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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천6백번 몰래 본 국정원, 통보는 없었다"



법조

    [단독] "2천6백번 몰래 본 국정원, 통보는 없었다"

    '테러방지법 날개' 단 국정원…우려가 현실로

    (그래픽=강인경 디자이너)

     

    국가정보원이 테러방지법이 시행된 지난 6월부터 넉 달 동안 무려 2600여건의 출입국 정보를 들여다봤으면서도 정작 당사자에게는 정보 수집 사실조차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인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국정원의 활동을 견제하기 위해 설치된 '대테러 인권보호관'이 인권 침해 관련 민원을 단 한 건도 처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유명무실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테러방지법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을 전망이다.

    26일 CBS노컷뉴스가 국정원 등을 취재한 결과 국정원은 테러방지법이 시행된 지난 6월부터 10월까지 테러위험인물 등의 출입국 정보를 모두 2600여회 조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테러방지법 시행 이후 국정원의 광범위한 정보 수집 규모가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정원 측은 "테러위험인물이 국내에 입국했는지 확인하고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지만, 테러방지법에서 정한 '테러위험인물'의 애매모호한 개념 때문에 국정원의 자의적인 해석에 따른 사생활 침해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국정원이 당사자에게 정보 수집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2600여건에 달하는 개인정보를 무더기 수집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테러방지법 폐기·개정 여론이 재점화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국정원은 테러위험인물의 신원 확인을 위해 통신자료 50여건도 받아본 것으로 드러났다. 통신자료에는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등 휴대전화 가입자의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담겨 있지만, 통보 의무 규정이 없어 당사자는 정보 제공 여부를 알 길이 없다.

    국정원은 또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 14명에 대해서도 테러자금 송금 혐의로 금융정보분석원(FIU)에 특정금융거래 자료를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국정원은 출입국 정보와 통신자료, 특정금융거래 자료 등 수천 건의 정보를 수집했지만, 정작 내국인 통신 감청을 단 한 건도 법원에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출입국 정보를 2000여건 조회한 데 비해 실제 감청이 한 건도 없었다는 것은 국정원 판단으로도 그렇게 위험한 테러 징후는 없었다는 것"이라며 "테러방지법에 근거한 국정원의 활동이 얼마나 허무맹랑하고 테러와 관계 없는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국정원 관계자는 "테러분자 유사명까지 조회하고 있기 때문에 출입국 정보 건수가 실제보다 늘어났다"면서 "출입국 정보 수집에 대한 통보 의무 규정은 없으며, 금융거래 정보 수집시 대상자에 통보할 의무는 금융정보분석원에 있다"고 밝혔다.

    (그래픽=강인경 디자이너)

     



    또한 국정원에 초법적인 권한을 부여한 테러방지법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대테러 인권보호관이 신설됐지만, 아직 민원 처리 지침조차 마련하지 않는 등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BS노컷뉴스가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를 보면, 테러방지법 시행 이후 대테러 인권보호관이 국정원에 자문 및 개선 권고를 한 사례는 없었다. 또한 인권 침해를 당했다는 민원도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았다. 이는 당사자가 정보 수집 사실조차 알 수 없는 구조이기에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 셈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테러방지법은 국정원에 아주 강력한 권한을 주면서도 비밀주의에 빠져 있기 때문에 인권 침해를 당하는 사람조차도 어떻게 침해됐는지 모르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며 "당연히 인권보호관도 아무런 할 일이 없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올해 민원 처리 등을 위해 편성된 여비 800만원 가운데 겨우 40만원만 집행됐다. 올해 집행된 인권보호관 전체 예산은 2억여원으로 대부분이 인건비와 임차료였다.

    인권보호관은 지난 9월과 11월 대테러센터 등을 상대로 인권 교육을 실시했지만, 국정원을 대상으로 한 인권 교육은 일정 협의 중이라는 이유로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테러방지법 시행령 8조를 보면, 인권보호관은 ▲대테러정책·제도 관련 안건의 인권 보호에 관한 자문 및 개선 권고 ▲대테러활동에 따른 인권 침해 관련 민원 처리 ▲관계기관 대상 인권 교육 등 인권 보호를 위한 활동을 하도록 돼있다.

    이에 대해 국정원 관계자는 "인권보호관에게 자문을 구해야 하는 의무 규정은 없으나 인권보호관이 관계기관 대상 인권 강의·면담 등을 통해 자문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자료사진)

     



    현재 국가테러대책위원회 소속인 대테러 인권보호관은 이효원(51·연수원 23기) 서울대 법과대학 교수가 비상임 위촉직으로 맡고 있다. 테러대책위 위원장인 황교안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난 7월 이씨를 초대 인권보호관으로 임명했다.

    이씨는 지난 2002~2003년 황 대행과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 부장검사와 검사로 함께 근무한 경험이 있다. 이씨는 지난해 6월 황 총리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국무총리직을 잘 수행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이 인권보호관은 인권 침해 민원과 관련해 "국가기관이 여권을 발급 안 해줬거나 감청을 했다거나 하는 민원이 있어야 조사를 하고 개선 방안을 얘기할 텐데 접수된 민원이 한 건도 없었다"며 "인권 침해 예방 교육에 좀 더 치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테러방지법(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은 지난 3월 장시간 필리버스터를 거쳐 가까스로 국회를 통과했지만 인권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테러위험인물에 대한 휴대폰 감청과 계좌 추적, 위치 추적 등 과도한 권한을 국정원에 부여하고 있어 '대국민 감시법', '사찰법'으로도 불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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