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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광수 시선: 솔깃하고 솔직한, 아찔하고 짜릿한!>



책/학술

    <마광수 시선: 솔깃하고 솔직한, 아찔하고 짜릿한!>

     

    <마광수 시선="">은 그의 시작 40년을 정리한 시 모음집이다. 이 시선에서는 성적 욕망의 자유로운 표현 말고도 다양하고 진지한 문학적 탐구가 담겨있고, 시에서 그의 다양한 모습이 비춰진다.

    마광수는 그의 '인생 3부작'이라 할 수 있는 <인간에 대하여=""> <운명> <성애론>에서는 동서의 문학·역사·철학 고전을 가로지르며 인문학적 통찰을 보여주었다. 그는 인문학적 탐구를 게을리하지 않으면서 다수의 쉽고도 품격있는 에세이를 써왔다. 「잡초」 같은 시는 그의 노장적인 자연관을 명쾌하게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얼마 전에 나는 마당의 잡초를 뽑았습니다
    잡초는 모두 다 뽑는다고 뽑았는데
    몇 주일 후에 보니 또 그만큼 자랐어요
    또 뽑을 생각을 하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체 어느 누가
    잡초와 화초의 한계를 지어 놓았는가 하는 것이에요

    - 「잡초」 中

    <마광수 시선="">의 대다수 시는 그의 주된 문학적 관심사인 ‘성적 욕망’ 혹은 ‘사회적 일탈’에 대한 꿈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있다. 그는 자위하듯 소설을 쓰고 시를 써왔다고 스스로는 다소 자학적으로 밝힌 바 있기도 하다. 그래서 어쨌다는 것이냐. 연세대 남형두 교수는 “마광수는 윤동주 시인 전문가였다. 재판을 받고 수감되는 아픔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과연 그를 단죄한 결과, 법원과 검찰이 원한대로 우리 사회에서 음란물이 없어졌는가.”라는 견해를 최근 한 일간지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재판장은 근엄한 표정을 지어내려고 애쓰며
    피고에게 딸이 있으면 이 소설을 읽힐 수 있겠냐고 따진다

    내가 ‘가능성’이 어떻게 죄가 될 수 있을까
    또 왜 아들 걱정은 안 하고 딸 걱정만 할까 생각하고 있는데

    왼쪽 배석판사는 노골적으로 하품을 하고 있고
    오른쪽 배석판사는 재밌다는 듯 사디스틱하게 웃고 있다

    포승줄에 묶인 내 몸의 우스꽝스러움이여
    한국에 태어난 죄로 겪어야 하는 이 희극이여

    - 「사라의 법정」 부분

    포승줄에 묶였던 심약한 마광수는 구속 25년이 지난 지금도 그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문학적 소신을 꺾는 변절은 하지 않았다. <마광수 시선="">에 실린 다수의 시에서 그의 문학적 소신이 드러난다. 심한 자기검열에 시달리면서도 말이다.
    “언제가 될는지 미리 점칠 수는 없겠지만, 어쩌면 별로 멀지 않은 시기에 마광수와 그가 남긴 불온한 유산들은 시대를 앞질러간 혁명적인 사건으로 우리의 문화 예술사에 등재될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라고 문학평론가 김유중은 평가했다.

    책 속으로

    빨가벗고 몸 하나로 뭉치자
    팬티도 브래지어도 필요 없다
    겉옷은 더욱더 필요 없다
    조상이 누군지도 모르는
    제기랄 놈의 성씨(姓氏)
    우라질 놈의 가문, 학벌, 직업
    벌써 좆돼버린 너와 나의 과거
    다 필요 없다 사랑 하나면
    다 필요 없다 섹스 하나면
    이 밤, 그대여 빨가벗고 뛰어서 오라
    -62쪽 「빨가벗고 몸 하나로 뭉치자」 전문

    나는 황진이어요
    나는 오직 야한 여자였어요

    시도 지을 줄 몰랐고 춤도 못 추었어요
    물론 악기도 다루지 못했구요

    그런데 후세(後世) 선비들이 나를
    무슨 예술의 천재인 것처럼 만들어 놓더군요

    아마도 지네들이 나의 섹스 기교에
    넘어갔던 사실이 부끄러웠던가 봐요
    -88쪽 「황진이」 中

    철학, 인생, 종교가 어쩌구저쩌구
    세계의 운명이 자기 운명인 양 걱정하는 체 주절주절
    커피는 초이스 심포니는 카라얀
    나는 뽀뽀하고 싶어 죽겠는데, 오 그녀는 토론만 하자고 하네
    가자, 장미여관으로!

    블루스도 싫어 디스코는 더욱 싫어
    난 네 발냄새를 맡고 싶어, 그 고린내에 취하고 싶어
    네 치렁치렁 긴 머리를 빗질해 주고도 싶어
    네 뾰족한 손톱마다 색색 가지 매니큐어를 발라 주고도 싶어
    가자, 장미여관으로!
    -124쪽 「가자 장미여관으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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