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의 회담은 향후 트럼프의 미국과 시진핑의 중국 간 ‘협력’이 얼마나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지 보여준 예고편이었다.
틸러슨 장관과 왕이 부장이 베이징 조어대(釣魚台) 기자회견에서 밝힌 양국간 합의점은 “우리는 공동 노력을 통해 북한 정부를 설득해 더 좋은 길을 선택하게 하여야 한다"는 원론에 불과했다.
틸러슨 장관은 “공동 노력을 통해 평양의 방향을 조정하고 핵무기 개발을 중단토록 하자는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이날 첫 만남에서 양국 외교 수장들은 북핵 해법과 사드 문제와 관련해 양측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것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
왕 부장은 "우리는 모든 북한 관련 안보리 결의에 대해 북한에 엄격한 제재를 하는 한편 동시에 대화와 협상을 회복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곧이어 "우리는 미국의 요청으로 3자(미·중·북) 회담을 추진했고 그 후에 6자 회담으로 확대됐으며 이런 것들은 북한과 미국의 접촉을 위한 조건을 만들어줬다"고 말해, 사실상 제재보다는 대화에 의한 문제 해결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내비쳤다.
왕 부장은 또 "미·중간 이견이 존재하는 것은 정상적이며 중국 측은 이번 회담에서 대만 문제 그리고 한반도 사드 문제에 대한 원칙과 입장을 표명했다“고 밝혀 ‘사드 절대 반대’라는 기존 입장에서 변화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모두 각종 현안에 대해 중국측이 밝힌 기존 입장에서 전혀 변하지 않은 것들 뿐이다.
전날 북한과 중국에 대한 강성 발언을 아끼지 않았던 틸러슨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급적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틸러슨 장관은 전날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 정책은 끝났다"며 북한과 중국을 몰아붙였다.
또 "군사적 갈등까지 가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북한이 한국과 미국을 위협하는 행동을 한다면 그에 대해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군사적 대응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하지만 조어대 기자회견에서는 “한국에 대한 경제적인 보복 조치는 부적절하고 유감스럽다"고 한국에서 평가한 사드 보복에 대한 언급조차 없었다.
틸러슨 장관이 현안에 대해 하고자 했던 말들은 이미 전날 한국에서 모두 하고 왔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왕이 부장이 예상대로 ‘6자회담 복귀론’을 들고 나왔지만 틸러슨 장관은 이미 한국에서 “전략적 인내는 끝났다”며 사실상 6자회담 불가론에 쐐기를 박고 온 터였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왕이 부장이 8분간 회담 결과와 중국 측 입장을 밝힌 반면 틸러슨 장관은 뒤이어 이보다 훨씬 짧은 5분만에 연설을 마친 것도 이례적이었다.
왕이 부장도 "틸러슨 장관과 한반도 핵 문제를 오랫동안 토론했는데 한두 번의 의견 교환만으로는 합의가 불가능하다"면서 험한 여정을 예고했다.
양국간 난항을 반영하듯 이날 기자회견은 시작부터 삐걱댔다.
당초 4시(현지시간)였던 기자회견 시작이 30분도 넘게 지연되면서 양측간 의견조율이 쉽지 않았음을 짐작케 했고, 늦게 시작된 회견 내내 틸러슨 장관과 왕이 부장의 얼굴은 굳어있었다.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린 회담이 무색하게 ABC, CNN, CCTV, 봉황TV, 연합뉴스 등 미리 중국정부의 허가를 받은 한·중·미 매체 10여개 사의 기자 30여명만이 회견장을 채웠으며 생중계조차 철저하게 차단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