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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음속 캡슐 트레인'에 또 330억…시속 700km 개발은 어쩌고



IT/과학

    '아음속 캡슐 트레인'에 또 330억…시속 700km 개발은 어쩌고

    미국 '하이퍼루프' 개발 모방…묻지마 개발보다 경제적 타당성 따져봐야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는 18일 최고시속 1천km로 음속의 0.8배(마하 0.8)에 이르는 '아음속 캡슐 트레인'을 개발하고 있다면서 진공에 가까운 튜브형 터널 안에서 자기부상 상태로 초고속으로 움직이는 미래형 교통수단이 상용화되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30분만에 갈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미래부는 2020년 경전선 부전-순천 노선에 투입될 최고시속 430km의 동력분산식 고속열차 '해무-250(EMU-250·현대로템)' 이후 대형·장기과제 모델로 '아음속 캡슐 트레인'을 선정해 산하기관인 철도연으로 하여금 개발하도록 올해부터 지원한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하 철도연)도 이날 2024년까지 아음속 캡슐 트레인의 상용화 준비를 마치겠다고 밝혔다. 미창부는 이를 위한 핵심기술 개발에 330억원을 투입한다.

    최고시속 1천㎞ 마하 0.8의 자기부상열차 개발은 과연 현실성이 있을까?

    ◇ 철도연 '아음속 캡슐트레인'과 엘론 머스크의 '하이퍼루프'

    아음속 캡슐 트레인은 세계 최대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 모터스와 민간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CEO)인 엘론 머스크가 2012년 초음속 여객기인 콩코드와 같은 속도로 지상에서 달릴 수 있는 초음속 열차 '하이퍼루프(Hyperloop)'를 제안한 개념과 비슷하다.

    머스크는 캘리포니아 주 로스엔젤레스 시에서 샌프란시스코 시까지 약 613㎞ 구간을 30분 만에 주파할 수 있다며 자동차와 배, 비행기와 열차를 뛰어넘는 5세대 교통수단으로 이 하이퍼루프를 제안했다. 실제 미국은 LA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새로운 교통수단 건설을 고민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는 하이퍼루프 건설 비용의 4배에 달하는 680억달러 규모의 초고속열차 건설계획을 추진 중이어서 이를 기준으로 하이퍼루프 건설비용이 1/4 수준으로 더 저렴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이퍼루프는 개발하는 업체별로 적용하는 기술과 개념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이를 개발하고 있는 스페이스X와 하이퍼루프원, 하이퍼루프트랜스포테이션 테크놀로지 등 미국 기업들의 개념은 대체로 비슷하다.

     

    1/1000(0.1%)이라는 거의 진공에 가까운 직경 3m 안팎의 진공튜브 안의 레일에 도체판이나 코일을 깔아 자기장을 발생시키고 3~4명 혹은 20~30명의 승객을 태운 캡슐형 차량을 태양열과 풍력발전으로 에너지를 공급받는 추진체를 이용해 1~2cm 높이에서 시속 1200㎞의 속도로 달리도록 하는 개념이다. 최초에는 진공관에서 빼낸 공기를 압축한 다음 열차 아랫면을 향해 뿜어 넣어 열차를 띄우는 방식으로 고안됐지만 이는 현실성이 없어 현재와 같은 자기부상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고속 자기부상 열차 기술은 세계적으로 한국과 독일, 일본이 앞서 있고, 미국과 중국, 유럽 등 10여 개 국가에서 보유하고 있지만 아직 진공튜브를 이용한 기술이 개발된 적은 없다.

    진공튜브는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한 장치로 공기저항은 속도의 제곱만큼 커지기 때문에 400~500km 이상의 속도로 달리게 되면 엄청난 공기저항으로 차체의 안정성에 위험이 발생하고 그 이상의 에너지 추진력이 지속적으로 공급되어야 한다. 지상에서 초음속을 내기란 경제성에서나 기존 인프라로 볼때 사실상 불가능하다.

