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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돌아와 너무 미안했다" 세월호 생존학생의 눈물



사회 일반

    "살아돌아와 너무 미안했다" 세월호 생존학생의 눈물

    7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세월호 참사 1000일 11차 범국민행동의날 박근혜는 내려오고 세월호는 올라오라!'에서 세월호 참사 생존자들이 발언을 마치자 유가족들이 학생들을 포옹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11차 촛불집회 무대에는 그동안 공식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생존 학생들이 나왔다.

    7일 오후 6시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 주최로 열린 집회에는 단원고 생존 학생 9명이 조심스레 무대로 올라왔다.

    각자 자신의 이름을 소개한 뒤 생존자 장혜진 학생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그동안 저희가 살아 나온 것이 유가족분들께 죄지은 것 같아 숨고만 있었다"며 "혹시 저희를 보면 자식이 생각나 속상하실까 봐 너무나 죄송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이분들은 오히려 저희를 걱정하고 응원해주셨다"며 "이제는 용기를 내볼까 한다. 나중에 친구들 다시 만날 때 부끄럽지 않도록, '너희를 멀리 떠나게 한 사람들 죗값 치르게 했다'고 꼭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3년이 돼 가지만 여전히 친구들 페이스북에는 그리워한다는 글이 올라온다"며 "답장이 오지 않을 걸 알면서도 카톡을 보내고 전화를 한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친구들의 사진과 동영상을 밤새 보기도 하고 꿈에 나와달라고 간절히 빌면서 잠을 자기도 한다"고 말할 때는 장 학생뿐 아니라 청중석 역시 눈물바다가 됐다.

    그는 또 "제 친구들은 해경과 헬기가 구하러 온다길래 정말 그런 줄 알았다"면서 "대통령이 7시간 동안 제대로 지시했다면 지금처럼 많은 희생자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후 유가족들이 올라와 이들 생존 학생 9명을 안아줬고, 집회 참가자들은 연신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세월호 생존학생 발언 전문
    안녕하세요
    저희는 세월호 생존 단원고 학생입니다.

    저희가 여기 이곳에 서서, 시민 여러분들 앞에서 온전히 저희 입장을 말씀드리기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간 저희에게 용기를 주시고, 챙겨주시고, 생각해주셨던 많은 시민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사실 저희는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지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또 나라에서 워낙 감추고 숨기는 것들이 많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참사의 책임자가 누군지 찾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시민 여러분들 덕분에 이렇게 다시 한 번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 같아 매우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이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저희는 모두 구조된 것이 아닙니다. 저희는 저희 스스로 탈출했다고 생각합니다. 배가 기울고 한 순간에 물이 들어와 머리끝까지 물에 잠겨 공포에 떨고 있을 때 저희를 도와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특히 저희가 구조된 후 해경에게 배 안에 많은 친구들이 있다고, 구조해달라고 직접 요구를 하기도 했으나 그들은 저희의 요구를 무시하고 지나쳤습니다. 착한 제 친구들과 저희는 가만히 있으라 해서 가만히 있었습니다.

    구하러 온다 해서 정말 구하러 와줄 줄 알았습니다. 헬기가 왔다기에, 해경이 왔다기에 역시 별 일이 아닌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지금, 사랑하는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없게 됐고 앞으로 평생 보고 싶어도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저희가 무엇을 잘못한 걸까요. 아마도 저희가 잘못한 게 있으면 그것은 세월호에서 살아나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꺼내기 힘든 이야기지만 저희는 저희만 살아나온 것이 유가족 분들에게 너무나 죄송하고 죄지은 것만 같습니다. 처음에는 유가족 분들을 뵙는 것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고개조차 들 수 없었고 죄송하다는 말만 되뇌며, 어떤 원망도 다 받아들일 각오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저희에게 너희는 잘못이 없다며, 힘을 내야 한다며 어떠한 원망도 하지 않고 오히려 응원하고 걱정하고 챙겨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저희는 더 죄송했고, 지금도 너무나 죄송합니다. 어찌 저희가 그 속을 다 헤아릴 수 있을까요. 안부도 여쭙고 싶고 찾아뵙고도 싶지만 용기가 나지 않아서, 혹시나 저를 보면 친구가 생각나 더 속상하실까봐 그러지 못하는 것도 죄송합니다. 저희도 이렇게나 친구들이 보고 싶고 힘든데 부모님들은 오죽하실까요.

    3년이나 지난 지금, 아마 많은 분들이 지금쯤이면 그래도 무뎌지지 않았을까, 이제는 괜찮지 않을까 싶으실 겁니다. 단호히 말씀드리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아직도 친구들 페이스 북에는 친구를 그리워하는 글들이 잔뜩 올라옵니다. 답장이 오지 않는 걸 알면서도 계속해서 카카오 톡 메시지를 보내고, 꺼져 있을 걸 알면서도 받지 않을 걸 알면서도 괜히 전화도 해봅니다. 친구들이 너무 보고 싶어 사진과 동영상을 보며 밤을 새기도 하고, 꿈에 나와 달라고 간절히 빌면서 잠에 들기도 합니다. 때로는 꿈에 나와 주지 않고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먼 곳에 있는 친구가 원망스러울 때도 있지만 그 물 속에서 나만 살아나온 것이, 지금 친구와 같이 있어줄 수 없는 것이 미안하고 속상할 때가 많습니다.

    참사 당일, 대통령이 나타나지 않았던 그 7시간. ‘대통령의 사생활이다. 그것까지 다 알아야 하느냐?’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저희는 대통령이 사생활을 알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 나타나지 않았던 그 7시간 동안 제대로 보고 받고 제대로 지시해주었더라면, 가만히 있으라는 말 대신 당장 나오라는 말만 해주었더라면 지금처럼 많은 희생자를 낳지 않았을 것입니다. 박근혜대통령은 제대로 지시하지 못했고, 따라서 제대로 보고 받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고, 그럼 그 7시간 동안 무엇을 했기에 이렇게 큰 사고가 생겼는데도 제대로 보고받지 못하고 제대로 지시하지 못했을까 조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국가는 계속해서 숨기고 감추기에 급급합니다. 국민 모두가 더 이상 속지 않을 텐데, 국민 모두가 이제는 진실을 알고 있는데도 말이죠. 사실 그동안 저희들은 당사자이지만 용기가 없어서, 지난날들처럼 비난받을 것이 두려워서 숨어있기만 했습니다. 이제는 저희도 용기를 내보려 합니다. 나중에 친구들을 다시 만났을 때 너희 보기 부끄럽지 않게 잘 살아왔다고, 우리와 너희를 멀리 떨어뜨려 놓았던 사람들 다 찾아서 책임 묻고 제대로 죗값을 치르게 하고 왔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저희와 뜻을 함께 해주시는 많은 시민 분들, 우리 가족들, 유가족 분들게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조속히 진실이 밝혀지기를 소망합니다.

    마지막으로 먼저 간 친구들한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너희들을 절대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을게. 우리가 나중에 너희들을 만나는 날이 올 때 우리들을 잊지 말고 18살 그 시절 모습을 기억해줬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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