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근 매각한 삼성동 자택에 거액의 현금을 보관했다는 정황이 법정에서 드러났다.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 씨는 2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 씨의 뇌물 혐의에 대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은 취지로 증언했다.
장 씨는 지난해 12월 4일 검찰 조사 당시 검사실에서 최 씨와 만난 상황을 자세하게 진술했다.
당시 장 씨는 무릎을 꿇고 펑펑 울면서 "살려달라"고 애원했고, 최 씨도 울면서 "너가 무슨 죄가 있냐. 내 심부름을 한 것인데"라고 답했다.
이어 최 씨는 장 씨 옆에 앉아 담당 검사에게 '장 씨의 혐의'에 대해 물었고, 검사가 설명하는 사이 A4용지를 반으로 접어 볼펜으로 메모를 하기 시작했다.
장 씨가 글씨를 잘 알아보지 못하자 최 씨는 검사에게 '물을 먹고 싶다'고 말했고, 검사가 바로 옆 정수기에서 물을 뜨는 사이 '삼성동 2층 방, A(정유라 씨 아들 이름) 유치원'이라고 또박또박 적었다.
장 씨가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다고 물음표를 그리자, 최 씨는 다시한번 검사에게 '물을 먹고 싶다'며 자리를 뜨게 한 뒤 귓속말을 속삭였다.
'잘들어. 삼성동 2층 방에 돈이 있어. 열쇠는 방 과장(최 씨 운전기사)에게 있어. 유연(정유라 씨의 개명 전 이름)이랑 A를 그 돈으로 키워."
최 씨는 할 말을 다 마치지 못한 듯 다시 검사에게 '장 씨에게도 물을 가져다 달라'고 해 자리를 비운 사이 "삼성동 경비는 너를 모르니 그게 문제네. 이모 심부름을 왔다고 해"라고 지시했다.
장 씨는 박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시절 출입기자들을 삼성동 자택으로 불러 식사를 할 때, 일을 도와준 적 있었기 때문에 최 씨가 말하는 '삼성동'이 박 전 대통령의 삼성동 자택이라고 인식했다.
장 씨는 "삼성동 자택에 거액의 현금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누구의 돈인지, 현재도
그 돈이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 씨가 보유했던 외환은행 대여금고에 1억 원짜리 수표 10장이 있던 사실도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