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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K스포츠 내부고발자 정현식의 눈으로 본 권력실세들



국회/정당

    [단독]K스포츠 내부고발자 정현식의 눈으로 본 권력실세들

    각종 명함 빼곡히 보관…'높은 분들도 이런 자리에 나오는구나'

    대기업 '발목'을 비틀어 설립됐다는 K스포츠재단은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사실상 모든 업무를 장악하며 각종 이권 사업에 활용하려한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최씨는 청와대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의 비호 속에 SK와 롯데, 부영 등으로부터 추가 투자금을 받아내려고도 했다. CBS노컷뉴스는 K스포츠재단 핵심관계자였던 정현식 전 사무총장의 시각으로 일개 민간재단이 어떻게 권력과 연계돼 대기업을 압박했는지를 살펴봤다.[편집자주]

    시중은행 해외법인에 근무하다 정년퇴직한 K스포츠재단 정현식 전 사무총장은 지난해 12월 최순실씨와의 면접에서 통과됐다.

    은행업무 경력이 탁월했던 정씨는 지난해부터 이곳저곳에 이력서를 제출했고 자신의 재무능력을 활용하는 동시에 사회에 보람된 일을 찾고 있었다.

    정씨의 이력서는 K스포츠재단 설립준비를 하던 최순실씨에게 흘러들어갔고 최씨는 지난해 12월23일 정씨와의 면접 뒤 감사 일을 맡아달라고 요청한다. 정씨는 당시에 최씨가 정윤회씨의 전 부인이자 박근혜 대통령과 막역한 것으로 알려진 최순실씨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체육인재 육성과 소외된 종목에 대한 관심, 남북체육교류 등 재단의 설립목적을 접한 정씨는 사회공헌 등 보람찬 일이라 생각하고 곧바로 K스포츠로 출근해 감사 업무를 담당했다.

    하지만 K스포츠재단은 출연금과 설립목적에 비해 구성 인원이 턱없이 적었고 업무진행 방식도 최씨의 지시에 크게 좌우되는 등 자신이 처음 생각한 부분과 많이 달랐다.

    정씨는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업무는 (최순실) 회장이 결심해 지시했고 이사나 사무총장이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정씨가 이상하게 여긴 것은 일개 민간재단이 청와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 권력 실세들과 너무도 손쉽게 선이 닿았다는 점이다.

    정씨는 올해 6월 재단을 나올 때까지, 정확하게는 정동춘 이사장이 5월 새로 부임하기 전까지 K스포츠 사무총장 자격으로 모든 외부 인사를 만났던 핵심 인물이다.

    정씨는 외부인사를 만날 때마다 명함을 주고받고 미팅일자를 적어놓는 등 나름의 표시를 남겼다.

    CBS노컷뉴스는 정씨의 명함을 통해 K스포츠재단이 권력 실세를 얼마나 손쉽게 만났는지를 추적했다.

    재단에서 감사 업무를 시작한 정씨는 곧바로 최순실로부터 "청와대 안종범 수석에게 가서 인사 한번 하시죠"라는 말을 듣는다.

     


    실제로 정씨의 휴대폰 문자메시지 내역을 보면 정씨는 최씨와의 면접 나흘 뒤인 12월 27일 오후 7시1분에 '수석님, 전화하셨는데 못 받아서 송구합니다'라는 문자를 보낸다.

    K스포츠재단에서 감사일을 시작한 직후 곧바로 안종범 전 수석과 연결된 셈이다.

    한달 뒤인 1월 25일 오후에도 정씨는 '수석님, 전화 받지 못하여 송구합니다'라는 문자를 보내고, 안 전 수석은 몇시간 후 "1월26일(화) 오후 2시 플라자호텔 5층 비지니스센터 입니다'라는 문자를 정씨에게 보낸다.

    이런 문자는 정씨가 K스포츠재단에서 나오는 올해 6월까지 약 50여차례 이어진다.

    4월 12일에는 안 수석이 '먼저 문자로 경제수석 소개라고 K스포츠 사무총장이라고 보내고 통화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유정복 인천 시장의 휴대폰 번호를 알려주는 등 K스포츠재단 업무와 관련해 두 사람은 필요할 때마다 연락을 주고받는다.

    정씨는 미르재단 설립과 각종 이권에 깊숙히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는 '문화계 황태자'이자 최순실씨 최측근으로 알려진 차은택 CF 감독도 청와대 연풍문 회의에서 만나게 된다.

