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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두 명?"… 예능 파고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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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이 두 명?"… 예능 파고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SBS '웃찾사', JTBC '말하는대로'에 등장한 날선 풍자

    '뜨거운 감자'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발빠르게 받아들이고 있는 곳 중 하나가 바로 TV 예능 프로그램이다. 대통령의 비선실세가 국정을 농단한 초유의 사태를 다루는 예능이 늘어나는 중이다.

    MBC '무한도전', KBS '개그콘서트', SBS '런닝맨'에 이어, 이번주에는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과 JTBC '말하는대로'가 가세했다.

    최순실 씨나 정유라 씨의 외양을 묘사하거나 탐욕스럽고 뻔뻔한 이미지를 부각해 왔던 것을 뛰어넘어, 시끄러운 요즘 정국을 비판적 관점에서 다룬다는 점에서 점차 진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뭐라고요? 왕이 두 명이라고요?"

    16일 방송된 SBS '웃찾사'는 두 코너에서 '국정농단 사태'를 다뤘다. JTBC 인기 예능 '썰전'을 패러디한 '살점' 코너에서는 영화 이야기를 하는 척하면서 현 세태를 언급했다. 김정환은 한국인이 꼽은 100선의 영화 중 자신이 재미있게 본 영화를 소개하겠다며 '킹스 스피치'와 '라푼젤', '엽기적인 그녀'를 들었다.

    김정환은 킹스 스피치를 설명하면서 "굉장히 명작인데 모르는 분들이 많더라. 얘가 왕이에요. 근데 연설을 잘 못해. 그래서 얘(다른 인물)가 연설하는 걸 도와주요. 연설문을 고쳐주고…"라고 말했다. MC 김구라 역을 맡은 박종욱은 "정환아 이거 정치적인 발언 아냐 이거?"라고 묻지만 김정환은 도리어 "이게 왜 정치적인 발언이에요? 이거 영화 얘기에요. 영화 실제 내용이 그래요"라고 맞받았다.

    두 번째 영화 '라푼젤'에 대해 김정환은 "공주가 있는데 공주가 성 안에 갇혀 있어요. 외부와 단절이 되어 있어요. 유일한 통로는 마녀가 왔다갔다 해요. 그래서 마녀가 옷도 골라주고…"라고 설명했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눈치챈 관객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16일 방송된 '웃찾사-살점'에서는 최순실 씨를 '엽기적인 그녀'로 패러디한 포스터가 등장했다. (사진='웃찾사-살점' 캡처)

     

    다음 영화 '엽기적인 그녀' 차례에선 배우 전지현 대신 최순실 씨 얼굴이 들어간 패러디 포스터가 등장했다. 김정환은 자기가 더 놀랐다는 듯 최순실 씨의 얼굴을 보며 "이거 뭐에요? 왜 이렇게 바뀌었지? 저는 그냥 인터넷에 있는 거 출력만 한 거에요. 이거 누구에요?"라고 되물었다.

    박종욱과 황현희가 "굉장히 민감한 문제"라거나 "큰일날 친구"라고 손사래를 치자 김정환은 그럼 영화 명대사 이야기를 하겠다고 나섰다. 김정환은 '테이큰'과 '광해'의 명대사를 소개하는데 그 내용이 자못 의미심장하다. 테이큰의 명대사는 "니가 누군지 모르겠지만 내 딸만은 건드리지 마라"였고, 광해의 명대사는 "뭐라고요? 왕이 두 명이라고요?"였기 때문이다.

    개그의 포인트는 마치 아무것도 모른다는 양 뻔뻔스럽게 현 시국을 연상케 하는 발언을 하는 김정환의 태도에 있다. 박근혜, 최순실이라는 당사자의 이름이 등장하지 않고, 그저 존재하는 영화 이야기를 할 뿐이지만 관객들도 시청자들도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최순실 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을 사전 보고 받고 수정한 점 △박 대통령이 머무르는 청와대에 최 씨가 드나들었다는 점 △최 씨가 인터뷰에서 자신의 딸(정유라 씨)을 지키고 싶다는 말을 한 점 △박 대통령이 최 씨에게 국정 운영의 많은 부분을 맡긴 사실이 드러나며 진짜 대통령 역할은 최 씨가 하고 있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점 등이 짧은 개그 코너에 두루 담긴 것이다.

