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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은 왜 반년이 지나서야 '김종 협박' 폭로했나



스포츠일반

    박태환은 왜 반년이 지나서야 '김종 협박' 폭로했나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박태환(왼쪽)은 지난 21일 아시아선수권대회가 열린 일본 도쿄에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오른쪽)의 협박 정황에 대해 밝혔다.(자료사진)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측근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으로부터 올림픽 포기 협박을 받은 정황이 드러난 '수영 스타' 박태환(27). 지난 5월 김 전 차관이 박태환을 만나 회유와 협박을 통해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을 포기하라고 종용했다는 것이다.

    당시 대화 녹취록은 올림픽 국내 중계권사인 SBS를 통해 최초 보도됐고, 이후 박태환 측이 지난 21일 아시아수영선수권이 열린 일본 도쿄에서 국내 언론사 특파원들과 간담회에서 당시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전말이 드러났다. 박태환은 "높으신 분이라 무서웠지만 올림픽 출전에 대한 생각밖에 없었다"고 소회를 털어놨다.

    박태환 측은 22일 오후 국내 수영 담당 기자들에게 당시 대화 녹취록 공개와 관련한 입장 발표 보도자료를 낼 예정이다. 당시 김 차관과 박태환 측이 만나 나눈 3시간 가량의 대화 녹취록에 또 다른 내용이 담겨 있을지가 관심사다.

    만약 박태환 측이 녹취록을 공개한다면 당시 대화 이후 거의 반년 만이다. 지난 5월 25일 김 차관과 만났던 박태환은 리우올림픽을 치르고 난 이후에도 한참이 지나서야 당시 상황과 억울했던 속내를 밝혔다. 왜 당장이 아닌 약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김 차관과 대화 내용을 공개했을까.

    ▲막강한 김종 권력…리우의 충격적 결과

    마음고생을 해가면서도 그래야만 했던 이유들이 있었다. 당시는 서슬푸른 압제 속에 올림픽 출전이 좌절될 위험성이 높았던 까닭이다. '체육 대통령'으로 군림한 김 차관의 역린을 건드렸다가는 자칫 한 줄기 가능성마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박태환은 지난 2014년 9월 금지약물 양성 반응으로 국제수영연맹(FINA)로부터 18개월 선수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지난 3월 징계가 풀렸지만 도핑 적발 선수는 3년 동안 국가대표 자격이 없다는 대한체육회 규정에 걸렸다. 이후 박태환은 국내 법원과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제소를 통해 국가대표 자격을 인정받아 올림픽에 나설 수 있었다.

    그렇다 해도 김 차관은 한국 체육계의 실세였다. 더군다나 박태환은 '약물 선수'라는 꼬리표를 아직 떼지 못하고 있었다. 평소 "미디어를 꽉 잡고 있다"고 자신의 힘을 과시하던 김 차관이었기에 자칫 여론이 박태환에게 나쁘게 흘러갈 가능성도 있었다.

    수영대표 박태환이 지난 8월 7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올림픽 수영장에서 자유형 200미터 예선 탈락 후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모습.(자료사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무엇보다 박태환 자신이 떳떳하게 명예회복을 할 만한 성적이 나오지 않았던 게 컸다. 박태환은 리우올림픽에서 주종목인 자유형 400m를 비롯해 전 종목에서 예선 탈락했다. 2008 베이징, 2012 런던 대회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3개를 따냈던 박태환의 충격적인 노 메달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차관과 대화 내용 공개는 선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것이었다. 박태환이 도쿄 특파원과 간담회에서 "핑계를 대고 싶지 않다"고 강조한 이유다. 박태환으로서는 여전히 경쟁력이 있었지만 김 차관의 외압이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입증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김종의 몰락과 박태환의 명예회복

    이런 조건들이 마련되기까지 반년 정도가 흐른 것이다. '화무십일홍'이라고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던 김 차관은 '최순실 게이트'에 휩싸여 사퇴한 데다 구속까지 된 상황. 여기에 박태환도 왕년의 기량을 어느 정도 입증해냈다.

    김 차관은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이 커진 지난달 30일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검찰 조사를 받은 김 차관은 21일 밤 최 씨의 조카 장시호 씨와 함께 구속됐다. 직권남용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다.

    향후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법적 처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처벌이 없어도 김 차관이 한국 체육계에서 다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검찰이 적시한 혐의 내용에 담기지 않은 차관 재직 시절 전횡이 너무 많다. 박태환에 대한 협박이 담긴 녹취록 공개는 카운터펀치나 다름없다.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사진=이한형 기자)

     

    여기에 박태환은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발군의 기량을 뽐냈다. 지난달 전국체전 2관왕으로 예열한 박태환은 이번 대회에서 자유형 200m와 400m, 100m, 1500m까지 4관왕에 올랐다. 후배들을 이끌고 나선 계영 400m에서도 값진 동메달을 추가했다.

    특히 200m 1분45초16은 리우올림픽이었다면 은메달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제대로 훈련했다면 여전히 세계 정상급 선수라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박태환이 "올림픽은 최고의 컨디션을 발휘해야만 하는데 여러 가지 수영 외에 생각할 게 굉장히 많았고, 정신적으로 자리를 잡지 못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뒤늦게 한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이유다.

    박태환의 아버지 박인호 씨는 22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사실 김 차관이 구속된 가운데 계속 이슈가 되는 게 좀 그렇다"면서도 "그래도 태환이가 어느 정도 명예회복을 했다"고 후련한 속내를 밝혔다. 이어 "녹취록 공개에 대한 입장을 오후에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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