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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성추행 대자보…'공론화' vs '마녀사냥'



인권/복지

    대학 성추행 대자보…'공론화' vs '마녀사냥'

    지난달 13일 서울 연세대 교내에 붙은 '성희롱 고발' 대자보. (사진=황영찬 수습기자)

     

    지난달 21일, 서울 연세대학교 학생 A(24) 씨가 단체카카오톡방(단톡방) 성희롱 사건의 가해자로 거론돼 자살을 시도했다.

    A 씨는 자신의 SNS 유서에 '대자보가 붙은 이후로 학교에서 마주치는 사람마다 자신에 대해 수군거리는 것 같았다'고 밝혔다. 대인기피증을 호소하기도 했다.

    해당 대자보에는 남학생들끼리 모인 단톡방에서 같은 과 여학생을 상대로 한 성희롱성 발언과, 과내 행사에서 성추행을 벌였다는 내용 등이 담겨있었다.

    대자보에 가해자에 대한 신상정보는 없었지만, 학내에서는 이미 해당 학과와 관련자 신상 등이 모두 공공연히 알려진 상태다.

    지난해 11월에는 이 대학 단과대 회장선거에 출마한 B 씨가 성희롱 고발 대자보에 적힌 자신의 이름 때문에 선거를 포기하고 휴학을 해야만 했다. B 씨는 사건이 발생한 장소에는 있었지만 실제 성희롱성 발언은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대학 총여학생회 역시 "관련된 다른 정황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동석자를 '가해자'라 명명한 대자보를 면밀한 검토 없이 게시한 행위는 분명 섣불렀으며 부당했다.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정확한 사실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대자보 때문에 성희롱 가해자로 몰린 학생에게 학교 총여학생회가 공식 사과문을 냈다. (사진=해당 학교 총여학생회 페이스북 캡처)

     

    ◇ '공론화냐 마녀사냥이냐…'엇갈리는' 학생 반응

    성관련 사건을 대자보에 싣는 것을 두고 학생들의 반응은 팽팽하게 엇갈렸다.

    홍익대 화학공학과의 김혜진(21) 씨는 "대자보를 붙이면 피해자 스스로도 자신이 알려질 가능성을 인지할 것이다. 이를 감수하더라도 알리고 싶은 마음에 공감한다"며 대자보 취지에 찬성했다.

    서강대 경제학과에 재학 중인 김 모(23) 씨는 "대자보를 통해 성문제가 대중화되면 관련 피해가 줄어들고 사람들도 조심스러워질 수 있다"며 대자보의 순기능을 강조했다.

    같은 대학 종교학과의 황 모(20) 씨는 "성범죄는 피해자뿐 아니라 학교 공동체 전체에 피해를 입히는 것이기 때문에 공개적인 처벌로 책임을 지워야 한다. 공론화되지 않는다면 가해자가 제대로 반성할지도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반대로 대자보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학교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들. 대자보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는 학생들이 많았다. (사진=해당 학교 커뮤니티 캡처)

     

    의 허 모(22) 씨는 "적당한 선에서 처벌을 요구할 수는 있는데, 대자보를 붙이면 '신상털기'가 가능해진다. 대자보 방식은 너무 '나간 것' 같아 보인다"고 말했다.

    연세대에 재학 중인 이 모(28) 씨는 "잘못과 그에 대한 응당한 조치 사이에 균형이 있어야 하는데, 학교 전체에 알려진다는 것은 과잉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대학 커뮤니티 사이트에선 "여론에 몰려 자살까지 시도했다는 것 자체가 '마녀사냥'의 가능성을 내포한 것", "가해자를 옹호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너희 한 번 제대로 'X돼 봐라'는 것"이라는 비판글이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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