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월호참사 유가족 천막(사진=김동빈 수습기자)
"그동안은 마음이 너무 아파 분향소에 차마 올 생각도 하지 못했다. 새벽에 뉴스에서 인양하는 모습을 보고 오늘은 꼭 용기 내서 들러야겠다고 생각했다"(이채민 씨·서울 은평구)"만감이 교차한다. 오늘은 아프고도 기쁜 날"(故혜원 아버지 유영민 씨)
세월호가 해수면을 뚫고 모습을 드러낸 23일 서울 광화문 분향소에는 인양이 순조롭게 진행되길 바라는 유가족들과 조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 다른 유가족들은 진도로 떠났지만…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월호참사 유가족 천막(사진=김동빈 수습기자)
유영민 씨를 비롯한 단원고 2학년 3반 희생자 부모 8명은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천막을 찾았다.
다른 유가족 50여 명이 전날 전남 진도 사고해역으로 떠났지만 이들은 '누군가는 광장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자리를 지킨 것.
광화문 분향소는 최근까지도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들이 조문객들을 맞기 위해 반별로 당번을 정해 자리를 지켜왔다. 이날은 3반 차례였다.
이날은 특히 앞서 시민단체 '4·16연대' 홈페이지를 통해 면담을 신청한 대학생 20여 명과의 대화가 예정된 날이었다.
학생들과의 대화를 앞둔 유 씨는 CBS노컷뉴스 취재진을 만나 "밤새 인양 과정을 TV로 지켜보면서 두렵기도 하고 한편으론 반가웠다"고 말했다.
이어 "세월호가 올라오면 앞으로 해야할 일이 더 많다"면서 "동거차도에서 추위에 떨면서 혹은 더위를 먹으면서 감시했던 것처럼 이제는 목포신항에 가서 선체조사 과정을 감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에서 최근 3년간 세월호가 '갈등의 원인'이 돼왔는데 (선체 인양이) 이 갈등을 봉합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유 씨가 학생들을 만나는 동안 다른 유족들은 분향소에서 조문객을 맞이하거나 천막 안에 둘러앉아 추모 열쇠고리를 조립하곤 했다.
천막 안에 있던 신명섭(53·故황지현 어머니) 씨는 "사고 나기 전에는 참 행복했는데 지금은 빈자리가 느껴지고 사람 사는 것 같지가 않다"면서 "(인양 후) 모두 같이 장례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수습된 신 씨의 딸 지현 양은 선체 수색을 앞둔 현재까지는 마지막 수습자로 기록되고 있다.
◇ 북적이는 분향소 "역사의 한 페이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월호참사 유가족 천막(사진=김동빈 수습기자)
선체가 3년 만에 들어 올려진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본 시민들이 분향소로 나오면서 광화문광장은 이날 오후 내내 조문객들로 북적였다.
광장을 지켜온 4·16연대 자원봉사자 장송회 씨는 "평소보다 조문객이 2~3배는 더 많이 온 것 같다"고 밝혔다. 광화문 분향소에는 하루 평균 300~500명 정도가 찾아왔다.
분향소 앞은 차례를 기다리는 조문객들로 줄이 길게 늘어섰다. 이들은 고개를 숙이고 한숨을 푹 내쉬거나 희생자 영정사진을 응시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대학생 자식을 둔 박노경(50) 씨는 "희생자 대부분이 내 아이와 또래이다 보니 정말로 더 가슴이 아팠던 것 같다"며 "정치 하는 사람들이 내 아이 내 손자라고 생각하고 진실을 밝혀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마포구 도화동에서 온 주찬희(37) 씨는 "이렇게 하루 만에 올릴 수 있는 작업이 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다음에야 가능했던 건지 의문이 남는다"고 말했다.
조문객들을 맞은 유가족들은 연신 "감사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신명섭 씨는 "참사 직후 진도에서부터 지금까지도 많은 좋은 사람들이 우리를 도와주고 계시다"고 했다. 유영민 씨는 "그분들의 마음은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