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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에 공 넘긴 선체조사위…'방패막이' 자처하나



사건/사고

    해수부에 공 넘긴 선체조사위…'방패막이' 자처하나

    M/T도입·일방적 천공도 검토 계획 無… 유가족 "해수부가 조사위 뒤로 숨고 있다"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김영모 부위원장(한국해양수산연구원 명예교수)

     

    선체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가 공식 출범했지만, 여전히 해양수산부의 '일방통행' 인양 작업을 검토조차 제대로 못하면서 '해수부 방패막이'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조사위 김영모 부위원장(한국해양수산연구원 명예교수)은 2일 오후 목포 신항에서 가진 언론브리핑에서 "(세월호) 선체 하부에 파공을 허용했다"고 밝혔다.

    "침몰원인 규명을 위해 증거인멸이 될 수 있는 선체 절단이나 손상을 일체 금지하라"던 선조위가 "대단히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표명한다"면서도 끝내 천공을 허용한 이유는 무게와 시간, 그리고 해양수산부가 이미 뚫어버린 구멍이다.

    우선 조사위에 따르면 세월호를 반잠수식 선박 '화이트마린' 호에 선적해 계측한 무게는 1만 4662t으로, 자연배수로 줄어든 1200t을 빼도 세월호 선체를 육지로 옮길 모듈 트랜스포터가 감당할 수 있는 무게까지 최소 462t의 무게를 더 줄여야 한다.

     

    해수부가 준비 중인 선체 운송장비인 모듈 트랜스포터(M/T)는 독일 '쉘레(Scheuerle)'사의 제품이다. 1축, 즉 2바퀴당 35t까지 들 수 있다. M/T 관련 기술의 원조 기업으로 통하며 업계에서도 신뢰받는 제품이라는 평이 중론이다.

    하지만 이탈리아 '코멘토(Cometto)'사에서 내놓은 M/T 중에는 1축당 55t까지 들 수 있는 제품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업계에서 주로 사용되는 제품으로, 이 경우 굳이 선체를 훼손하는 천공 작업을 강행할 필요가 없다.

    이 외에도 추가로 M/T를 더 준비해 투입할 여지는 없는지 등에 대해 해수부는 속시원한 답변을 아직 내놓지 않았다.

    그런데 조사위 측은 M/T 선정 및 준비에 대해 "사전에 해수부와 합의한 바가 없고 통지받은 바가 없다"며 "작업에 대한 실제 주체는 해수부이기 때문에 나중에 해수부에 확인해보라"는 답변을 내놨다.

    단순히 이 답변 뿐이라면 이미 조사위가 M/T 관련 작업을 검토했지만, 해수부의 책임임을 분명히 하기 위해 기술적으로 즉답을 회피한 것으로도 해석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조사위는 곧이어 "조사위가 국회에서 선출된 게 지난달 28일"이라며 "그 이전에 해수부 주도로 이뤄진 부분은 답할 수 없고, 어떻게 진행됐는가는 알지도 못한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가 그걸 검증하거나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논의가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관련 논의를 전혀 몰랐거나, 알았더라도 관련 논의를 아예 재검토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만약 시간이 넉넉하다면 천공 작업 대신 자연배수를 좀 더 기다릴 수도 있다. 하지만 물에 떠있는 반잠수선의 높이는 조석간만에 따라 달라진다. 오는 4일부터 8일까지 계속될 소조기를 놓치면 다음 소조기까지 보름을 기다려야 한다.

    시간이 흘러 펄이 다소 굳어 제거하기 힘들더라도 선체 안의 물을 증거로 조사하기 위해 기다리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하지만 선조위는 평형수 탱크의 물이 증거능력을 이미 잃었다고 판단했다.

    탱크 환기구로 물이 드나들었을 수도 있지만, 더 결정적인 이유는 이미 해수부가 선체에 구멍을 잔뜩 내버려서 더 구멍을 내도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조사위는 이에 대해 "침몰원인 규명을 위해 증거인멸이 될 수 있는 선체 절단이나 손상을 일체 금지하라고 요청했었다"며 유감을 표하면서도, 평형수 탱크의 증거능력을 일거에 상실시킨 당시의 천공 작업 특히 인양 이후 배수를 위해 시험 천공에 나섰던 일에 대한 점검 여부는 아직 밝히지 않았다.

    이처럼 해수부 결정사항에 조사위가 토를 달지 못하는 일은 이 뿐만이 아니다. 심지어 선조위가 공식 출범한 뒤에도 해수부가 선조위와 의논하지 않고 선내 화물을 제거하는 일도 벌어졌다.

    인양 도중 선적 작업에 방해된다며 선미 좌현의 램프를 절단한 바람에 생긴 구멍에는 경승용차와 굴삭기가 매달려 있었다. 그런데 해수부는 지난 1일 반잠수선 갑판 위의 작업 안전에 방해된다며 이를 제거했다.

    2일 오전 해수부 정례브리핑에서 이철조 세월호 인양추진단장은 이에 대해 "조사위에 미처 통보 못한 점은 아쉽다. 정확한 상황을 알아보겠다"면서도 조사위에 대한 사과나, 재발 방지 약속은 하지 않았다.

     

    조사위의 또다른 역할은 정부와 희생자 가족 간의 잃어버린 신뢰를 대신 짊어지는 일이다. 해수부의 결정을 점검하고 간접적으로 지도해 의심의 여지를 미리 차단하는 임무에서 비롯한 당연한 발로다.

    하지만 조사위는 "내부회의를 마치고 30분만에 브리핑을 하러 와서 가족들에게는 알리지 않았다"며 사후통보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조사위가 첫 공식활동으로 미수습자 가족을 면담할 당시, 가족들이 선체 수습방식을 사전에 합의해달라고 요구할만큼 걱정했던 '선결정 후통보'를 불과 나흘 만에 저지른 셈이다.

    급기야 답답한 세월호 유가족이 브리핑 도중 기자실까지 찾아와서 조사위에게 직접 질문을 던지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4.16가족협의회 장훈 진상규명분과장

     

    이날 세월호 유가족인 4.16가족협의회 장훈 진상규명분과장은 브리핑이 끝날 무렵 "해수부가 할 내용의 브리핑을 왜 조사위가 하느냐. 해수부가 일방적으로 내놓은 인양방식과 업체 선정 등 모든 것을 인정한 전제 아래 조사위가 활동하느냐"고 따져묻기도 했다.

    이에 대해 조사위는 "특별법에 따라 객관적으로 조사하고, 외부의 어떠한 요구, 압력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정부가 깔아놓은 장에 섰다고 받아들이지 마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RELNEWS:right}

    하지만 장 씨는 "조사위가 해수부에게 어떤 문제점이 있으니 답변을 가져와라, 가져오면 답변 내용을 판단하는 일을 해야 하는데, 엉뚱하게도 조사위가 책임자인 해수부를 대신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사위라는 조직을 만들어놓고 해수부는 뒤로 빠져버리는 모양새"라며 "해수부가 마음대로 내린 결정을 위한 '방패막이'가 생긴 것이나 다름없다. 조사위가 해수부를 방어하기 위한 조직이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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