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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민, '박근혜의 말' 무조건 배우려 애썼다"



문화 일반

    "최태민, '박근혜의 말' 무조건 배우려 애썼다"

    [노컷 인터뷰] 책 '박근혜의 말' 펴낸 우리말연구자 최종희 "말은 곧 그 사람"

    (사진=유튜브 영상 화면 갈무리)

     

    우리말 연구자인 최종희(64) '언어와생각연구소' 공동대표는 "언어로 볼 때 박근혜의 내면은 천박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언어가 꼬이거나 잘못되면 그 사람의 사고 역시 꼬이기 마련입니다. 언어로 볼 때 박근혜의 내면은 천박한 수준이에요. 보수층에서 (박근혜에게 대통령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힌 겁니다. 박근혜를 '공주'로 추어올리고 정치상품으로 만든 거죠."

    박근혜 대통령의 언어와 심리를 분석한 신간 '박근혜의 말'(원더박스)을 펴낸 최 대표는 22일 CBS노컷뉴스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졌을 당시) '터질 게 터졌구나' 싶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1년여 집필 끝에 지난 6월 이 책의 1차 원고를 탈고한 뒤 수정·보완 작업을 하던 중 헌정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를 접했다고 했다.

    "(게이트가 터진 뒤 대국민담화,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과정에서 거짓말과 발뺌으로 일관하는) 박근혜를 보면서 '대한민국에는 정말 슬픈 일이지만, 평생을 거짓말로 살아 온 그 사람(박근혜)을 내가 제대로 분석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최 대표는 박 대통령이 지닌 언어와 심리의 핵심을 '이중성'으로 봤다. '겉과 속이 다르다'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사람은 누구나 이중성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최 대표는 "박근혜의 이중성은 유독 특별하다"고 했다.

    "일종의 강박 개념이에요. 그것이 집착으로 나타나는 경우죠. 박근혜라는 인물은 한국 기네스북의 여러 항목에 이름을 올릴 만한 사람입니다. 먼저 서울 종로구 세종로 1번지(청와대)를 주민등록지로 20년 이상 산 유일한 사람이에요. 그리고 본인 싸이월드에, 할 수 있는 요리로 '계란말이' '볶음밥' 정도를 꼽을 만큼 손에 물을 안 묻히고 살었어요. 평생 운전대도 안 잡고 뒷좌석에만 타고 다녔죠. 아주 독특한 케이스인데, 한마디로 금수저를 넘어선 '다이아몬드 수저'인 겁니다."

    "이로 인해 '나는 특별하다' '고귀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인식이 강박적으로 박근혜에게 작용하는데, 이러한 인식을 언어와 행동이 뒷받침해 주지 못하는 데서 유독 심한 이중성이 드러난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비근한 예로 박근혜는 자신이 '정관정요'(貞觀政要)를 머리맡에 두고 잘 만큼 수시로 읽는다고 했어요. 완전 코미디인 것이 '정관정요'의 내용은 모두 '관용'이라는 말로 모아집니다. 왕자 시절에 자신을 죽여야 한다고 했던 사람까지 끌어안는 왕이 등장하는 책인데, (지금 박근혜의 행태를 보면) 완전히 '폼'으로 말한 것 밖에는 안 되는 거죠.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언어를 가면처럼 활용해 온 셈이죠. 제가 책에서 박근혜의 정치를 두고 '언어성형 정치'라고 표현한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 "박근혜는 국민들이 자신을 배신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

    책 '박근혜의 말' 표지(왼쪽)와 지은이 최종희

     

    최 대표는 박 대통령의 언어를 가리키는 '근혜체'의 유형을 여섯 가지로 나눴다.

    △오발탄 어법("솔선을 수범해서" "바쁜 벌꿀은 슬퍼할 겨를이 없다") △영매 어법("간절하게 원하면 전 우주가 나서서" "혼이 비정상") △불통 군왕 어법("손씻기라든가 몇 가지 건강 습관만 잘 실천하면 메르스 같은 것은 무서워할 필요가 전혀 없다") △피노키오 공주 어법("내가 누구에게 조종을 받는다는 것은 내 인격에 대한 모독이다" "5·16 같은 경우는…그것이 어떤 정상적인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유체이탈 어법("그래서 대통령 될라고 하는 거 아니에요, 지금 제가" "찌라시에나 나오는 그런 얘기들에 이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은 정말 대한민국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전화통 싸움닭 어법("한국말 못 알아들으세요?" "병 걸리셨어요?")이 그 면면이다.

    "'오발탄 어법'은 한마디로 무식이고, '영매 어법'은 최태민(1912~1994)에게 오염돼 40년에 걸쳐 계속돼 온 것이죠. '불통 군왕 어법'은 청와대에 20여 년간 살면서 지니게 된 특권의식이고, '전화통 싸움닭 어법'은 이 사람(박근혜)의 본체, 민낯이 오롯이 드러나는 경우예요."

    "그런데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박근혜 어법의 가장 큰 문제가 '피노키오 공주 어법'과 '유체이탈 어법'에 있다"고 최 대표는 지적했다.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오고 있다"는 것이다.

