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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지하기 쉽게" 계약서 바꾼 택배회사의 '꼼수'



대전

    "해지하기 쉽게" 계약서 바꾼 택배회사의 '꼼수'

    택배기사 수십 명 실직…공정위 "불공정 계약 소지 높아"

    노선 차량이 내려오지 않아 텅 비어있는 KG로지스 대전의 한 대리점. (사진=대리점 제공)

     

    택배 대리점 통폐합 과정에서 일방적 계약해지로 택배기사 수십 명이 일자리를 잃은 것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대리점 간 불공정 계약의 소지가 높다는 의견을 내놨다.

    앞서 KG로지스와 KGB택배가 합병되면서 일방적으로 기존 대리점 계약을 해지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었다.

    (관련기사: CBS노컷뉴스 17. 3. 22 "아내에겐 말 못했어요 " 하루아침에 일자리 잃은 40명의 택배기사 등)

    공정거래위원회 제조업 감시과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대전 서구, 중구 대리점과 KG로지스의 기존 계약서와 신 계약서를 비교해볼 때 합리적인 협의 절차 없이 계약을 변경하고 사인하도록 한 거라면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 행위에 해당할 소지가 상당히 높다"고 꼬집었다.

    기존 계약서 '계약의 해지 및 손해배상' 항목에는 "'갑' 또는 '을'이 계약 기간에 계약을 해지하고자 할 때는 계약 기간 만료 2개월 이전에 서면으로 통보하여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하지만 최근에 KG로지스와 대리점이 맺은 대리점 표준 계약서 제26조 '계약의 해지' 항목을 보면 "'을'은 다음 각호의 경우 사전 최고 없이 본 계약을 즉시 해지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일방적으로 쉽게 해지할 수 있도록 조건을 바꾼 행위는 불공정 거래 행위로 볼 소지가 있다"며 "상식적으로 봐도 대리점에 불리해 보이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또 대리점이 자발적으로 수용한 상태에서 계약을 변경했으면 문제가 없지만 마지못해 사인할 수밖에 없던 상황이라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공정위 측은 전했다.

    이에 대해 대전 서구, 중구 대리점을 운영하는 유 모 지점장은 "몇 년 전에 계약을 맺은 뒤 연장을 해왔는데 지난 1월에 갑자기 계약서를 (새로) 써야 한다고 했다"며 "통합 과정에서 대리점 일을 하지 못하게 될까 봐 불공정한 계약서여도 사인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KG로지스 측에서 KGB택배를 인수하며 내놓은 평가 기준안 역시 '허울뿐인 기준'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KG로지스·KGB택배 통합 평가 기준안에 따르면 통합의 목적은 KG그룹 내 두 개의 물류회사의 네트워크 단일화로 조직 안정성을 확보하고 물류운영 최적화를 실현하는 것이다. 단, 양사 중 한 쪽에 흡수통합 진행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KG로지스 측은 전국을 230여 개 대리점으로 지역 확정 후 지역별 후보자 선정 통합기준에 따라 분석 및 판정을 하겠다고 했다.

    지역별로 많은 대리점이 있더라도 각 대리점의 실적으로만 평가 후 비교하겠다고 돼 있다.

    특히 양사 중 일방이 흡수통합 한다는 등의 대리점 통합에 대한 유언비어 유포자를 발본색원해 심사대상에서 제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은 "허울뿐인 기준"이라며 "평가 기준에 따라서 어떻게 점수가 매겨졌고 어떤 과정을 거쳐서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을 해야 하는데 그런 이야기는 전혀 없이 일방적인 내용 증명이나 구두로 계약 해지 통보를 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유 지점장 역시 "우리 지점은 당일 평균배송 97%에 달하고 1년간 평균 집하단가 및 매출도 우수했다"면서도 "본사에 어떤 평가 기준에 미달해 지점이 해지됐느냐고 물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들은 이번 계약해지 통보가 불공정하다고 보고 KG로지스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키로 했다.

    한편 유 지점장은 해지로 인한 조직 분해, 일방적 해지로 인한 권리금의 상실, 손실된 영업상의 이익, 센터 건립, 서구와 중구 두 센터의 임대료 등을 고려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KG로지스 측은 "이미 평가 기준에 따라 평가하기로 합의한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대리점에서 원하면 언제든 평가 결과에 대해 공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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