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단독]"옷이 걸려 넘어져" 노동자 사망 '개인탓' 돌린 코레일



노동

    [단독]"옷이 걸려 넘어져" 노동자 사망 '개인탓' 돌린 코레일

    소설에 가까운 '무리한 추정' 코레일 내부보고서

    조씨가 사고 당시 사용했던 목장갑 (사진=철도노조 제공)

     

    서울 광운대역 열차기지에서 근무하던 50대 노동자가 선로에 떨어져 숨진 사고가 지난 27일 발생했다.

    목격자가 없어 사고경위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코레일은 "옷이 걸려 넘어졌다"며 사망 원인을 개인에게 미루는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 소설에 가까운 황당한 보고서

    광운대역 열차기지에서 시속 15㎞로 달리는 화물차 뒷부분에 매달려 근무하던 조모(52) 씨는 지난 27일 선로에 떨어진 채 발견됐다.

    조 씨는 열차가 멈추면 20량짜리 열차 일부를 분리하는 작업을 맡고 있었다. 하지만 쓰러진 조 씨는 결국 숨을 거뒀고 목격자나 주변 폐쇄회로(CC)TV가 없어 경찰은 사고경위 파악에 애를 먹고 있다.

    그런데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코레일 사고직후 내부보고서에는 "(조 씨가) 차량에서 뛰어내리는 도중 옷이 차량에 걸려 넘어지면서 부상 발생. 병원 이송 후 사망"이라고 적혀 있었다.

    사고가 발생한 서울 광운대역 열차기지. 현재는 서울지방노동청의 지시로 입환작업 일체가 중단된 상태다. (사진=철도노조 제공)

     

    사고 원인을 개인의 업무상 과실로 돌리는 내용으로 당시 정황을 아무 근거없이 무리하게 추정해 소설에 가까운 보고서를 작성한 것.

    보고서를 받아본 동료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동료 김영림 씨는 "어떻게 이런 보고서를 뿌려서 망자 본인과실로 몰고갈 수 있느냐"면서 "이 보고서 때문에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조 씨가 뛰어내리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코레일 측은 그제야 "업무수행 중 사고로 병원 이송 후 사망"이라고 고쳐 적었다. 그러면서 사망 원인으로는 '과다출혈'이라는 병원 진단명을 꼽았다.

    코레일 측은 이에 대해 "1차 보고서는 상황을 빠르게 전파하기 위해 담당 직원이 추정해서 작성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사고 원인을 개인 탓으로 돌렸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어차피 경찰과 근로복지공단에서 조사하면 다 나올 텐데 공기업 입장에서 은폐를 할 하등의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코레일 내부 보고서인 '직원 사망사고 관련 지원사항 보고' 일부. 첫번째 보고 내용은 동료들의 반발 이후 아래 보고 내용으로 수정됐다.

     

    ◇ "인력감축에 피로누적…예견된 인재"

    동료들은 조 씨의 사망은 결코 개인 탓으로 치부할 수 없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코레일이 그동안 열차 수송업무 분야에 잇달아 인력감축에 나선 결과 노동자들의 피로가 극에 달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열차를 연결하고 분리하는 입환근무는 철도노동 가운데서도 이른바 '극한직업'으로 꼽혀왔다.

    철도노조 강철 위원장은 29일 기자회견에서 "코레일은 인건비를 절감하겠다고 최소한의 필요인력을 무시하고 인력을 줄였다. 노동자들에게 억지로 휴가까지 보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사고는 그런 과정에서 발생한 예견된 인재"라고 성토했다.

    한편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사고 직후 해당 물류기지에 대해 안전조치를 마칠 때까지 입환 작업 일체를 전면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