시에 대구 복현지구대에 계시고요. 지금. 6월 30일 이번 달 말 은퇴를 하시게 되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어떻게 아버지의 은퇴선물로 광고를 내걸 생각을 하셨어요?

    ◆ 김성진> 일단 제가 하는 일이 광고 쪽 일을 하고 있고요.

    ◇ 김현정> 아, 그래요?

    ◆ 김성진> 은퇴 선물을 계속 고민은 하고 있었어요. 아버지께 어떤 선물을 해 드릴까. 그 부분에 대해서 계속 고민하고 있었고 제가 출퇴근길에 홍대입구 역사에 보면 연예인들 생일축하하는 광고가 잔뜩 붙어 있어요.



    ◇ 김현정> 그러니까 팬들이 붙여놓은 광고들?

    ◆ 김성진> 네. 그래서 어느 날은 지나가다가, 우리 아버지 30년 동안 수고하시고 이제 퇴임하시는데 남들도 좀 알아주면 안 되나? 하는 그런 생각이 들어서 처음에는 대구지하철 역사 광고를 생각했다가 아버지가 출퇴근하실 때 버스를 이용하시니까 버스정류장 광고를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해서 버스정류장 광고를 하게 된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제일 중요한 거 그러면, 아버님이 본인의 얼굴이 떡하니 박혀 있는 그 광고사진을 보고 뭐라고 하시던가요, 반응?

    ◆ 김성진> 일단은 처음에는 많이 당황하신 거죠. 한참 후에야 그 광고를 직접 보러 가셨대요, 쑥스러워서 못 보시다가. (웃음) 그런데 어머니께서 더 좋아하시는 거 같아요.

    ◇ 김현정> (웃음) 문구도 굉장히 인상적이에요. 직접 쓰신 거죠? 직접 고안하신 문구죠?

    ◆ 김성진> 네.

    ◇ 김현정> 어떤 의미로 쓰신 거예요?

    지난 9일 대구 북구 복현동 복현우체국 앞과 경북대북문 앞 버스정류장 광고판에는 '여기 한 남자의 미래를 응원해주세요'라는 문구가 담긴 광고가 실렸다. (사진=대구경찰청 제공)

     

    ◆ 김성진> '아버지 당신의 은퇴가 아쉬움보다 환희로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광고판은 아버지가 출근길에 하차하시는 버스정류장인데 하차하시다가 자연스럽게 보고 좀 위로가 되고 기운을 낼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렇게 담은 거고, 한 군데는 경북대학교 북문 버스정류장인데 그건 아버지보다 대구시민들이 좀 보고 아버지의 은퇴에 격려를 해 주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여기 한 남자의 미래를 응원해 주세요.' 이렇게.

    ◇ 김현정> '여기 한 남자의 미래를 응원해 주세요. 한 경찰관이 조용한 은퇴를 앞두고 있습니다. 그의 앞날이 어느 날보다 찬란할 수 있도록 응원해 주세요.' 이렇게 시민들께 전하는 메시지, 응원해 주세요 이런. 중년남성들이죠. 은퇴 앞두고 사실 굉장히 허하고 쓸쓸하거든요. 아직도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이루고 싶은 것도 많은데 내가 벌써 옷을 벗어야 되나, 이런 쓸쓸함들 공허함들 다들 느끼시는 거잖아요.

    ◆ 김성진> 네, 아버지도 올해 초에 우스갯소리로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성진아, 뭐 하면 좋을까.' 웃으시면서 얘기는 하시는데. 약간 거기서도 저도 공허함을 좀 느낀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렇죠. 아버지가 경찰로 평생 사셨으니까 사실은 고생도 많이 하셨을 것 같은데 그걸 자라면서 쭉 지켜봐온 아들로서 제일 기억나는 장면 같은 거 있어요? 아버지 하면 떠오르는 장면?

    ◆ 김성진> 저 군대 입대할 때 배웅을 아버지께서 논산훈련소까지 배웅을 해 주셨는데 그때 마지막에 눈물을 훔치시더라고요.

    ◇ 김현정> 군입대하는 아들을 향해서 눈물을 글썽이던, 처음으로 눈물을 보이던 그 아버지. 이제는 은퇴하십니다. 평소에 부자관계가 살뜰하고 서로 포옹해 주시고 이런 사이는 아니시죠? (웃음)

    ◆ 김성진> 아유, 진짜 아버지가 전형적인 경상도 사나이세요.

    ◇ 김현정> 전형적인 경상도 사나이들. 그 무뚝뚝한 아버지, 또 살갑지 않은 아들. 그 서먹서먹한 사이에서 하고 싶은 말이 마음 속에는 있는데 못했던 말씀 있으시잖아요. 아버님이 바로 옆에 계신다 생각하고 한마디 좀 하시겠어요?

    ◆ 김성진> 네. (웃음) 아버지, 아들 진짜 많이 받은 걸 이제 느끼고 그동안 키워주신 거에 대해서 감사함을 느꼈더니 너무 많이 커버렸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더 많이, 아버지가 하신 만큼은 못하더라도 더 노력하고 더 헌신하도록 하겠습니다.

