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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가 직접 밝힌 '이대호 효과'의 실체



야구

    이대호가 직접 밝힌 '이대호 효과'의 실체

    '마지막까지 최선 다하면 기회는 온다' 롯데 이대호는 올 시즌 깊었던 거인 군단의 잠을 확 깨우며 초반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4일 삼성과 홈 경기에서 역전타를 때린 뒤 환호하는 모습.(부산=롯데)

     

    '거인 군단' 롯데가 달라졌다. 최근 몇 년 동안 보였던 무기력한 모습이 사라지고 끈질긴 근성으로 화끈한 야구를 펼치면서 비로소 구도(球都) 부산 연고팀다운 면모를 보이고있다.

    '5-7-8-8' 최근 4년 동안 가을야구에서 소외됐던 롯데였다. 그런 롯데는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에서 초반이지만 2위를 달리고 있다. 9승4패, 승률 6할9푼2리로 kt와 함께 공동 2위다. 1위는 지난 겨울 알찬 보강을 하면서 우승후보로 꼽힌 KIA(10승3패)로 승차는 1경기다.

    가장 큰 원인은 진짜 '거인'의 복귀로 꼽힌다. 5년 동안의 해외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빅 보이' 이대호(35)다. 일본 최고 타자로 군림하고 메이저리그(MLB)에서도 상당한 존재감을 보인 이대호가 친정팀으로 돌아온 이후 팀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른바 '이대호 효과'다. KBO 리그 최고 타자인 것은 분명하지만 단지 그것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기운을 팀에 주고 있다는 평가다. 그렇다면 이대호가 본 '이대호 효과'의 실체는 무엇일까.

    ▲"최선 다했다면 져도 괜찮아…즐겁게 하자"

    이대호의 호성적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난해 롯데 4번 타자 황재균(샌프란시스코)보다 나은 수준 정도로 전망했다. 황재균이 지난해 타율 3할3푼5리 27홈런 113타점을 올린 점을 감안하면 타율 3할-30홈런-100타점은 기본이라는 것이었다.

    초반이지만 이대호의 성적은 '크레이지 모드'였던 2010년을 방불케 한다. 올해 이대호는 타율(4할7푼8리), 홈런(5개), 안타(22개), 득점(14개), 출루율(5할7푼9리), 장타율(8할4푼8리)로 6개 부문에서 1위다. 타점만 12개로 닉 에반스(두산)보다 2개 적다. 도루를 뺀 전인미답의 타격 7관왕을 이룬 7년 전과 비슷한 페이스다.

    하지만 이대호의 진가는 숫자에 있는 게 아니라는 의견이다. 구단 관계자는 "이대호가 주장으로서 더그아웃에서 분위기를 이끌어주는 역할이 더 크다"고 말한다. 이기면 기운을 더 북돋워주고 져도 꿋꿋함을 유지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롯데는 주중 SK와 인천 원정에서 위닝시리즈를 내줬다. 첫 경기를 이겼지만 이후 내리 1점 차 아쉬운 패배를 안았다. 모두 9회 동점을 만들었으나 12일은 연장 12회, 13일은 9회말 끝내기 패배를 안았다. 충격이 큰 만큼 후유증이 오래갈 수 있었다.

    롯데 주장 이대호가 15일 삼성과 홈 경기를 역전승으로 마친 뒤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부산=롯데)

     

    하지만 롯데는 주말 삼성과 사직 홈 3연전에서 위닝시리즈를 예약했다. 14일은 1점 차 열세던 경기를 경기 후반 뒤집었고, 15일도 역시 선취점을 내주고 경기 중반 동점을 허용했지만 후반 뒷심으로 승리했다. 주중 끝내기 패배의 여파가 무색할 정도였다.

    이대호의 구심점 역할이 컸다. 13일 끝내기 연패를 안고 부산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이대호는 선수들을 격려했다고 한다. 15일 경기 뒤 이대호는 그때의 상황을 전했다. "뒤지던 상황에서 포기를 한 게 아니라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진 것은 어쩔 수 없다"면서 "이기는 팀이 있으면 지는 팀도 분명히 있으니 졌다고 신경쓰거나 분위기 죽이지 말고 즐겁게 하자고 했다"는 것.

