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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은 애플 자율주행차…관전 포인트는?



IT/과학

    베일 벗은 애플 자율주행차…관전 포인트는?

    애플, 구글과 같은 자율주행 4단계…IT 업계-자동차 업계 주도권 경쟁 치열

    애플이 자율주행차 개발에 나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일명 '프로젝트 타이탄'으로 불리며 미국 샌프란시스코 쿠퍼티노의 애플 본사 인근 서니베일에서 비밀리에 추진중이던 자율주행차 개발의 밑그림이 드러나는 것이어서 업계의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애플 팀 쿡 CEO

     

    ◇ 자율주행차 개발 첫 인정…쏠리는 업계의 이목

    애플은 지난달 22일 미국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5장에 걸친 장문의 서한을 보내 애플의 자율주행차 개발 입장을 소상히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애플이 지난 2년간 철저한 보안 속에 추진해온 비공개 프로젝트를 공개로 전환한다는 신호탄이어서 이미 자율주행차 개발에 뛰어든 포드·BMW 등 전통 자동차 업계, 구글·테슬라 등의 IT업계와 얼마나 격차를 줄였는 지, 혹은 얼마나 앞서 있는지 가늠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애플의 통합상품 담당 이사인 스티브 켄너는 서한에서 "애플은 더 스마트하고, 직관적이며 더 개인화 될 수 있도록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과 자동화 연구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면서 "수송 교통을 포함한 많은 영역에서 채용될 수 있는 자동화시스템의 잠재력에 흥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NHTSA가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 자동차 업체들 간에 데이터 공유가 이뤄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데이터 공유로 인해 사용자의 사생활이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기조는 개별 업체들이 자율주행차를 경쟁적이고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현 상황을 지적하며 일종의 자율주행 시스템의 표준화나 공동 연구·개발 등을 통한 연대를 의식한 발언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서한에서 시장에 신규 진출한 업체들에게 기존 자동차 업체들처럼 동일한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한 내용은 전통 자동차 업계가 정치·제도적으로 커넥션이 공고한 상태에서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인 신생 자율주행차 개발 IT기업들이 견제받게 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 자동차 업체는 2015년 12월 제정된 미국육로교통개선법(FAST Act)에 따라 일반 도로 주행 테스트의 경우 자동차와 부품 등의 최소 성능 요구에 대한 안전성 인증을 별도로 받을 필요가 없지만 구글이나 애플과 같은 신생 IT업체는 이러한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상태다.

    이때문에 전통 자동차 업체와 IT 기술업체간 공정경쟁과 상호 데이터 공유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면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을 한층 더 빨리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애플 대변인인 톰 뉴메이어는 자율주행 시스템이 매년 수백만 건의 자동차 충돌사고와 수많은 인명피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사회적 유익성을 강조하며 "우리는 머신 러닝과 자동화 시스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에 당국에 의견을 제출했다. 최고의 성과를 낼 운영방식을 만들기 위해 NHTSA와 협력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 애플, 자율주행차 대신 '자율주행 시스템'으로 선회

    애플은 첨단 자율주행차 하드웨어를 개발할 계획이 사실상 없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프로젝트 타이탄'의 내부 진통 끝에 최근 애플은 테슬라와 같은 전기 자율주행차 개발보다는 소프트웨어 개발에만 방점을 둔 것으로 나타났다.

    '기계학습 및 자동화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는 서한 내용이 이를 확인해준다.

    애플이 이미 전기자동차 개발 인력 수백명을 해고하고 전기차 대신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에 초점을 맞추기로 하면서 내년 말까지 프로젝트 방향을 대대적으로 수정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당초 2020년 지문 인식으로 운전자를 인식하고 자율주행이 가능한 전기자동차를 내놓겠다는 계획으로 2014년 프로젝트 '타이탄'을 출범시켰지만 테슬라처럼 직접 전기차를 디자인하고 생산하려던 야심찬 꿈은 불과 2년 만에 물거품이 됐다. 하지만 애플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오히려 선택지가 넓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전기차를 직접 생산·유통까지 하면서 기존 자동차 제조 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보다 완성도 높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자동차 제조 업체에 라이선스 판매 등을 통해 플랫폼을 확장한 뒤 미래에 '애플카'를 생산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애플은 설립 2년 만에 중국 차량 호출 앱의 90%를 점유할 정도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 최대 차량 공유 업체 디디추싱에 10억달러를 투자했다. 디디추싱의 차량에 애플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가 탑재된다면 최근 추락하는 스마트폰 시장을 극적으로 반전시킬 무기가 된다.