    ◇ 김현정> 사랑합니다, 한마디 하셔야죠?

    ◆ 김성진> (웃음) 아버지, 사랑합니다.

    ◇ 김현정> (웃음) 평생 처음 하신 거죠, 이런 말씀?

    ◆ 김성진> 아니요, 저 자주 합니다. (웃음).

    ◇ 김현정> 자주 해요? 사랑합니다, 이 말씀을 아버님이 들으시면 뭐라고 하실까 싶은데…아버님!

    ◆ 김천용> 네.

    ◇ 김현정> 안녕하세요, 아버님.

    ◆ 김천용>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아들하고 인사 한번 하세요.

    ◆ 김천용> 성진이, 어쩐 일이고?

    ◆ 김성진> 아니, 아버지.

    ◆ 김천용> 아, 이렇게 연결이 되네요?

    ◇ 김현정> 저희가 김성진 씨 아드님 전혀 모르게 미리 좀 연결을 해서 지금 인터뷰하시는 걸 아버지가 다 들으셨어요, 김성진 씨.

    ◆ 김성진> 아…그러셨군요. (웃음) 깜짝 놀랐네요.

    아버지 김천용 경위와, 아들 김성진 씨 (사진=본인 제공)

     

    ◇ 김현정> 깜짝 놀라셨죠? 아버님. 아들이 마지막에 아버님한테 한 이야기 쭉 들으셨죠?

    ◆ 김천용> 네.

    ◇ 김현정> 어떠셨어요? 답가를 좀 해 주세요.

    ◆ 김천용> 성진아, 네가 은퇴 기념으로 깜짝 선물해 줘서 너무 고맙고 처음에는 뭐라고 했는데… (웃음)

    ◇ 김현정> 뭐라고 하셨어요, 처음에는?

    ◆ 김천용> 애먼 짓 했다고 많이 했습니다. 너무 놀라가지고.

    ◇ 김현정> 그랬는데?

    ◆ 김천용> 지금은 주변에서 여러 가지 전화도 많이 오고 부러워하네요? (웃음)

    ◇ 김현정> 그래서, 성진이한테 말씀을 하셔야죠.

    ◆ 김천용> (웃음)

    ◇ 김현정> 고맙다 하세요. 사랑한다, 고맙다.

    ◆ 김천용> 그래, 사랑한다. 너무 고맙다.

    ◇ 김현정> (웃음) 경상도분 맞으시네요. 아버님. 아니, 그런데 지금 몇 마디 안 하셨지만 진심이 느껴지시죠, 성진 씨?

    ◆ 김성진> 아…네. 많이 쑥스러워하시는 게 느껴집니다. (웃음)

    ◇ 김현정> 아버님, 아들 키운 보람이 요즘은 느껴지시죠?

    ◆ 김천용> 네, 느껴집니다.

    ◇ 김현정> 느껴지시죠? 어떨 때가 제일 기특하셨어요, 키우시면서?

    ◆ 김천용> 평소에도 부모 말씀 잘 들고 잘 커왔습니다. 기특하네요.

    ◇ 김현정> 이제 은퇴하시게 되지만 아버님, 원하시는 꿈들 다 이루시면서 활발하게 제2의 인생 사시기를 저희도 기대하겠고요.

    ◆ 김천용> 네, 고맙습니다.

    ◇ 김현정> 김성진 씨.

    ◆ 김성진> 네.

    ◇ 김현정> 대구 내려가실 거죠?

    ◆ 김성진> 아버지 퇴임하시는 날 내려가야죠.

    ◇ 김현정> 내려가실 거죠. 거기서 두 분 만나고 다시 한 번 만나서 손 꼭 잡고 사랑합니다 인사 한 번 더하셔야 합니다?

    ◆ 김성진> 네. 알겠습니다.

    ◇ 김현정> 두 분 인사 나누세요.

    ◆ 김성진> 아버지.

    ◆ 김천용> 응, 왜.

    ◆ 김성진> 한 보름 후에 뵙네요.

    ◆ 김천용> 그래, 그때 보자.

    ◆ 김성진> 네, 알겠습니다.

    ◆ 김천용> 응.

    ◇ 김현정> 정말 이 두 분 어색하지만 진정성 느껴집니다. 그때까지 건강하시고요. (웃음) 오늘 귀한 시간 고맙습니다. 두 분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세요.

    ◆ 김성진> 네, 감사합니다.

    ◆ 김천용> 감사합니다.

    ◇ 김현정> 참 오랜만에 뭉클한 두 분의 대화 이야기였습니다. 아버지의 은퇴 선물로 광고를 내건 아들의 이야기. 아버지는 대구 복현지구대 김천용 경위셨고요. 아들 김성진 씨였습니다.

    [김현정의 뉴스쇼 프로그램 홈 바로가기] {RELNEWS: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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