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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한당' 감독, 설경구에 '웃어주세요'라고 주문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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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한당' 감독, 설경구에 '웃어주세요'라고 주문한 이유

    [노컷 인터뷰] '불한당' 한재호 역 배우 설경구 ①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에서 재호 역을 맡은 배우 설경구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17일 개봉하는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감독 변성현)은 그 제목에 맞게 '나쁜 놈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범죄조직의 1인자를 노리는 한재호(설경구 분)와 세상 무서운 것 없는 패기 넘치는 신참 조현수(임시완 분)의 의리와 배신을 그린 작품이다.

    마약 밀매를 하는 폭력조직 오세안무역의 실세이자, 교도소 내 권력싸움을 제패한 인물인 재호는 단연 '불한당'의 포스를 내뿜는다.

    한참 어린 현수가 다소 건방지게 굴어도 허허 하고 웃어주는 느물느물함과, '사람'이 아니라 '상황'을 믿어야 한다고 충고하는 냉정함을 모두 갖춘 재호를, 설경구는 특유의 스타일로 소화해냈다.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불한당'의 주인공 재호 역을 맡은 배우 설경구를 만났다. 그는 불과 두 달 전에 개봉한 '프리즌'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여 처음엔 작품 제안을 받고도 물음표가 떴었다는 얘기부터, 감독이 자신에게 '웃음'을 주문한 이유까지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 '불한당'은 개봉 전에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공식 초청됐다. 시나리오 보면서 '칸 갈 수 있겠다' 생각했나.

    책(대본)은 잘 읽혔다. 하지만 '왜 이 이야기를 또 하려고 하는가?'에 대해서는 저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들이 생각하고 있었다. 다른 이야기여도 자칫하면 똑같은 이야기로 포장될 수 있었고, (비슷한 범죄물) '프리즌'이 크랭크인된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프리즌'보다 개봉도 한두 달 늦고 책만 봐서는 큰 차이를 못 느끼겠다는 마음이었다. 그랬더니 (감독이) 설득한 거죠, 저를. 저를 '빳빳하게 펴고 싶다'고 하더라. 따로 만나서 꽤 오래 새벽까지 술 마시면서 얘기를 했는데, 되게 자기 확신이 있더라. 얘기를 하면 할수록 되게 솔직하고 매력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찍고 공개하면서도 자신없으면 자신없다고 할 만큼 포장이 전혀 없는 감독이다.

    ▶ '프리즌'보다 늦게 개봉했는데 걱정되진 않았나.

    (이야기) 시작이 똑같고 가다가 (내용이) 확 틀어진다. 어쩔 수 없다. (웃음) 내가 어떡해. (웃음) 내가 볼 땐 달라요.

    ▶ 그럼 영화 출연을 마음먹고 나서는 되돌아보지 않고 참여한 건가.

    했었죠. (웃음) 그래도 콘티 작업할 때부터 믿음을 준 영화다. 감독이 상업영화 제작한 경험이 많지 않아서 자기 팀(함께하는 제작진)이 없다. 요즘은 조명, 촬영이 다 같은 팀으로 가거든요. 근데 ('불한당') 조명감독이 오아시스 막내, 역도산에서 세컨드였던 친구라 되게 반갑더라. 또, 미술감독이 콘티 작업부터 같이 했는데 그때부터 미장센을 딱 생각했던 것 같다. 잘 얘기되는 것도 있지만 의견이 갈려서 한 커트도 진전 못하는 씬도 있었다. 아무튼 (변 감독을 볼 때) 고등학교 시절 어떤 친구가 뭐 하나에 딱 꽂혀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거기에 꽂혀서 그 얘기만 나오면 피치가 확 올라오는 것 같은… 그래서 저는 촬영장 가는 게 재미있고 기대됐다. 촬영장 분위기가 상당히 젊었다는 느낌이다.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에서 재호 역을 맡은 배우 설경구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 액션이 많이 나오는 영화였다. 개인적으로 준비한 것이 있나.

    개인적으로 준비한 건 거의 없다. 팔뚝, 가슴골 키워달라는 얘기만 들었다. 실버스타 스탤론 그런 느낌으로 꼭 가야 한다고 (감독이) 강조했다. 그걸 교도소 철창을 붙잡고 해야 한다. (웃음)

    ▶ 외롭게 혼자 컸고 사람을 믿지 않는다는 점에서 역도산 캐릭터와 비슷하다고 느꼈다.

    (역도산 캐릭터는) 생각 안 해 봤다. 연상 안하고 찍은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사회 때) 감독님이 (재호와 현수의 관계에서) '로미오와 줄리엣' 떠올렸다고 했는데 촬영 전에 안 듣길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들었다면) 정말 복잡했을 것 같다.

    ▶ 느물느물하고 껄렁껄렁한 톤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웃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가볍게' 가고 싶었다. 거기에 참 불편한 웃음이 붙여지면서… (캐릭터가 완성됐다) 웃음으로 장막을 치면서 가볍게 포장하려 했던 거다. 몽타주 씬 찍을 때 2초 동안 뭐하지 했는데 그냥 웃자고 마음먹고 되바라지게 웃어줬다. 처음 지문엔 '웃는다'가 없었다. (나중에는 감독이) 그게 마음에 든다면서 '웃어주세요' 하고 그때그때 얘기하더라.

    ▶ 구체적인 연기 방향을 어떻게 잡았는지 궁금하다.

    속내를 안 보여주고 싶었다. 재호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라야 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 영화 보면서 아쉬운 부분을 말하기도 했는데.

    현수에 대해 흔들리고 고민하는 장면, 라이벌에게 기름 부어서 고통을 주는 장면에서 '더 갖고 놀았어야 되는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영화 볼 때) 저만 봤다. 전체가 아니라 계속 저만 보게 되더라.

    ▶ 임시완과 같이 한다고 했을 때 기분이 어땠나.

    ('불한당'은) 현수의 성장담 같은 영화고 저는 멘토 역할이었다. 다 완성된 성장담은 아니고, 사회 첫발을 디딘 미생의 모습에서 거친 사내의 모습으로 가는 과정이라고 봤다. 현수도 계속 버림받지 않겠나, 재호처럼.

    ▶ 임시완을 처음 봤을 때 느낌은 어땠나. 연기하면서 그 느낌이 달라졌나.

    청년. 맑은 청년 같았다. 이 영화가 현수의 성장담이기도 하지만 '맑은' 임시완의 성장담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한참 가야 할 배우니까. 근데 맑은 청년이라고 했더니 자기 절대 그런 사람 아니라고 하더라. (웃음) 안 맑아지겠죠, 살면서. 세상이 어떻게 맑게 두겠어요. (웃음) (시완이는) 되게 열심히 한다. 모든 배우들이 열심히 하고 잘했지만.

    (인터뷰 ② 설경구 "어느덧 쉰 하나, 이젠 오래 남는 작품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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