    청와대 비서관 주재 회의로도 불리는 연풍문 회의는 지난 4월을 전후해 두 차례 열렸고, 이 중 한 회의에 참석한 정씨는 차은택 감독은 물론 청와대 김상률 당시 교육문화수석도 만나 K스포츠 태권도팀 'K스피릿' 관련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김 전 수석은 차은택 감독의 외삼촌이다.

    정씨가 본 차 감독은 하얀 뿔테 안경에 예술가 풍모를 지녔지만 좀처럼 가까이 하고 싶은 스타일은 아니었다고 한다. 정씨는 차 감독 명함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대신 김 전 수석의 명함은 물론 교문수석 산하 문화체육비서관실 소속 신모·오모·이모 행정관의 명함을 보관하고 있었다.

     


     


    K스포츠재단이 추진하던 태권도 순방 공연 등 각종 사업 관련 이야기가 오간 것으로 추정된다.

    정씨는 청와대 지시를 받은 문체부와의 미팅에도 참석했다.

    최순실씨 딸 정유라의 승마 국가대표 선발전과 인사 청탁 등에도 깊숙히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는 문체부 김종 전 2차관과는 스위스 회사 '누슬리' 면담 자리에서 처음 보게된다.

    누슬리는 최순실씨가 자신의 회사 더블루K를 통해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공사 이권에 개입하려 했다는 의혹과 연관된 스위스 스포츠시설 전문 건설업체다.

    당시 회의에는 안종범 전 수석도 참가했다. 정권 실세들이 조직적으로 최씨 회사를 밀어주려 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정씨는 '이런 자리에 김종 차관 같은 양반도 다 나오나'라고 속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정씨는 문체부 심동섭 체육정책관은 물론 박모 주무관 등의 명함도 갖고 있었으며 일부에는 만난 날짜까지 표기해놨다.

    정씨는 이런 든든한 뒷배가 있는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으로 최씨의 지시에 따라 SK와 롯데, 부영 등 재계 고위인사들을 만나며 추가 투자도 종용하게 된다.( CBS노컷뉴스 2일자 '[단독] 안종범, 부영 회장과 '80억-세무조사' 뒷거래')

    역시 만난 사람 명함을 모두 보관하고 있었다.

     


    민간재단에 여러 권력들이 등장하고 특히 대기업을 상대로 투자금을 종용하는 등의 업무방식에 회의를 느낀 정씨는 이후 대기업 대관 업무에서 손을 뗐다. 해당 업무는 최씨 회사 더블루K 고영태 이사와 재단 노모 부장, 박모 과장 등이 대신 수행했다.

    특히 "더블루K에 연구과제를 줘 성과물이 나오면 연구용역비를 지급하자"는 최순실씨의 제안에 정씨는 "연구과제는 공모 과정을 거쳐야한다"고 반대했다.

    최 회장이 "비인기 종목 선수육성프로그램을 만들어 독일로 연수를 보내자"는 제안에도 정씨는 "내가 재무를 담당하는 동안 정당성 없는 자금 지출은 불가하다"고 반대하다 결국 눈밖에 났다. 해당 프로그램은 최씨의 또다른 독일 법인 비덱(Widec)이 수행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5월13일 최순실씨가 다닌던 단골 마사지센터(운동기능회복센터) 원장 출신의 정동춘 신임 이사장이 K스포츠재단에 입성하면서 정씨는 재단을 떠나게 된다.

    정씨는 "정동춘 이사장이 '안종범 수석이 비상근이사로 일하라고 한다'는 뜻을 알려왔다"며 "비상근은 무보수라서 그만두라는 뜻으로 알고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지난 2013년 최순실씨 딸 정유라의 승마 국가대표 선발과정 잡음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이 "아주 나쁜 사람들이라더라"며 문체부 공무원들의 경질을 요구할 때부터 최씨의 국정농단은 예견돼 있었다.

    최씨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인연을 배경으로 청와대 고위 인사와 문체부 차관 등의 비호 속에 청와대 행정관들마저 수족처럼 부리며 대기업 투자를 종용하는 등 '통큰' 행보를 보이게 된다.

    지난 2일 오후 안종범 전 수석을 소환한 검찰은 전날까지 정씨를 3차례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안 수석과 관련된 모든 진술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안 전 수석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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