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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지도'에 분노한 여성들 "내 자궁에 전세 냈나"



문화 일반

    '출산 지도'에 분노한 여성들 "내 자궁에 전세 냈나"

    행자부 홍윤식 장관·안승대 자치행정과장 사퇴 촉구

    여성의 임신중단 결정권을 존중하며, 임신중단 합법화를 요구하는 익명의 여성 모임 BWAVE는 6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가임거부 시위'를 열었다. (사진=김수정 기자)

     

    "우량암소 통계내냐 출산지도 웬말이냐"
    "출산지도 만들거면 정자지도 만들어라"
    "젊은여성 모자란건 여아낙태가 원인이다"
    "지우랄땐 언제고 이제와서 멱살잡냐"
    "출산지도 승인한 홍윤식 사죄하고 사퇴하라!"
    "출산지도 제작한 안승대 사죄하고 사퇴하라!"
    "출생아로 협박하다 생산인구도 잃어봐라"
    "임신하면 유난이다 말을마라"
    "맘충소리 들으면서 출산을 할 것 같냐"

    6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정부종합청사 앞에 검은 마스크를 쓴 여성들 50여 명이 모였다. 이들은 여성의 임신중단 결정권을 존중하며, 임신중단 합법화를 요구하는 익명의 여성 모임 BWAVE(Black Wave)다. 이들은 행정자치부 자치행정과가 만든 '대한민국 출산 지도'에 분노, '가임거부 시위'를 열고 홍윤식 장관과 안승대 자치행정과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BWAVE는 시위 장소에 '인구정책 OUT! 여성에게 저출생의 책임을 묻지 마라', '출산 지도 OUT! 홍윤식 안승대 대국민 사과하고 사퇴하라'고 쓰인 현수막을 걸었다. (사진=김수정 기자)

     

    지난달 29일 공개된 '출산 지도'에는 전국 243개 지자체별 합계 출산율과 출생아 수, 가임기 여성 수 등의 통계가 나타나 있다. 행자부는 전국 가임기 여성(20~24세)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지도와 가임기 여성 수에 따른 전국 순위를 매겨 저출산의 원인을 여성에게만 전가하고 동시에 여성을 '출산 기계'로 바라보는 것 아니냐는 질타가 쏟아졌다. 행자부는 현재 공지를 올려 사이트를 닫아둔 상태이지만,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BWAVE는 '인구정책 OUT! 여성에게 저출생의 책임을 묻지 마라', '출산 지도 OUT! 홍윤식 안승대 대국민 사과하고 사퇴하라'고 쓰인 현수막을 걸고, '응~ 안 낳아', '내 자궁은 국가공공재가 아니다', '여성혐오 정책 OUT' 등의 피켓을 들고 출산 지도에 항의하는 구호를 반복적으로 외쳤다.

    이날 시위에 등장한 아기 자판기 (사진=김수정 기자)

     

    이날 시위에는 아기 자판기(Baby Vending Machine)도 등장했다. 여성이라는 인격적 주체를 출산의 도구로 취급하는 정부 행태를 비판하기 위함이라는 것이 BWAVE의 설명이다.

    BWAVE는 △책임자인 홍윤식 장관과 안승대 과장의 대국민 사과 및 사퇴 △다시는 인구정책의 수단으로 여성을 이용하거나 여성에게 저출생의 책임을 돌리지 않겠다는 확약 2가지를 요구했다. 이들은 민원 서류를 행자부에 제출하고, 오늘 오후 7시까지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BWAVE는 '가임거부 시위'를 열고 "여자는 사람이다", "왜!! 인간의 생식권을 통제하냐" 등의 구호를 연호했다. (사진=김수정 기자)

     

    '가임거부 시위'에 나온 한 참가자가 '여성혐오 정책 OUT'이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김수정 기자)

     

    '가임거부 시위'에 나온 한 참가자는 "여성들이 왜 아이를 낳으려고 하지 않는지를 생각하지 않고 (여성을) 가축 취급한 출산 지도에 인격적 모독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BWAVE 활동을 기사화할 때 저희를 여성단체라고 쓰는데, 저희는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를 요구하는 익명의 여성들일 뿐이다. 시위도 하고 싶을 때 하고, 하고 싶지 않을 때 하지 않는 식으로 자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더 많은 여성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임거부 시위'에 나온 한 참가자가 "정부기관이 출산지도를 만드는 나라에서 아이를 낳은 것을 후회한다. 내 아이가 미치도록 예쁘고 사랑스럽지만, 후회한다. 둘째는 절대 낳지 않을 것이다. 나는 가임여성이 아니다"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김수정 기자)

     

    BWAVE는 지난 10월부터 임신중단에 대한 잘못된 사회적 통념을 바로잡고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를 촉구하기 위해 '블랙 선데이 코리아'라는 이름의 시위를 벌이고 서명운동을 해 왔다. '낙태'라는 말에 '태아를 떨어트린다'는 부정적 이미지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에 보다 가치중립적이며 여성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임신중단'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6일 현재 1만 1천여 명에게 온라인 서명을, 650여 명에게 오프라인 서명을 받았다. 그간 이루어진 4번의 시위에는 연인원 500명 이상의 참가자가 모였다. BWAVE는 오는 8일 오후 1시부터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5차 시위를 열 계획이다.{RELNEWS: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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