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촛불', 광장의 내일 열어젖힌 세상의 99%



문화 일반

    '촛불', 광장의 내일 열어젖힌 세상의 99%

    "여기 사람이 있다…우리 동료가, 우리 가족이 있다"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촛불집회 현장 속 시민들의 모습(사진=이한형 기자)

     

    "아직은 캄캄한 밤/ 어둠 속 갱도처럼/ 아직은 두려운 밤/ 알 수 없는 내일/ 별빛도 달빛도/ 이 땅을 비추지 않고/ 우리의 조국은 우리를/ 구하지 않아도/ 허나 이 비는 그치리라/ 내일은 꼭 오리라…"

    지난 31일 서울 광화문광장을 가득 메운 90만 인파 앞에 선 뮤지컬 '화순1946' 팀의 공연은, 1천만 시민이 촛불로 밝힌 광장의 역사를 오롯이 품고 있었다. 한국판 '레미제블'이라 불리우는 '화순1946'은 광복 1년 뒤인 1946년 8월 15일, 해방군으로 여긴 미군정에 의해 화순탄광 광부들이 학살 당했던 현대사의 비극을 그렸다.

    이날 '화순1946' 팀이 부른 극중 노래들은 일제시대와 해방 뒤 미군정·독재정권에 빌붙어 권력과 부를 쌓아 온 한국 사회 1% 기득권층과, 절망 속에서도 다시 희망의 불씨를 살려냈던 이 땅의 99% 노동자·농민, 그 가족의 애환을 오롯이 담고 있었다.

    종소리와 함께 무대에 모습을 나타낸 수십 명의 배우들, 왼쪽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단 그들은 첫 노래로 세월호·용산 참사 등 그간 국가로부터 버림 받은 채 스러져간 수많은 생명들을 추모했다.

    "사람이 있어요 사람이/ 거기 사람이/ 그들은 살아 있소 아직/ 살아 있어요/ 15호 갱도 무너진 탄광/ 그곳에 사람이/ 사람이 있소/ 사람이 있소/ 사람이 있소/ 사람이 있소"

    "15호 갱도 무너진 탄광/ 그곳에 이곳에/ 칠흑같은 어둠 속/ 구조를 기다린다/ 거기 사람이 있다/ 여기 사람이 있다/ 우리 동료가 있다/ 여기 사람이 있다/ 우리 가족이 있다"

    이어 일제시대라는 어두운 터널을 지난 뒤 광복을 맞이했던 기쁨을 드러낸 노래가 광장에 울려 퍼졌다.

    "만세 만세 삼천리 강산에/ 조선 해방 만세/ 만세 만세 전쟁이 끝났다/ 자유 조선 만세/ 만세 만세 다시 되찾은/ 그 조국을 불러보자/ 만세 만세 꿈에도 그리던/ 조선 해방 만세"

    ◇ "내일은 꼭 오리라…이 밤, 이 고통, 이 슬픔 모두 지나가리라"

    뮤지컬 '화순 1946'의 한 장면(사진='화순 1946' 연출자 류성 씨 페이스북 페이지 화면 갈무리)

     

    우리는 8·15해방, 4·19혁명, 5·18광주민중항쟁, 6월항쟁 등 더 나은 한국 사회를 염원했던 현대사의 변곡점을 지나면서 희망과 함께 쓰디쓴 좌절을 맛봐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좌절 안에서 다시 희망을 싹 틔우며 2016년 말 촛불을 들고 시민혁명의 길을 걷고 있다.

    이는 각각의 시대에 충실하려 애써 온 시민들의 변치않는 삶의 자세가 있었기에 가능했으리라. 그렇게 우리네 딸들과 아들들에게 대물림 돼 온 자부심은 2016년의 마지막 날 광장을 수놓은 다음의 노래들이 대변하고 있었다.

    "오늘도 어제처럼/ 기다리는 집으로/ 아무 일 없듯이/ 집으로 가자/ 집으로 가자/ 가자"

    "우리는 광부들/ 어둠 속에서/ 빛을 캐낸다/ 우리는 광부들/ 어둠 속에서/ 조국을 밝힌다/ 자랑스런 노동자/ 새 조국의 주인이다/ 우리는 자라서 광부가 될 거야/ 아버지처럼 광부가 될 거야/ 우리는 광부들/ 어둠 속에서/ 빛을 캐낸다/ 우리는 광부들/ 어둠 속에서/ 조국을 밝힌다"

    "으쌰 으쌰 으쌰 으쌰/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저 탄광 속에서 단련된 억센 어깨/ 그것만이 우리의 유일한 무기…"

    12분여에 걸친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 마지막 두 곡은, 헌정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로 수렁에 빠진 대한민국을 구하고자 촛불을 들고 평화의 광장을 밝혀낸 1천만 시민들의 오늘과 내일을 노래하고 있었다. 이 노랫속 '우리'는 지금 이 시간에도 광장을 살찌우는 다양한 목소리를 밑거름으로, '박근혜 너머'를 빚어내고 있는 시민들의 초상과 다름없었다.

    "비 내린다 비가/ 이 비가 그치고 나면/ 먹구름 걷히고/ 새 아침 오기를/ 끔찍한 세월도/ 흘러가 씻겨 지워진/ 그런 날 그런 날/ 다시 오기를/ 비 내린다 비가/ 이 비가 그치고 나면/ 감옥으로 끌려간 이들/ 다시 돌아오고/ 잃어 버린 환한 웃음/ 다시 찾는/ 그런 날 그런 날/ 다시 돌아오기를"

    "아직은 캄캄한 밤/ 어둠 속 갱도처럼/ 아직은 두려운 밤/ 알 수 없는 내일/ 별빛도 달빛도/ 이 땅을 비추지 않고/ 우리의 조국은 우리를/ 구하지 않아도/ 허나 이 비는 그치리라/ 내일은 꼭 오리라/ 이 밤 이 고통 이 슬픔 모두/ 지나가리라/ 간절한 기도 애타는 소원/ 이루어지리라/ 맑은 하늘은 새 아침은/ 밝아오리라/ 내일은 꼭 오리라/ 내일은 꼭 오리라"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