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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배신자" 외침 앞에 선 유승민…"그냥 두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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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포] "배신자" 외침 앞에 선 유승민…"그냥 두이소"

    보수의 심장 대구서 걷고 또 걷고…'1만보 유세'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3일 대구 서문시장에 방문해 시민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유승민 대선캠프 제공)

     

    "하이고, 욕본다. 난 다 알고 있다카이"

    한 60대 상인이 바른정당 대선주자인 유승민 후보의 손을 잡고 덕담을 건넸다. 왜 박근혜 전 대통령과 그가 멀어졌는지, 왜 탄핵을 주도할 수 밖에 없었는지 다 알고 있다는 뜻이 함축된 한 마디였다.

    허리를 굽힌 유 후보는 "오늘의 명언이네요, 잘 하겠심니더"라고 답했다. 이들의 뒷편에서는 "배신자"라는 앙칼진 외침이 울려퍼졌다. 보수의 심장 대구, 거기서도 한복판인 서문시장의 민심과 유 후보가 3일 마주했다. 대선후보로 선출된 그에게 이곳은 반드시 넘어서야 할 큰 산과도 같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직언을 아끼지 않으며 비박의 길을 걷게된 그에게는 '소신의 정치인'이라는 꼬리표가 달렸지만, "배신의 정치"라는 '박근혜의 낙인'도 아직 유효하다. 박 전 대통령을 탄생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대구에서는 아직도 그가 유 후보를 향해 남긴 이 한 마디가 회자되고 있다.

    3일 대구 서문시장에 방문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유승민 대선캠프 제공)

     

    유 후보는 이날 3시간 넘게 시장 구석구석을 누볐다. 걷다가 누가 부르면 멈춰서고, 되돌아가서 고개를 숙였다. 검은색 구두 앞코가 하얗게 까졌고, 그를 따르는 수행원들은 잠시 멈춰섰다 걷다를 반복했다.

    '혹시 불상사가 생기지 않을까'라는 캠프 일각의 우려도 있었지만, 상인들은 대체로 그를 반겼다. "나 미국식으로 하고프다"라며 덥썩 유 후보를 껴안기도 하고, "손이 명주처럼 보드랍소"라며 손을 잡아 세웠다. 한 30대 남성이 "딸 보러 왔는데, 같이 안 왔심니꺼"라고 말하자 여기저기 웃음소리가 번졌다.

    한 남성은 "박근혜가 유승민이 말 들었으면 이래 됐겠나. 바른말만 하는 사람에게 배신자라 카는 건 말이 안 되는기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곳곳에서 "대구의 대변인, 바른소리하는 유승민", "새로운 거 꼭 하셔야 됩니데이, 안 되면 큰일난다"는 격려가 뒤따랐다.

    또 한편에서는 10여 명이 유 후보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연신 "배신자"라고 외쳤다. 이들은 바른정당 의원들을 향해 물을 뿌리기도 할 정도로 격렬하게 반발했다. 주변 상인들이 "자꾸 소리지르면 박근혜 대통령 욕 먹이는기라", "이게 뭔 망신이고"라며 말려보기도 했지만 소용없었다.

    한때 열성 지지자들이 연신 "유승민" 외치며 이들과 대치, 긴장이 고조됐지만 유 후보는 "그냥 욕하도록 두이소"라며 대응을 자제할 것을 호소했다. 종종 행인들의 입에서 욕설과 함께 "여가 어데라고 왔노"라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그럴 때마다 유 후보는 "예, 알겠습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보수후보 단일화와 관련해서도 "꼭 단일화 해야한다. 안 그럼 나라 뺏긴다"는 조언도 나왔지만 유 후보는 "절대 합치면 안 된다"는 김밥가게 여주인의 말에 "명심하겠다"고 답했다.

    이처럼 복잡하게 얽힌 대구 민심 한 가운데 선 유 후보는 마이크를 잡고 외쳤다. 그는 "저, 자신 정치를 하면서 늘 당당하고, 떳떳한 보수의 적자라고 믿어왔다"며 "저 유승민은 대구의 아들이다"라고 했다. 청중의 입에서 하나 같이 그의 이름이 터져나오자 굳어있던 그의 입가에도 엷은 웃음이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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