    전문가들은 주요 자동차 메이커들이 테스트하고 있는 자율주행차 기술은 기존 자동차와 각종 센서, 카메라 등으로 이루어진 하드웨어 기술을 통합시키는 것에 집중되어 있다며 실제 등장할 미래 자율주행차는 전기나 수소 등으로 움직이는 친환경 자동차에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와 빅데이터·통신과 같은 커넥티드 기술이 통합된 스마트 커넥티드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는 아직 표준이 없다. 어떤 기술이 더 나은지 개발이 이루어지는 단계고 사람의 물리적 개입이 없어도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기술이 확보되면 궁극적으로 이를 표준화 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이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 자동차 업체들 간에 데이터 공유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향후 기술표준 주도권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전통적인 자동차 업계는 스마트폰처럼 소프트웨어의 종속성을 우려해 자율주행 시스템의 독자개발을 추진하고 있지만, 운영체제 노하우는 애플과 구글을 따라오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드, GM, 볼보, 폭스바겐, BMW, 다임러 등의 전통 메이커들이 이미 반자동주행(Level 3) 수준의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커넥티드카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기술이 반드시 확보되어야 한다.

     

    ◇ 자율주행차 기술 어디까지 왔나

    미국도로교통안전국이 제시한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 가이드라인은 5단계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0단계: 자동제어 장치가 없는 일반적으로 사람이 운전하는 자동차 ▲1단계: 자동긴급제동장치(AEB)와 어댑티드 크루즈 컨트롤(ACC) 등의 자동 보조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사람이 운전하는 자동차 ▲2단계: 1단계의 여러 기능이 조합되어 핸들조작 등이 일부 자동화되고 고속도로에서 차선유지 등이 가능하지만 사람의 개입이 필요한 자동차 ▲3단계: 2단계를 포함해 자동화 시스템이 조작하지만 긴급상황에서의 브레이크나 핸들 조작은 운전자가 책임져야 하는 자동차 ▲4단계: 사람이 목적지만 입력(스크린 터치 혹은 음성입력 등)하면 자동주행시스템이 자율적으로 판단해 주행하는 고도의 단계로 사람이 수동조작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5단계: 사람의 개입이 없이 자율주행시스템과 자동차 하드웨어로만 완전하게 자율주행하는 최종적 단계다.

    애플이 어느정도 수준까지 기술을 확보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는 기술적으로 4단계 수준까지는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머신러닝의 학습기간이 짧아 구글과는 어느정도 격차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자동차 메이커들이 내놓는 양산화 단계의 자율주행 기술은 2~3단계로, 반자동 수준인 4단계 기술은 2020년쯤 양산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의 경우 네이버가 최근 공개한 자율주행차 기술과 관련해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기술 등을 활용한 4단계 수준의 소프트웨어 기술을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내년 초 자율주행 테스트 면허를 신청해 놓은 상태다. 앞서 현대기아차와 현대모비스, 서울대, 한양대 등이 자율주행 테스트에 들어간 상태다.

    최근 레벨3~4 수준의 자율주행차 하드웨어는 쉽게 구축이 가능한 상태다. 자동차에 각종 카메라와 레이저, 적외선 센서, ADAS 시스템 등을 탑재만 하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하드웨어를 통합적으로 관리·분석하는 소프트웨어도 이미 개발돼 있다.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 업체들이 이같은 첨단 장치들을 생산해 이미 공급하고 있고, 차량 외부에 돌출되어 있는 이 하드웨어 시스템의 성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면서 보다 미니멀하게 만들어 차량 내부에 들어가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자율주행 테스트 차량을 제작하는데 대당 수억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훨씬 저렴한 소비자 가격에 내놓는 것이 하드웨어 업체들이 당면한 과제다.