    ◇ 청와대 출입, 재단 모금, 촛불집회까지 모든 게 '소재'

    '웃찾사'의 또 다른 코너 '내 친구는 대통령'에서도 신랄한 풍자는 계속됐다. 대통령인 친구를 두었으니 청와대 구경 좀 해 보자는 김진곤에 말에 대통령 역의 최국은 "한 나라의 대통령이 제아무리 친하다고 사적인 감정으로 청와대를 마음대로 출입을 시켜 인마? 그건 절대 안 되는 거여"라고 쏘아붙였다. 박 대통령과의 친밀한 관계를 내세워 청와대에 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최 씨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또, 김진국은 게이트볼 구장을 지으려는데 돈이 모자라니 사장님들에게 돈 좀 모아 도와달라고 했다. 그러자 최국은 "아주 큰일 날 소리"라며 "대통령이 어떻게 대기업을 상대로 모금을 해 가지고 게이트볼 구장을 만들어, 이 자식아. 그건 대통령이 해서도 안 되고 할 수도 없는 일이여, 인마. 세상에 그런 대통령이 어딨어?"라고 되물었다. 최순실 씨가 실소유주로 알려진 미르·K스포츠재단은 대기업을 상대로 막대한 자금을 출연받아 도마에 올랐다. 물론 이 배경에는 정부의 압박이 있었다. "대통령이 해서도 안 되고 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하는 최국 대사는 현 상황을 아프게 꼬집고 있다.

    16일 방송된 '웃찾사-내 친구는 대통령'에서 대통령 역의 최국이 김범수의 '지나간다'를 개사해서 부르고 있는 모습 (사진='웃찾사-내 친구는 대통령' 캡처)

     

    '내 친구는 대통령'에서는 지난 12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박 대통령 퇴진 촉구 촛불집회와, 국민들로부터 지지받지 못해 난처해진 박 대통령의 상황까지도 풍자의 소재가 됐다. 김진곤이 광화문 옆에서 양초를 파는 친구가 엄청난 돈을 벌었다고 소개하고, 최국이 김범수의 곡 '지나간다'를 개사해 "지나간다. 이 고통은 분명히 끝이 난다. 내 자신을 달래며 하루하루 버티며 꿈꾼다. 이 상황의 끝을"이라고 부르는 식이다. 너무 노래를 못 부른다는 친구의 핀잔에 최국은 "이러려고 내가 대통령이 됐나 자괴감이 드네?"라고 쐐기를 박았다.

    ◇ "항상 그렇게 스스로 판단하고 생각하시는 훌륭한 분이신데…"

    스타들의 길거리 버스킹 쇼를 표방한 JTBC '말하는대로'에서는 방송인 유병재가 태연하게 '대통령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의혹'을 언급해 웃음을 안겼다. "좋은 친구를 사귀면 연설문을 직접 안 써도 된다"는 부분이 담긴 선공개 영상은 이미 SNS 상에서 '내일이 없는 유병재'라는 제목으로 널리 퍼진 바 있다.

    16일 방송에서 유병재는 "지난 대선 당시 저희 부모님은 기호 1번(박근혜 후보)을 그렇게 좋아하셨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아들(유병재)과 같은 대학교 나왔다는 이유로, 어머니는 박근혜 후보가 불쌍하다는 이유로 찍었다고 설명했다.

    유병재는 시아버지 병수발을 하고 빚에 허덕이며 공장 시다, 식당보조, 가정부 일 등을 하며 어렵게 살아온 어머니의 일생을 얘기하며 "엄마가 그분(박 대통령) 너무 불쌍하다, 안 됐다 하는 걸 보고 너무 속이 상하고 화가 났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엄마한테 화를 냈다. 지금 누가 누굴 동정하냐고, 누가 불쌍하냐고. 이렇게 착하게 살아서 우리가 잘 살아봤던 적 있느냐. 좀 이기적으로 사시라고 했다"고 전했다.

    16일 방송된 JTBC '말하는대로' (사진='말하는대로' 캡처)

     

    그러면서 "사람 함부로 동정하는 거 아니다. 그분은 우리나라 대표시고, 대통령이시고, 국민들만 생각하시고, 항상 그렇게 스스로 판단하시고 스스로 생각하시는 아주 훌륭한 분이신데 누가 누굴 동정하느냐? 뭐 누가 뒤에 있어서 조종하는 것도 아닌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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