    "'피노키오 공주 어법'의 핵심은 거짓말이에요.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임시변통으로 금방 들통날 거짓말을 잇따라 하는 거죠. 대통령으로서 대국민담화에서 약속한 검찰 조사 등에 대해 금방 말을 바꾸고 있잖아요. 박근혜는 자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를 겁니다. '나는 진실을 말한다'고 착각하고 있을 수도 있어요. 심리학적으로 비정상인 사람은 자신이 항상 정상이라고 착각합니다. (박근혜가) 그 상태까지 간 것으로 보여요. 그 착각이 집착을 낳고 있습니다. 언어적인 측면에서 노암 촘스키(미국의 언어학자)가 언급한 '심층구조' 자체가 잘못돼 있기 때문에 자신의 어법, 언어 발화가 잘못됐다는 걸 모르는 겁니다. 박근혜는 아마 국민들이 자신을 배신했다고 생각할 거예요."

    "'유체이탈 어법'은 자신이 무오류의 존재라고 착각하는 것"이라며 그는 말을 이었다.

    "비정상이면서 자신을 정상으로 착각하는 것에 더해서, '그 착각 자체에 오류가 없다'는 착각을 다시 한 번 덧씌우는 거죠. 그렇게 자기 자신을 오류가 없는 존재로 보게 되는 건데, 이는 심리학적으로 분명한 비정상이에요. (어린 시절 청와대에서) 엄격한 통제 아래 크다보니 일반적인 언어 사회화 과정을 겪지 못한 건데, 최고 권력자였던 아버지(박정희)가 언어, 사고방식에 있어서 자식들에게 잘못된 유산을 남긴 셈이죠."

    ◇ "최순실의 어법, 박근혜와 판박이… 언어 오염되면 사고·행동도 오염돼"

    (사진=청와대 제공)

     

    최 대표는 지금의 국정농단 사태를 잉태한, 박 대통령과 최태민의 관계를 두고 "언어 사회화 과정이 일반적이지 않은 박근혜를 수용하기 위해서 그의 언어를 처음부터 무조건 배우려 노력한 인물이 최태민"이라고 설명했다.

    "최태민을 직접 곁에서 보고 증언한 사람들에 따르면, 그는 특출한 흡인력을 지닌 인물이었어요. 심지어 '그가 최면술을 건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으니까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당시 큰 영애로서) 박근혜에 대한 일정한 기대치를 갖고 바라볼 때, 이 사람(최태민)은 박근혜의 수준에 맞춰서, 무조건 박근혜의 관점으로 접근을 한 거죠. 어머니 육영수 부재 이후 박근혜의 생애를 통틀어 그런 사람은 그(최태민)가 유일했어요. 그러니 박근혜 입장에서는 최태민이 아주 편했던 거죠."

    국정농단에 대한 국회의 국정조사 청문회 등을 통해 최근 최순실의 육성이 공개됐다. "이를 접했다"는 최 대표는 "박근혜와 (어법이) 똑같다"고 전했다.

    "만연체(반복하거나 수식하는 말이 많은, 길고 자세하게 늘어놓은 문체)도, 주어와 술어가 왔다갔다 하는 것, 주어나 목적어를 빼먹는 것이 완전 판박이입니다. 언어가 오염되면 사고방식도, 행동도 오염될 수밖에 없어요. 늘 곁에서 주고받으며 살아온 사람이 최순실이니 당연히 그 어법을 그대로 따라가는 거죠."

    "말은 곧 그 사람"이라고 최 대표는 역설했다. "어떤 사람이 궁금할 때 가장 손쉽게 알아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그 사람의 언어"라는 것이다.

    "사실 조금만 관심을 두고 언어를 들여다보면 그 사람의 대부분을 알 수 있어요. 우리가 선거 때 투표장 가기 전에 후보자들의 언어를 떠올려 보면, 그 사람의 이중성 같은 것은 금방 읽을 수 있죠. 지금 소위 대통령 선거에 나설 잠룡으로 꼽히는 사람들도 보면, 당장의 위기을 모면하기 위해 임시변통으로 말을 던지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사람들은 대통령이 되면 본색을 드러내기 마련입니다.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처럼 말이죠."

    그는 "우리 사회에서는 언어가 여전히 진실을 가리는 가면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며 "가리키는 사람·사물의 진실을 드러내고 타인에 대한 온정과 배려까지 얹는 언어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어심리학의 창시자인 독일의 하이만 슈타인탈(1823~1899)은 '사람은 언어에 의해서만 사람일 수 있다'고 했어요. 그 유명한 하이데거(1889~1976·독일)도 '말은 사고의 집'이라고 강조했잖아요. 우리는 생각 자체를 언어로 합니다. 그 사람의 언어가 꼬이거나 잘못되면 사고도 꼬이기 마련이에요. 우리는 언어가 품은 뜻, 언어 너머의 진실을 알 수 있는 눈과 귀를 가질 필요가 있어요. 그것이 지금 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박근혜 너머'를 염원하는 시민들의 뜻에도 부합하는 거라고 믿어요. '병신' '식모'라는 표현이 사회적으로 '장애인' '가사도우미'라는 중립성을 띤 언어로 교정된 데는 이러한 노력이 뒤따랐어요. 정치는 만유인력처럼 우리 삶의 모든 곳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만유정치'라고 불러도 무방해요. 저는 언어가 이 '만유정치'의 매개체요 윤활유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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