    이대호는 "연패하고 왔는데 어제도 역전을 당했다가 집중력을 발휘해서 이겼다"면서 "선수들 다같이 해보자는 마음이 있고 다같이 집중력을 키웠다"고 강조했다. 이어 "투수들도 잘 막아주고 하니까 기분이 좋다"고 웃었다. 연패해도 연승할 힘을 갖추게 된 롯데다.

    ▲"친구들도 잘 해서 기분이 좋다"

    '이대호 효과'는 솔선수범에서 기인한다. 일본을 정벌하고 돌아온 최고의 선수가 사력을 다해 플레이를 펼치니 후배, 동료들이 따라오지 않을 수 없다.

    15일 7회말 득점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4-3으로 불안하게 롯데가 앞선 가운데 이대호는 선두 타자로 나섰다. 이대호는 우중간 안타성 타구를 날렸지만 상대의 수비 시프트에 걸렸다. 외야에서 준비하고 있던 2루수 조동찬이 몸을 날려 잡아냈으나 송구가 빗나갔다. 이대호가 나름 열심히 달린 탓도 있었다.

    이는 예열에 불과했다. 이대호는 2사 뒤 나온 이우민의 우중간 3루타 때 1루에서 홈까지 그야말로 혼신의 역주를 펼쳤다. 다른 선수야 수월할지 모르나 130kg 안팎의 거인 이대호에게는 여간 힘든 게 아니었을 터. 쐐기 득점을 기록한 이대호는 더그아웃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드디어 다 왔다' 이대호가 15일 삼성과 홈 경기에서 7회 이우민의 3루타 때 1루에서부터 사력을 다해 뛰어 홈을 밟아 쐐기득점하고 있다.(부산=롯데)

     

    경기 후 이대호는 "힘들어 보였는데 어땠느냐"는 취재진의 농담섞인 질문에도 진중한 표정으로 "(1점 차의) 중요한 시기라서 내가 발은 빠르지 않지만 최대한 뛰어보자 했다"면서 "득점이 돼서 다행"이라고 답했다. 이어 "힘든 시기에 연승을 해서 기분이 좋다"고 거듭 말했다.

    최고의 위치에서 동료들을 함께 끌어올리는 '선도 효과'도 크다. 엄청난 성적이 동료들을 자극해 동반 상승하는 것. 특히 동기들과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이대호의 초등학교 동창이자 2001년 롯데 입단 동기인 이우민은 올해 커리어 하이 페이스다. 타율 3할8푼2리, 출루율 4할4푼7리 1홈런 5타점 7득점을 기록 중이다. 15일 경기도 슈퍼 캐치와 쐐기 3루타로 승리를 이끌었다. 모범 FA(자유계약선수)로 꼽히는 동기 최준석도 타율 3할8리 2홈런 10타점으로 이대호의 뒤를 든든히 받치고 있다.

    '2001년 3인방' 15일 공수에서 맹활약하며 팀 승리를 이끈 35살 동갑내기 3인방 이대호(왼쪽부터), 최준석, 이우민.(부산=롯데)

     

    이에 대해 이대호는 "롯데에 복귀하면서 친구들에게 '눈치 보지 말고 우리 할 것만 하자'고 했다"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친구들에게 편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런 부분에서 친구들이 자신있게 야구하는 것 같고 성적으로 나타나니까 나도 기분이 좋다"고 빙그레 웃었다.

    전설 이승엽(41 · 삼성)과 함께 최고 선수로서 한국 야구에 대한 책임감도 잊지 않고 있다. 이대호는 "승엽이 형이 최근 야구 관중이 많이 줄어든 데 대해 안타까워 하더라"면서 "팬 분들이 야구장을 많이 찾아주셔야 선수들도 힘을 낸다"며 성원을 당부했다.

    이런 점에서 '이대호 효과'는 또 있다. 흥행이다. 롯데 구단은 이대호가 가세한 올 시즌 목표 관중을 지난해 85만여 명에서 100만 명으로 잡았다. 구단 관계자는 "부산 지역 경기가 잘 살지 않아 매진은 아직까지 없다"면서 "그래도 이대호가 복귀하면서 관중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날 사직구장에는 2만3997명의 팬들이 모였다. 이대호는 "팬들이 응원해주시면 선수들이 힘을 더 내서 뛴다"면서 "또 우리가 최선을 다하면 팬들도 더 많이 찾아와주실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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