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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엑스'에 쏟아부은 꿈…시민 자로의 초상



문화 일반

    '세월엑스'에 쏟아부은 꿈…시민 자로의 초상

    "내가 다큐를 만든 진짜 이유, 아빠의 2016년은 정말 뜨거웠단다"

    방대한 정보를 씨실로, 정교한 분석과 추론을 날실로 8시간 49분짜리 다큐멘터리 '세월엑스'를 직조해낸 네티즌 수사대 자로. 그는 경이로운 노력의 흔적이 밴 이 다큐멘터리에서, 그동안 불거진 의혹들을 곁가지처럼 하나하나 쳐내고 '외력(外力)에 의한 세월호 침몰'을 원가지로 남겨둔다.

    우리는 자로가 도달한 결론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만큼이나 중요하게, 그의 표현을 오롯이 빌리면 "수사권도 기소권도 조사권도 없이 진실을 향한 열정 하나로 여기까지 온 시민" 자로의 꿈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26일 공개된 '세월엑스'의 러닝타임 마지막 25분여를 남겨두고 그는 자신의 꿈을 차근차근 펼쳐내고 있다.

    ◇ "우리 생각은 같을 거야…나는 그들과 같은 길 가는 사람"

    (사진=다큐 '세월엑스' 영상 갈무리)

     

    "이 다큐를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어?" "내가 이 다큐를 만들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을 것 같아?" 이 물음에 자로는 "우리의 생각은 같을 거야"라고 자답하며 말을 잇는다.

    "세월호 진상규명은 지금부터 진짜 시작이야.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일은 강력한 세월호 특조위를 만드는 것. 정부와 여당의 비협조로 인해 세월호 특조위 활동이 종료됐어. 하지만 세월호 특조위원들은 진상규명 활동을 멈추지 않았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최선을 다한 특조위 여러분에게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 이제 특조위가 '외력'에 의한 침몰 가능성에 모든 것을 집중할 수 있도록 강력한 힘을 실어줘야 해."

    "(부활할 세월호 특조위는) 충분한 예산과 조사 기간이 보장되어야 하고 '수사권'과 '기소권'도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 자로의 강한 바람이다. "그래야만 성역 없이 진상조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청와대에 대한 조사는 더더욱 철저하게 이뤄져야 해. 아이들이 죽어가던 7시간 동안 도대체 뭘 했을까? 혹시 세월호 침몰 원인을 숨기려 했던 건 아닐까? 이 모든 의혹을 풀어줄 수 있는 강력한 세월호 특조위를 우리가 만들어 줘야 해. 특조위 여러분 힘내세요."

    그는 "오늘은 평생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이 다큐는 당초 크리스마스인 25일 공개될 예정이었으나, 업로드 문제로 하루 미뤄졌다)가 될 것 같다"며 "지금 이 순간이 꿈결처럼 느껴진다"고 소회를 전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이 다큐를 만들기 시작했어.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작업이 이렇게 마무리되고 있어. 나는 정말이지 진실을 찾고 싶었고 내가 본 그대로를 말하고 싶었어. 하지만 많은 분들에게 걱정과 고민만 안겨준 것 같아서 마음이 편치 않아. 특히 김어준의 파파이스와는 다른 견해를 말하는 것이 나 자신도 정말 부담스러웠어. 다시 또 한 번 분명히 말해둘게. 나는 그들과 같은 길을 가고 있는 사람이야. 이 다큐가 대립이 아닌 발전적인 토론의 계기가 될 수 있으면 좋겠어"

    ◇ 가슴 뭉클한 뜻밖의 속내 "죄책감… 그리고 무력감"

    (사진=다큐 '세월엑스' 영상 갈무리)

     

    "내가 다큐를 만든 진짜 이유를 이제 밝히고 싶어." 자로는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뜻밖의 속내를 터놓기 시작한다.

    "많은 사람들이 혼자서 어떻게 이런 다큐를 만들었냐고 물어. 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대답했어.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한 확신 때문'이라고. 그런데 사실 거짓말이야. 진짜 이유는 따로 있어. 나의 첫 번째 아이는 지금 하늘나라에 있어. 그리고 그 아이가 떠나간 날이 '4월 15일'이야. 아이가 떠나갈 때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그래서 늘 4월만 되면 죄책감과 무력감에 시달려야 했어. 그런데 아이의 기일 바로 다음날 세월호 참사가 터졌어. 아이를 잃은 유가족을 보면서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어. 죽어가는 아이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유가족 분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어. 그래서 그분들을 어떻게든 돕고 싶었어. 그분들을 돕는 것이 하늘의 내 아이에게 진 빚을 갚는 것이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정말이지 미친 듯이 파고들었어. 하지만 아직 그 빚을 완전히 갚지 못했어. 그래서 이 다큐는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어."

    자로가 속내를 털어놓는 동안 잔잔한 기타 선율을 타고 세월호 희생자 304명의 이름을 부르는 노래 '이름을 불러주세요'가 흘렀다. 자로는 "지금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아이의 이름이 떠오른다"며 말을 잇는다.

    "이름을 부른다는 것, 옆에서 이름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몰라. 내가 다큐에 이 얘기를 남겨놓는 이유는 아직 어린 나의 아이들이 언젠가 이 다큐를 봤을 때 이 아빠의 진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어서야. 아빠의 2016년은 정말 뜨거웠단다. 그리운 사람들… 그리운 이름들… 메리 크리스마스."