     

    ◇ 자율주행 기술 주도권 경쟁 치열

    핵심은 완전자율주행차를 위한 빅데이터와 딥러닝, 머신러닝, 신경망 머신, 인공지능 등 현대의 첨단 기술이 모두 투입된다는 점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이 극적으로 만나는 지점이 가까워졌다는 점이다. IT 업계와 자동차 업계가 주도권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양상이다.

    실리콘 밸리를 중심으로 미국 IT 업체들이 자율주행차 기술에서 한 발 앞서 있는 모양세다.

    테슬라는 지난달 사물·도로·신호등·도로표지·속도 등을 스스로 파악하며 운전자의 개입 없이 수킬로미터 떨어진 목적지까지 데려다 준 뒤 운전자 없이 스스로 주차까지 하는 4단계 수준의 자율주행차 기술을 선보였다. 2020년 이전에 이 기술을 업데이트 방식으로 자사 차량에 공급하기 위해 올 하반기부터 출시하는 차량에 자율주행 하드웨어가 탑재된 차량을 출고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차량 공유 업체인 우버가 최근 인수한 자율주행 트럭 개발 스타트업 오토(OTTO)는 버드와이저 맥주 2천 상자를 실은 자율주행 트럭이 미국 콜로라도 주 포트 콜린스에서 같은 주 콜로라도 스프링스까지 약 193㎞ 구간을 2시간 만에 주행해 세계 최초의 상업용 배송 성공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최종적 완전 자율주행을 위한 인공지능과 기계학습 능력은 구글이 가장 앞서 있다.

     

     

    전통적인 자동차 업계는 2020년 4단계 수준의 완전자율주행 상용차를 내놓고 2025년부터 본격 경쟁에 돌입할 예정이다. 석화 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에서 배터리 기술이 중요한 전기자동차로 시장을 완전히 재편해야하기 때문에 속도는 다소 느린 편이다.

    시장조사업체인 내비건트 리서치(Navigant Research)에 따르면 구글, 애플 등을 제외한 전통적인 자동차 브랜드의 자율주행 기술 경쟁력은 다임러, 아우디, BMW, GM이 가장 선두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에 경쟁그룹으로 볼보, 포드, 도요타, 혼다가 바짝 뒤 쫒고 있다. 세 번째 도전그룹에는 폭스바겐, 닛산, 재규어 랜드로버, 테슬라, 현대기아차 순으로 꼽혔다. 현대기아차는 세계 5대 자동차 생산 업체지만 자율주행 기술력은 13위에 머물렀다.

    선두그룹은 승용차 뿐 아니라 트럭이나 다양한 종류의 양산형 라인에 모두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할 정도로 적극적이고, 경쟁그룹은 가까운 시일 내 이들 선두그룹을 따라잡을 수 있는 기술력과 양산력을 갖춘 브랜드들이다. 도전그룹은 기술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가까운 시일 내 선두그룹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는 기술 브랜드들이다. 그 뒤로 가장 뒤떨어진 후발그룹에 피아트 크라이슬러, 마쓰다, 르노, 푸조 시트로엥, 미쓰시비가 있다.{RELNEWS:right}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커넥티드 카는 2022년 825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GSMA는 2018년 커넥티드 카 서비스 및 하드웨어 시장이 400억유로(약 52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중 엔터테인먼트, 교통정보 등 정보 서비스 분야가 245억유로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하드웨어는 69억유로, 텔레매틱스 45억유로, 통신은 40억유로에 이를 전망이다.

    BI인텔리전스는 이와 관련한 산업 규모를 모두 포함해 2015년 500억달러(약 57조원)에서 2020년 1600억달러(약 182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2020년 전 세계 약 2억5000만대의 차량이 무선통신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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