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이 11일 발표한 언론부역자 2차 명단. KBS, MBC, SBS, YTN 등 4개 언론사 전·현직 언론인과 언론관계자 50명이 포함됐다. (사진=김수정 기자)
MBC 김장겸 사장, KBS 길환영 전 사장, YTN 김백 전 상무, SBS 최금락 전 보도본부장 등 총 50명이 언론장악 부역자 2차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 이하 언론노조)은 11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언론장악 적폐 청산을 위한 부역자 명단 2차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공개된 명단에는 MBC 23명, KBS 20명, YTN 5명, SBS 2명 등 총 50명의 전·현직 언론인 및 언론 관계자들이 포함돼 있다. 언론노조는 △언론의 정치적 독립 훼손 △보도 공정성과 제작자율성 침해 △언론인 탄압 주도 등 3가지를 기준으로 전·현직 경영진과 이사회 이사, 보도책임자들을 대상으로 2차 명단을 정리했다.
구체적으로, MBC에서는 김장겸 사장, 최기화 기획본부장, 오정환 보도본부장, 권재홍 전 부사장, 김현종 목포MBC 사장, 윤길용 MBC NET 사장, 이진숙 대전MBC 사장, 김철진 원주MBC 사장, 정연국 전 시사제작국장, 전영배 전 보도본부장, 심원택 여수MBC 사장, 김재철 전 사장, 김종국 전 사장, 박용찬 논설위원실장, 문호철 보도국장, 박상후 시사제작1부장, 박승진 워싱턴 특파원, 김소영 사회1부장,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 김재우 전 이사장, 김문환 전 이사장, 김광동 이사, 유의선 이사 등 23명이 이름을 올렸다.
KBS에서는 이병순 전 사장, 김인규 전 사장, 길환영 전 사장, 조대현 전 사장, 유재천 전 이사장, 손병두 전 이사장, 이길영 전 이사장, 권혁부 전 이사, 변석찬 이사, 차기환 이사, 조우석 이사, 전홍구 감사, 금동수 전 부사장, 김인영 전 보도본부장, 이화섭 전 보도본부장, 임창건 전 보도본부장, 조인석 제작본부장, 정지환 통합뉴스룸국장, 민경욱 전 '뉴스9' 앵커, 이현주 대구총국장 등 20명이 선정됐다.
YTN에서는 김백 전 상무, 홍상표 전 상무, 윤두현 전 보도국장, 이홍렬 상무, 류희림 전 경영기획실장 등 5명이, SBS에서는 최금락 전 보도본부장, 하금렬 전 사장 등 2명이 꼽혔다. 이들의 보도 공정성 및 제작자율성 침해 행위는 언론노조 홈페이지에 게시돼 있다.
(링크)◇ "'민주주의의 적' 낱낱이 기록하고 역사로 남겨야 한다는 판단"김환균 위원장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일어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은폐 혹은 왜곡하거나 무관심, 방치해왔던 언론에 대해 우리 사회 전체가 반성을 요구했다. '언론도 공범'이라는 구호에 그런 요구가 잘 요약돼 있다고 생각한다"며 "언론자유, 언론독립, 공정보도 등을 훼손한 '민주주의의 적'들에 대해 낱낱이 기록하고 역사로 남겨야 한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명단 발표하는 이유는 이들이 미워서가 아니다. 헌법적 가치인 언론자유를 확보해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라며 "언론 부역자들을 청산하는 것은 시대적 사명이고, 그래야만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언론자유가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2차 명단을 발표하면) 집단적으로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말도 들려오는데,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다. 자숙하고 반성해야 할 사람들이었다면 이런 일도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라며 "소송을 제기한다면 명확한 객관적 증거를 갖고 이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부역을 했는지 법정에서 기꺼이 다툴 생각"이라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11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언론장악 적폐 청산을 위한 부역자 명단 2차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석자들이 '언론장악 방지법 통과, 언론적폐 부역자 청산'이라고 쓰인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김수정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새노조) 성재호 본부장은 "부역이란 무엇일까.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막아 제대로 된 여론을 만들지 못함으로써, 전체적으로 국가와 민족에 막대한 해를 입히는 행위가 아닌가 싶다"며 "(책임자 선정 과정에서 저희는) 공정성 담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나 절차를 거치지 않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했다"고 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김연국 본부장은 "부끄럽고 참담하다. 이들은 민주주의와 언론자유를 명령한 헌법과 방송자유와 독립성을 명령한 방송법, 철저한 사실확인 보도를 명령한 방송보도준칙을 어겼다"며 "공영방송이 권력에 장악되고 몇몇 경영진의 사적 도구로 악용되는 이 역사를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윤창현 본부장은 "MBC, KBS의 부역자들이 권력의 수단으로 활용됐다면 SBS에서 언론인 생활을 마감하거나 청와대로 가신 분들은 타락한 권력의 핵심이 되어서 스스로, 전체 언론지형 망가뜨리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가장 책임이 큰 언론사가 SBS가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박진수 지부장은 "통합을 얘기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적폐 청산은) 미래를 향한 발걸음"이라며 "홍상표, 윤두현 씨는 회사 팔고 보도 팔아서 청와대에 갔다는 거다. 이런 일이 다신 일어나선 안 된다. 언론부역자 청산 문제를 짚고 넘어가지 못한다면 (시민들은) 다시 광장에 나올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PD연합회 오기현 회장은 "보도 부문에서의 공정방송 훼손 행위는 직접적이지만 PD의 제작 방해 행위는 간접적이어도 훨씬 더 강력하다"며 "국정농단 행위가 지속되어 온 책임이 (언론에) 있다는 지적에 대해 책임 통감하고, 반성과 재출발하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3차 명단 발표 예정… 일부 노조에서는 내부 백서 발간 계획도언론노조는 지난해 12월 14일 1차 명단(10명), 오늘 2차 명단(50명)에 이어 조만간 3차 명단 발표도 계획하고 있다. 200여 명에 달하는 언론장악 부역자 비공개 DB를 구축 중이며, 3차 명단에는 정치인, 방통위·미래부 관료, 방송·언론학계 인사들이 중점이 될 예정이다.
또한 새노조와 SBS본부는 각각 자체적인 작업을 통해 사내에서 벌어진 언론장악의 흔적을 내부 기록으로 남길 계획이다. 새노조는 올해 안에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일어난 언론장악 역사를 정리한 백서 제작 및 아카이브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SBS본부는 김성우 홍보수석 재임 시절 SBS 보도가 어떤 식으로 망가졌는지 그 내용과 기사 출고과정에서 벌어진 일을 당사자 증언을 포함해 기록으로 남기겠다는 설명이다.
한편, 언론노조는 오는 13일 '19대 대선 공약 미디어 정책 제안'을 발표한 후, 모든 대선주자 캠프에 이 내용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발표한 언론부역자 명단을 함께 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