    ◇ 단원고 2학년 4반 고 박수현 군의 사진이 우리에게 건네는 말

    (사진=다큐 '세월엑스' 영상 갈무리)

     

    자로는 8시간 49분에 달하는 대장정의 끝에 단원고 2학년 4반 고 박수현 군의 사진 이야기를 새겨넣었다. 수현 군이 참사 2시간여 전인 2014년 4월 16일 오전 6시 26분 찍은 사진에는 세월호 난간에서 안개 자욱한 바다를 바라본 풍경이 담겼다.

    자로는 "이 내용은 수현이 아버지를 위해 다큐의 마지막에 넣고 싶었다"고 운을 뗀다.

    "수현이의 아버지는 세월호 진상규명에 목숨을 건 분이야. 아들의 처참한 죽음이 아버지의 삶을 완전히 바꿔 놓은 거지. 내가 세월호의 진실을 추적하게 된 계기가 바로 수현이 아버지 박종대 님과의 인연 때문이야. 이 다큐가 나올 수 있었던 것도 수현이 아버지 덕분. 오늘도 수현이 아버지는 미친 듯이 진실을 찾고 있어. 그 간절함이 하늘에 꼭 닿았으면 좋겠어."

    그는 "뉴스타파가 지목한 수현이의 사진 촬영위치는 '4층 좌현 난간', 정확한 촬영 시각은 '6시 26분 56초', 수현이의 방은 선수 우현 쪽에 위치한 B-19호"라며 "그럼 지금부터 수현이를 따라가 보자"고 권한다.

    "CCTV 17번 카메라에 수현이가 방에서 나오는 모습이 잡혔어. 이때 시각은 06시 26분 10초로 사진 촬영 46초 전, 뉴스타파가 지목한 촬영 위치까지 약 45m. 빠른 걸음이라도 휴대폰 꺼내고 카메라 어플 켜고 구도 잡고 셔터 누르기까지 '46초'는 너무 촉박해. CCTV에도 수현이가 좌현으로 이동하는 모습은 잡히지 않아. 뉴스타파 지목 촬영 위치 '4층 좌현 난간'은 CCTV 15번 카메라에 포착되는 위치야. 하지만 여기도 수현이의 모습은 찾을 수 없어. 수현이가 사진을 찍은 곳은 어디일까?"

    자로는 "뉴스타파의 판단은 '우현 쪽은 아니다'인데 우현에는 잠금장치가 있는 난간이 하나 더 있다"며 하단에 철제 구조물이 없는 우현 쪽 4층, 수현 군의 사진 속 그것과 정확히 일치하는 난간을 찾아냈다.

    "수현이가 사진을 찍은 곳은 좌현이 아닌 '우현'으로 수현이가 CCTV에 포착된 곳에서 약 '10m' 거리야. 여유 있게 이동 후 사진 찍을 수 있는 거리. 4층 우현 난간에는 CCTV 14번 카메라가 있지만 수현이가 사진을 찍은 곳은 CCTV에 잡히지 않은 사각지대."

    그는 "사진 촬영 53초 후인 6시 27분 49초, 수현이는 CCTV 22번 카메라에 포착됐다" "5초 후인 '6시 28분 1초' 같은 반 친구들이 있는 'B-6호'로 들어가는 모습이 포착됐다"며 CCTV 영상 속 수현 군의 모습을 잡아냈다.

    ◇ '별이 된 아이들'이 남긴 '304개의 꿈'을 찾아가는 여정

    (사진=다큐 '세월엑스' 영상 갈무리)

     

    시민 자로가 빚어낸 '세월엑스'는 '별이 된 아이들'이 남긴 304개의 꿈을 찾아가는 여정에 가깝다.

    자로는 "수현이의 동선이 확인됐으니 사진 촬영 위치는 '우현'이 확실해. 그런데 사진 촬영 위치가 중요한 이유는 뭘까?"라는 물음을 던진다.

    "뉴스타파는 '3D 시뮬레이션'을 통해 수현이가 사진 촬영할 때 배의 기울기를 분석했어. 3D 시뮬레이션 분석 결과 세월호는 난간 쪽으로 5도 이상 기울어져 있었어. 그런데 수현이가 사진을 찍은 곳은 좌현이 아닌 '우현'. (따라서) 세월호는 우현으로 5도 이상 기울어져 있었어. 세월호는 왜 우현으로 5도 이상 기울었을까? 혹시 배에 이상이 있던 것은 아닐까?"

    세월호의 AIS(선박 자동 식별장치) 로그 원문을 해독한 자로는 "사진 촬영 시각을 갓 지난 항적은 6시 27분 29초"라며 "이때 AIS 항적에 나타난 세월호 선수방향을 보면, 세월호는 '좌회전'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즉 "좌회전할 때 발생한 원심력 때문에 세월호는 자연스레 우현으로 기울어진 상태였어. 수현이 사진이 말해주는 진실은 'AIS는 정상이었고, 세월호에 이상 현상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수현이가 사진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라며 아래와 같이 전한다.

    "수현이가 찍은 사진을 다시 한번 보자. '수현이의 사진'이란 편견을 버리고, '세월호 희생자의 사진'이란 편견을 버리고, '숨겨진 비밀이 있을 것'이란 편견을 버리고 사진 자체에만 집중해봐. 하늘… 수평선… 바다… 배… 소년. 흔들리는 배 위에서 초점과 구도를 잘 잡은 '좋은 사진'. 아마도 수현이가 이 사진에 담으려 했던 것은 '평화로운 아침', 학업에 바쁜 일상을 벗어나 친구들과 함께 배 위에서 맞이하는 흔치 않은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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