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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사진 안 젖은 게 그렇게 좋더라"…"이젠 만나자"



사건/사고

    "딸 사진 안 젖은 게 그렇게 좋더라"…"이젠 만나자"

    • 2017-04-16 06:00

    미수습자 가족에겐 의미없는 '3'주기…여전히 2014년

    세월호 참사 3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오후 목포신항에서 미수습자 허다윤 양의 부모 허흥환 씨와 박은미 씨가 세월호를 바라보고 있다. 황진환기자

     

    3년째 미수습자 허다윤 양의 어머니 박은미(47) 씨의 기도는 한결같다. 첫째, 다윤이를 빨리 찾아서 집에 가는 것. 둘째, 다윤이 뿐 아니라 미수습자 9명을 모두 찾는 것. 셋째, 자신처럼 아픈 사람이 다시는 나오지 않는 것.

    15일 CBS노컷뉴스 취재진과 만난 박 씨는 "저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곳에서 1분 1초라도 빨리 다윤이를 찾고 싶다"며 울먹였다.

    '참사 3주기'라고 하지만 미수습자 가족에게는 어떤 의미도 없다. 아직도 딸을, 남편을, 동생을 기다리는 미수습자 가족들은 3년을 하루같이, 매일을 4월 16일같이 살고있기 때문이다.

    다윤 양은 착한 딸이었다. 학교에 다녀올 때면 엄마에게 마중 나와 달라고 문자를 보내는 싹싹한 딸이기도 했다. 그런 다윤 양을 잃은 박 씨는, 3년이 흘러 2017년 4월 16일이 됐지만 여전히 2014년 4월 16일에 머물러 있었다.

    "우리를 유가족으로 만들어줘요."

    박 씨는 딸 다윤 양을 하늘로 '보내줄 수 있기를' 꿈꾼다. 유일한 소망은 '미수습자 가족에서 유가족이 되는 것'. 그는 "가슴 아픈 얘기고, 유가족들에겐 미안한 얘기겠지만 다윤이를 찾으면 갈 곳은 거기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직도 녹아내릴 심장이 있냐고 어떤 사람이 묻더라고요. 피가 마르고 심장이 녹아내려요. 차라리 저보고 빨리 들어가서 내 딸 찾으라고 했으면 좋겠어..."

    이런 다윤 엄마를 곁에서 지키고 있는 남편 허흥환(53) 씨의 마음도 미어진다. 여전히 길에서 다윤 양과 닮은 아이를 보면 저도 모르게 쫓아가보곤 하는 허 씨. '학교 다녀오는 길인가보네'하며 혼잣말을 중얼거리기도 한다.

    딸을 그리는 마음이 커질수록 사람들에게 버림받았다는 마음도 커졌다. 세월호특별법 제정부터 인양의 순간까지 "아직도 배 안에 사람이 있다"며 스스로 목소리를 내던 미수습자 가족들. 그들은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느꼈다.

    "그래도 인양이 됐으니 지금은 아빠 옆에 있는 거잖아요.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찾아줄 테니 만나자고..."

    허 씨는 매일같이 낡고 녹슨 세월호를 보며 한 가닥 희망을 다잡는다.

    사진= 강혜인 기자

     

    ◇ 작업자 안전 누구보다 바라는 미수습자 가족

    같은 날 취재진과 만난 은화 양의 어머니 이금희(47) 씨는 인터뷰 내내 눈물을 보였다. 이 씨는 "3주기에는 솔직히 신경이 안 쓰인다"며 "당장 배 세척하고 방역하는 것에만 온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며칠 전에 비가 와서 숙소 옆에 걸린 은화 사진을 슥 만졌는데 사진이 안 젖은 거예요. 그게 그렇게 좋은 거야, 내 딸 현수막이 안 젖은 게...그래서 '와! 안 젖었다!' 이러면서 좋아하다가, 돌아서서 그게 또 서러워서 한참을 울었어요."

    차가운 물속에 있었을 딸을 생각하며 사진이 빗물에 젖지 않아 기뻐하다가도 주저앉아 우는 이 씨. 딸을 잃은 마음은 '단장, 창자가 끊어지는 아픔'이다. 이 씨는 때로 숨이 멎을 정도의 가슴 통증도 느낀다.

    "은화가 못 오면 내가 그냥 이렇게 가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이런 생각도 해요. 은화의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거, 쉬운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힘들어요, 사실은 많이."

    이 씨도 사람들에게 버려졌다고 느꼈고 배 안에 은화를 너무 오랫동안 뒀다며 죄책감을 느꼈다. '차라리 은화를 낳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딸을 잃은 고통은 컸다.

    직접 들어가 딸을 찾아오고 싶지만 차마 작업자들이 다칠까 봐 보채지도 못하는 이 씨. "소리 지르고 싶기도하고, 조르고 싶기도 하지만 내 가족이 소중한 만큼 다른 가족도 소중하니까 그러지 못한다"며 울먹였다. 이 씨는 누구보다도 수색 작업자들이 안전하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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