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예지중·고 교사와 학생들이 7일 대전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단 측이 제기한 이사 취임승인 취소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사진=예지정상화추진위원회 제공)
"그동안 졸업장이 없어서 정말 가고 싶은 데도 못 가고 하고 싶은 말도 못 하고 산 우린데..."
대전지검 앞에서 만난 황연자(53·여)씨는 '졸업장이 없어 당한 설움'이 크다고 했다.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인 대전 예지중·고등학교는 그런 황씨에게 포기했던 배움의 꿈을 되찾게 해준 소중한 곳이었다. 예지고 3학년인 황씨는 내년 2월 졸업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황씨가 그토록 바라던 고교 졸업장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학교 재단법인과 교사·학생 간 '법정다툼'이 언제 끝날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올해 초 교사와 학생들의 학교 내부비리 고발로 시작된 예지중·고 학사파행 사태가 법정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논란이 불거진 지 열 달 만인 지난달, 대전시교육청은 예지재단 이사진 전원에 대한 취임승인 취소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싸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예지재단 측이 취임승인 취소 결정에 불복해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송과 함께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기 때문이다.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이사들이 직을 유지하면서 본안소송이 진행되기 때문에 교육청에서 취소 처분을 내린 게 의미가 없어지게 됩니다."
예지중·고 맹현기 교무부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재단 측은 교사와 학생 50여명에 대해서도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고소했다.
이곳에서 만학의 꿈을 키웠던 학생 상당수가 재단과의 싸움에 지쳐 꿈을 내려놓았다. 남은 학생들도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학사파행 11개월, 이어진 법정다툼의 끝은 또 어디일지 학생들은 막막하다는 반응이다.
예지중·고 교사와 학생들은 7일 대전지검 앞에서 "재단 이사들은 공익법인의 설립 목적을 망각했고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의 설립 취지를 저버렸다"며 "이들이 낸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져 퇴출 이사들이 여전히 이사직을 유지하게 된다면 학교 현장은 더 이상 평생교육 실현의 장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단호한 기각 결정으로 공익법인이 설립 목적을 현저하게 훼손했을 때는 그 책임을 묻는 것이 이처럼 엄중하다는 선례를 남겨 달라"며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황연자씨는 "꼭 학교장 직인이 찍힌 졸업장을 받고 싶다"며 "지금까지 겨우 버텨왔는데 옳은 일을 했다는 이유로 받지 못한다면 그 서글픔은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당초 이날 예정됐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첫 심문은 오는 14일로 연기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