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통사람' 스틸컷. (사진=오퍼스픽쳐스 제공)
1987년과 2017년 사이에는 30년의 간극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야 '미완의 민주주의'가 매듭지어진 현 시국이 겹쳐진다. 1987년이 배경인 영화 '보통사람'은 혼란의 시대, 평범하게 살고 싶었던 한 가장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간 굵직한 악역을 맡아 온 배우 손현주는 이번에 말 못하는 아내를 둔 강력계 형사 성진 역을 연기한다. 이번 영화를 통해 손현주는 다시 한 번 사람 냄새 나는 캐릭터로 변신할 예정이다.
그는 15일 서울 성동구 CGV 왕십리에서 열린 '보통사람' 시사회에서 "원래는 1975년도 이야기였는데 논의 끝에 배경이 80년대로 바뀌었다. 1987년의 아버지와 2017년의 아버지는 그다지 다를 것 같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 환경에서 가족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나 고민은 똑같았겠지만 판단이 잘못됐다고 느낀다"고 성진을 연기한 소감을 밝혔다.
'보통사람' 시나리오가 영화로 제작되기까지 손현주는 2년 여의 시간을 기다렸다고.
메가폰을 잡은 김봉한 감독은 "손현주가 2년이나 시나리오를 기다려줬고, 그게 버팀목이 돼서 여기까지 왔다. 솔직히 투자도 힘들었고, 시의성에 따라 제작하게 된 것은 아니"라며 "역설적인 제목을 지어보자는 충고에 따라 제목을 '보통사람'으로 했다. 보통사람으로 사는 게 가장 어렵고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 '보통사람' 스틸컷. (사진=오퍼스픽쳐스 제공)
물론 영화에는 따뜻한 정이 묻어나는 '복고' 장면도 많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중심은 국민을 도살하는 비상식적인 국가와 이에 저항하는 국민들이다.
배우 장혁은 안기부 실장 규남 역을 통해 추악한 국가 권력의 민낯을 드러낸다. 고저없는 그의 딱딱한 말투가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인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떠올리게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장혁은 "제가 맡은 역할의 사람은 어느 시대에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500년 후에도 또 누군가는 그럴 수 있지 않을까. 누군가를 모티브로 한 것은 없다. 소신과 신념을 따지면서도 소통이 불가했던 사람이라면 어떻게 말할지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영화 '보통사람' 스틸컷. (사진=오퍼스픽쳐스 제공)
◇ 1987년부터 2017년까지…그 때 그 '역사적' 순간들
고(故)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은 영화 속 중요한 사건의 모티브가 된다. 진실과 정의를 쫓는 기자 재진(김상호 분)은 사건에서 핵심적인 역할로 나선다. 최초 연쇄 살인마가 등장한 1975년 김대두 사건에서도 모티브를 가져왔다.
김봉한 감독은 "해당 사건은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을 모티브로 한 것이 맞다. '픽션'과 '팩트'의 경계에 있는 '팩션'이 맞는 것 같다. 숨겨놓은 것들을 찾아 보는 재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면서 "규남도 특정 인물을 모티브로 한 것은 아니었지만 시대를 관통하는, 우리 사회를 통제하는 어떤 시스템을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재진을 연기한 배우 김상호는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를 통해 캐릭터를 연구했다.
그는 "이 사람은 어떻게 살았을지, 정치인과 인터뷰할 때 어떻게 했을지 생각했다. '보통사람'은 단순히 내일 무엇을 먹을지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 잘 생각하고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다. 재진은 자기 일을 제대로 해내지 않을 때 주위와 사회가 어떻게 되는지 분명히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자신의 캐릭터가 가진 의미를 말했다.
국정 농단 사건의 또 다른 핵심인물, 최순실 씨가 검찰 조사실에서 곰탕을 시켜 먹었던 순간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