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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기자들이 말하는 엄혹했던 MBC의 지난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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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내기자들이 말하는 엄혹했던 MBC의 지난 4년

    MBC 보도본부 45기 곽동건·이덕영·전예지 기자는 5일 성명을 발표해 MBC 경영진의 퇴진을 촉구했다. 사진은 지난 1월 올라온 '반성문' 동영상 일부 (사진=유튜브 캡처)

     

    2013년 입사한 MBC의 '마지막' 신입기자 세 명(곽동건·이덕영·전예지)은 유튜브에 '반성문' 동영상을 올렸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라는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에서도 시종일관 소극적인 태도를 취했던 MBC 보도국의 행태를 자성함과 동시에, 그런 보도를 이끈 김장겸 보도본부장(현 사장)과 최기화 보도국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이덕영 기자는 자신의 SNS에 자사 비판 내용을 올렸다는 것 때문에 출근정지 10일을, 곽동건·전예지 기자는 각각 근신 7일의 징계를 받았다.

    MBC를 지금의 상태까지 오게 한 김장겸 사장과 경영진의 퇴진을 촉구하는 기자들의 기수별 성명이 매일같이 이어지는 가운데, 막내기자들도 5일 성명을 내어 이 행렬에 동참했다.

    이들은 "언론사에 입사한 이래 4년, 우리 막내 기자는 이제야 배운 것들을 말로 정리한다"며 MBC에서 벌어진 일을 소상히 밝혔다.

    그러면서 "사퇴하라고, 물러나라고 외치는 것도 이제 질렸다. 당신들을 끌어내리고 당신들의 회사를 정의로운 국민의 품에 돌려놓을 것이다. 그 한걸음 한걸음에 빠지지 않고 반드시 우리의 이름을 더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음은 막내기자들의 성명 전문.

    이름을 거론할 가치도 없는 부장과 국장 직함의 '선배들'에게 우리는 값진 것들을 배웠다.

    모든 기사는 사적인 이해관계에서 출발한다. 대신 공적인 것처럼 포장해야 할 뿐이다. 여기서 '사'라는 것은 당신의 것이 아니다. 자신의 필요가 아니라 국장과 본부장, 사장의 이해관계로, '음수사원'의 렌즈로 세상을 보라. 모든 팩트는 유리와 불리로 간단히 분류된다.

    정당하지 않은 지시 따윈 없다. 전파 사유화도 정당화할 수 있는 조직에서 정당화 불가능한 잘못이란 어불성설이다. 까라면 까고, 읽으라면 읽어라. 특파원이 되었다가 회삿돈으로 연수도 가고, 나중에는 부장도 되고 국장도 될 것이다. 급기야 전파가 당신의 것이 될 것이다.

    조작할 수 없는 진실 따윈 없다. 잘못 보도한 것이 있으면 '다른 언론도 똑같았다'고 핑계 대고, 누락한 보도가 있다면 '정당한 판단이었다'고 주장하라. 현장 기자의 목소리는 잊어라. 나중에 문제가 된다면 "참고하긴 했다"고 말하라.

    왜곡할 수 없는 사실 따윈 없다. 불리한 의혹이 제기되면 일단 무시하라. 기사로 쓸 수 있는 해명이 등장할 때까지만 놔두면 된다. 문제 제기는 소거하고, 해명을 확대하면 "우리도 다루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시청자들이 논란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겠냐고? 이해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진짜 목표다.

    보도윤리 따위는 집어치워라. 인터뷰나 싱크를 조작했더라도 두려워하지 마라. 회사는 의혹을 제기한 자를 벌하고, 너를 지킬 것이다. 교묘한 영상 편집으로 시청자의 인상을 조작하는 것은 방송뉴스의 본령이다.

    수틀리는 일이 있으면 기사인 척 비난하라. 성명서를 '합쇼체'로 바꾸기만 하면 된다. 혹, 공공재인 전파를 사유화했다 비난받을까 걱정된다면 '언론의 자유'라고 주장하라. 당신이 몸담은 언론은 곧 그들의 것이기에, 그들이 내키는 대로 주무르는 것이 바로 언론의 자유화다. 그러니 거리끼지 않아도 좋다.

    반성하는 자가 있거든 내쳐라. 마이크를 빼앗아라. 옳음을 말하거든 그들을 매도하라. 저들에게도 지독한 사익 추구의 속내가 있으리라 굳게 믿어라. 세상에는 더이상 순수한 옳음 따윈 없다고, 저들에게도 역시 당신과 똑같은 더러운 거래가 있음이 분명하다고 스스로를 납득시켜라. 마음에 들지 않는 지적은 '사후 검열'이라 낙인찍고, 그 검열의 글자가 새겨진 종이가 보이거든 사정없이 찢어버려라.

    취재 능력과 책임감은 선배의 조건이 아니다. 누가 더 처절하게 복종하였는가. 누가 기자로서의 윤리와 양심을 거리낌 없이 쓰레기통에 던져버릴 수 있는가. 후배들은 존경을 보낼 순 있어도 당신을 승진시킬 순 없다. 당신 앞에 고개를 쳐들고 저항하는 자들은 후배가 아니다. 입맛에 맞는 자들을 뽑아 '후배'라는 이름을 주라.

    소수자와 약자 따위 신경 쓰지 마라. 언론의 존립 이유는 '기사 쓰게 하는 자의 이익 수호'다. 당신은 결코 소수자가 아니며, 승진가도를 달릴 주류라는 걸 잊지 않으면 된다.

    이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따랐다면 당신은 알량한 양심을 버린 대가로, 언론인이라는 허황한 윤리의식을 집어치운 대가로 무언가를 충분히 얻었을 것이다. 남들이 바라는 출입처, 최연소 부장 직함, 얄팍한 부하 직원들, 지상파 기자라는 허명. 당신처럼 되고자 하는 하이에나 무리가 도처에 보이지 않는가.

    우리는 당신들을 '선배'라 부르며, 부패하는 윤리와 언론의 탈을 쓴 '사익'의 악취를 맡으며 4년간 배우고 또 배웠다. 이 정도 값진 가르침을 줄 수 있는 회사는 머잖아 MBC뿐일 것이다.

    이제 이 배움을 정반대로 뒤집어놓는 일만 남았다.

    사퇴하라고, 물러나라고 외치는 것도 이제 질렸다. 당신들을 끌어내리고 당신들의 회사를 정의로운 국민의 품에 돌려놓을 것이다. 그 한걸음 한걸음에 빠지지 않고 반드시 우리의 이름을 더할 것이다.

    MBC 보도본부 45기 곽동건, 이덕영, 전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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