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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도 피한다' 이종현 공포의 블록슛, KBL 역사 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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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병도 피한다' 이종현 공포의 블록슛, KBL 역사 쓸까

    '아, 길다' 모비스 이종현이 지난달 25일 프로 데뷔전인 삼성과 홈 경기에서 마이클 크레익의 슛을 블록하는 모습.(자료사진=KBL)

     

    역시 괴물은 괴물이었다. 엄청난 윙스팬(팔길이)에서 내려치는 손은 가공할 위력을 뽐냈다. 외국인 선수도 피할 정도의 공포감이었다.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 대형 신인 이종현(23 · 203cm)이 블록슛 본능을 뽐내고 있다. 부상으로 뒤늦게 실전에 나선 이종현은 최악의 데뷔전 이후 리그에 빠르게 적응 중이다. 특히 견실한 골밑 수비로 팀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이종현은 5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과 홈 경기에서 7점 12리바운드 6도움으로 73-61 승리를 이끌었다. 득점은 많지 않았지만 리바운드와 도움이 양 팀 최다 기록이었다.

    특히 블록슛은 혼자 5개나 기록했다. 모비스에서 유일한 블록슛이었고, 오리온 전체 3개보다 2개나 많았다. 이런 활약으로 이종현은 이날 한국농구연맹(KBL)이 평가한 양 팀 선수 중 공헌도 1위였다.

    이종현이 버틴 골밑을 오리온 선수들은 함부로 들어오지 못했다. 이종현은 오리온 김진유를 비롯해 리그 최고 득점원으로 꼽히는 애런 헤인즈(199cm)와 엄청난 탄력의 오데리언 바셋(185cm) 등 국내외 선수를 가리지 않고 찍어댔다. 바셋은 전반 레이업슛을 찍힌 뒤 후반 플로터를 띄웠지만 이마저도 이종현의 손길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후 헤인즈는 이종현이 골밑에 버티고 있자 슛을 머뭇거리며 피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팔 길이 차이 좀 보소' 모비스 이종현이 5일 오리온과 홈 경기에서 상대 애런 헤인즈의 수비에도 여유있게 골밑슛을 시도하는 모습.(울산=KBL)

     

    데뷔 6경기를 소화한 이종현은 평균 10.7점 9.3리바운드 2.3도움 1.2가로채기를 기록 중이다. 득점은 20위권 밖이고, 리바운드는 전체 7위 수준이다.

    다만 블록슛만큼은 전체 1위에 오를 수치다. 평균 3개로 이 부문 2연패를 노리는 안양 KGC인삼공사 데이비드 사이먼(203cm)의 1.86개보다 많다. 이종현은 경기 수가 적어 아직은 장외 1위다. 올 시즌 블록슛 타이틀 기준인 정규리그 32경기 이상 출전 혹은 블록슛 30개 이상을 채우면 타이틀 도전도 가능하다.

    이종현은 데뷔전인 서울 삼성전에서 2점 5리바운드 2도움에 머물렀다. 20분 남짓으로 출전 시간도 많지 않았고 프로 첫 경기에 대한 긴장감도 컸다. 그러나 블록슛만큼은 빼먹지 않았다. 이날 괴짜 외인 마이클 크레익(188cm)을 찍으며 예열을 마쳤다.

    이후 데뷔 두 번째 경기인 지난달 27일 창원 LG전에서 대형 신인의 존재감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34분을 뛰며 24점 18리바운드를 기록한 이종현은 블록슛도 5개나 작성했다. 상대 김종규(206cm)와 제임스 메이스(200cm) 등 빅맨들을 압도했다. 이후 이종현은 매경기 멀티블록 행진을 이어왔고, 오리온전에서 다시 5블록슛을 기록했다.

    이종현은 리그 최장신은 아니지만 팔을 뻗은 높이라면 톱을 다툴 만하다. 윙스팬이 무려 223cm나 된다. 역대 최장 윙스팬인 전주 KCC 하승진(221cm)의 225cm에 육박한다. 점프력도 나쁘지 않은 이종현은 블록슛 타이밍도 탁월하다.

    '블록의 살아있는 전설' 동부 김주성이 지난 시즌 KBL 최초 통산 1000블록슛을 달성한 뒤 핸드프린팅을 하는 모습(왼쪽)과 2014-15시즌 모비스와 챔피언결정전에서 상대 양동근의 슛을 블록하는 모습.(자료사진=KBL)

     

    KBL 통산 최초로 1000블록슛을 돌파한 원주 동부 김주성(38 · 205cm)은 자신의 기록을 깰 후보로 이종현을 꼽은 바 있다. 지난 시즌 이미 통산 1000블록슛을 달성한 김주성은 "아마 두 번째로 1000블록슛을 달성하거나 내 기록을 넘어설 선수가 있다면 이종현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주성은 KBL 출범 뒤 국내 선수로는 유일하게 블록슛 타이틀을 보유한 선수다. 데뷔 두 번째 시즌인 2003-04시즌 평균 2.43개로 1위에 올랐다. 엄청난 탄력의 흑인 외국 선수들이 독점해온 블록슛에서 한국 농구의 자존심을 지켰다. 2007-08시즌에도 김주성은 2.24개로 타이틀을 차지했다.

    최근 KBL은 블록슛 타이틀 홀더의 수치가 떨어지는 추세다. 2011-12시즌 찰스 로드(당시 부산 kt)의 평균 2.58개 이후 4시즌 연속 2개 미만이다. 2연패가 유력한 사이먼도 지난 시즌 서울 SK에서 평균 1.78개를 기록했다.

    참고로 역대 최고 기록은 2002-03시즌 마르커스 힉스(당시 대구 동양)의 평균 3.2개다. 196cm로 크지 않았던 힉스는 그러나 '무중력 사나이'라는 별명답게 가공할 점프력으로 상대의 슛을 무력하게 만들었다. 국내 선수로는 2007-08시즌 김주성의 기록이 최고였다.

    강력한 블록슛은 그 앞에 '파리채'라는 수식어가 붙듯 통쾌함을 불러일으킨다. 동시에 상대에게는 공포를 안겨준다. 이종현이 그동안 외인들에게 적잖은 수모를 당해온 토종 선수들의 자존심을 회복하고 블록슛의 새 역사를 쓸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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