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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 지나친 규제, 언론에 재갈 물리는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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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짜뉴스 지나친 규제, 언론에 재갈 물리는 꼴"

    • 2017-02-09 06:00

    [페이크뉴스의 습격 ③] "의혹 보도마저 가짜뉴스로 치부하면 언론 억압 도구"

    '페이크뉴스'(fake news), 즉 가짜뉴스 탓에 한국 사회가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큽니다. CBS노컷뉴스가 '가짜' 뉴스의 '진짜' 얼굴을 추적했습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친박신문 '가짜뉴스'에 선관위 '이중잣대' 논란
    ② "가짜뉴스 불똥 튈라"…대선 앞둔 정치권 비상
    ③ "가짜뉴스 지나친 규제, 언론에 재갈 물리는 꼴"
    끝.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대선정국에서 페이크뉴스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정치권과 정부 기관의 지나친 규제가 언론에 재갈을 물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가짜뉴스의 폐해는 인정하지만, 법으로 규제할 경우 검증이라는 언론 본연의 활동과 부딪혀 언론을 위축시킬 수 있으니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례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1일 대선 불출마를 발표하며 "인격살해에 가까운 음해와 각종 가짜뉴스로 정치교체 명분이 실종됐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을 살펴보면, 턱받이와 퇴주잔 논란, 위안부 합의 긍정평가, 아들과 조카 문제 등에 대한 언론 보도를 모두 가짜뉴스로 치부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반 전 총장에 대한 가짜뉴스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를 검증하는 시도들이 자신에게 불리하다며 가짜뉴스로 몰아간 것이다.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최진봉 교수는 "페이크뉴스의 범위를 제대로 잡지 못할 경우 공직사회, 공직자 또는 정부기관의 비리·부정 의혹에 대한 기성 언론의 보도까지 억압하거나 방해하는 요소로 활용될 수 있기에 위험하다"며 "완벽하게 실체가 밝혀지지 않은 비리와 같은 부정적인 요소, 선거 후보 검증 과정에서 드러난 의혹 보도까지 페이크뉴스로 치부하면 그것 자체가 언론의 기능을 억압하는 도구가 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기자는 검찰이나 경찰이 아니기에 모든 사실 관계를 규명하고 보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니까 믿을 만한, 상당한 정도의 의심, 근거를 갖고 있다면 보도해야 하는 것이 언론의 사명"이라며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도 태블릿PC 나온 것 하나만 갖고 보도를 시작해 여기까지 왔다. 지금까지 언론이 취재해서 보도한 것을 검찰이나 특검이 나중에 수사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그런 것 자체에 너무 엄격한 규제를 들이밀다 보면 문제가 된다"고 덧붙였다.

    경기대 언론미디어학과 윤성옥 교수 역시 "현실적으로 인터넷 공간에서 '페이크뉴스가 유통되는 것을 사전에 막을 수 있느냐'를 보면 불가능하다. 확인된 사실만 인터넷에서 유통돼야 한다는 생각 역시 인터넷이라는 공론의 장이 지닌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인터넷에서 도는 허위 보도, 가짜 뉴스에 대해 바로 팩트를 체크해 줄 수 있는 공적 미디어의 역할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 "가짜뉴스 범람, 신뢰 잃은 기성언론 탓도"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지난 1일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전문가들은 가짜뉴스를 접한 독자들이 적극적인 반응을 내놓는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로 '기성언론의 신뢰 상실'을 꼽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언경 사무처장은, 최근 반기문 전 총장의 퇴주잔 논란을 언급하면서 "반 총장 측은 가짜뉴스라고 해명했는데, 사실 '이런 것까지 뉴스가 돼?' 싶은 것을 거대 언론사들이 기사화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해프닝이라고 본다"며 "대선이라는 중요한 이슈에 대해서도 언론이 의미 있는 뉴스를 만들어내지 못하니, 독자들은 염증을 느끼고 그런 가짜뉴스라도 소비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 게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손병우 교수는 "페이크뉴스가 '뉴스'로 둔갑하는 것은 기성 언론이 이를 받아주는 순간"이라며 "페이크뉴스를 언론 문제로 접근하는 데는 그것이 뉴스의 자격, 그러니까 정보원 확인 등 보도 절차를 거쳤냐는 점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언론사의 문제인데, 지방색을 부각시킨다든지 종교·사상의 자유를 억압하는 식으로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발언은 뉴스화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고도화된, 발전된 언론의 고민"이라며 "그런데 한국 사회 언론은 오히려 퇴보해서 정보원 확인조차 하지 않고 기사화하는 모습이 비일비재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인 최진순 한국경제 기자 역시 "가짜 뉴스는 전통 미디어가 신뢰를 확보하지 못한 데서 나온 사회적 반작용이다. 일반적인 언론이 채워주지 못하는 갈증이 있기 때문"이라며 "정치적 갈등, 양극화로 더욱 벌어진 경제적 격차, 여러 가지 사회적 불만들도 가짜뉴스를 만들게 되는 배경으로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과거와 달리 정보 독점 시대도 아니고 뉴스 생산자도 다양해지는 과정에서 가짜뉴스가 등장했고, 독자들은 가짜뉴스에 보다 쉽게 노출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그런 경험을 더 많이 갖게 될 텐데, 이러한 상황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 "'가짜뉴스 소비, 공익적인가'…독자 사회적 인식도 관건"

    가짜뉴스의 폐해를 막기 위해서는 이를 소비하게 되는 독자들의 현명한 시민의식이 큰 몫을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규찬 대표는 "페이크뉴스의 특징은 네트워크, 그러니까 유통망은 있는데 그것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를 정확하게 따지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생산주체의 불특정성·불확정성에 있다"며 "진실의 주장과 사실의 폭로가 난무하는 시대에, 진실과 사실을 판별하는 일에 있어서 올바른 시민의식을 지닌 뉴스 소비자들의 역할도 커졌다"고 진단했다.

    최진순 기자는 "독자들 스스로 어떤 뉴스를 대할 때 '이것이 과연 공익적인 소비인가'를 판단해 봐야 한다"며 "그런 책임의식을 갖도록 하는 사회적 배경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가짜 뉴스가 누군가에게는 치명적 피해를 주고 (허위사실을 소비하고 퍼 나른다는 점에서) 범죄행위가 될 수 있고, 결국 우리 모두의 미래를 좀먹는 일이라는 것, 굉장히 잘못된 행위라는 것을 일깨울 수 있도록 사회적 조건을 갖추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 노력이 모였을 때 비로소 가짜뉴스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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