    콩코드와 같은 여객기가 지상 10km 이상에서 초음속으로 비행할 수 있는 것은 공기의 밀도가 20% 안팎으로 낮고 고출력 제트엔진의 추진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전기를 공급받는 고속철의 경우에도 2만5000V의 전력이 흐르는 전선으로부터 전력을 공급받는데, 400km 이상으로 달릴 경우 전선과 접전부 간격에 양력이 생겨 전력이 끊기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최고시속 603㎞로 달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열차로 기록된 일본의 차세대 초고속 자기부상 열차인 리니어 주오신칸센은 철로에서 10㎝ 정도 떠서 달리는 자기부상식으로 부상 제어 시스템 없이 레일과 차체가 가진 자체 자성만으로 부상하는 방식이어서 진동과 소음 등의 안정성 문제로 실제로는 시속 400km 수준으로 운행할 예정이다. 현대로템이 우리 기술로 개발한 레일형 초고속열차 해무와 비슷한 속도다.

    ◇ 시속 1000㎞의 진공관 초고속 자기부상 열차, 안정성은?

    지상 시스템으로는 음속을 돌파할 수 없다. 공기저항을 거의 없도록 만들기 위한 진공튜브 개념이 그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진공튜브에 대기의 공기밀도를 0.1% 수준으로 유지하기는 만만치 않다. 1/1000이라는 '엄격한 기준'을 지속적으로, 기술적으로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철도연은 아음속 캡슐트레인 개발을 위한 모의 시험에서 아크릴 진공관의 내부 공기를 빼내 0.2기압으로 만든 뒤 축소 모형 열차를 공기총으로 쏘아보내 진공관 내부를 시속 700㎞로 날아갔다고 밝혔다.

    일본 리니어 주오신칸센

     

    기압이란 공기가 단위 면적을 누르는 힘을 의미한다. 평지에서의 기압은 1㎠당 1㎏ 정도의 무게로 우리는 상하좌우로부터 약 20,000㎏의 하중을 받고 있는 셈이지만 모든 방향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공기저항은 속도의 제곱만큼 커지기 때문에 지상에서도 물체의 속도가 커질수록 저항의 세기도 커진다.

    철도연이 시험한 진공관 내부의 0.2기압은 여객기가 운항하는 고도 10㎞의 기압과 같다. 대기 환경은 영하 40~50도, 습도는 0.001로 지상의 조건과는 크게 다르지만 진공관 내부에 이와 비슷한 환경을 구현하면 초음속 여객기와 같은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이론이다. 여기서도 열차 내부의 기압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이 조건에서 항공기내 기압은 보통 0.8기압을 유지한다. 지상과 같은 1기압을 유지하면 비행기 동체가 압력을 이기지 못해 찌그러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승객들은 이 과정에서 기압의 차이로 귀가 멍멍해지거나 바늘로 콕콕 찌르는 느낌을 받는다. 기압이 낮아지는데 반해 귀 내부의 압력이 올라가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는 열차의 물리적 속도를 극도로 증가시키는 문제와는 별도로 아음속 캡슐 트레인이나 하이퍼루프를 이용하는 승객의 안전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이퍼루프나 철도연의 아음속 캡슐 트레인은 아직 이러한 안전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있다. 교통 전문가들은 사람이 탑승하든 수십톤의 화물을 적재하든 현재 열차 기술에서는 정차하는 순간 이 초음속, 아음속의 속도와 무게를 정상적으로 제어하기는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이들 초음속, 아음속 열차는 자기부상 방식으로 진동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공기저항을 최소화 해도 자기저항에 의해 진동이나 소음의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속도가 증가할수록 동체의 움직임을 제어하지 못하면 열차에 커다란 충격이나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 기술적 한계 극복할 수 있을까?

    한국과 독일의 경우 상전도 흡인식 자기부상 기술을 사용해 가속도와 굴곡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고전압제어 기술과 고속응답 전자석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시속 500㎞의 한계에 막혀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일본의 리니어 주오신칸센은 초전도 반발식 기술을 적용한 자기부상 열차로 전자석을 영하 270도로 유지시키기 위해 냉각기가 필요하고 속도가 빠를수록 부상하는 높이가 높아지지만 시속 120㎞ 이하에서는 바퀴를 사용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상전도 흡인식에 비해 소음과 진동의 제어적인 측면도 낮다.

    이러한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현존하는 자기부상 기술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열차와 승객의 안전을 유지하면서 시속 1000㎞의 초음속, 아음속을 내는 자기부상 열차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다.

     

    시험 구간이긴 하지만 기술적으로 최고시속 600㎞를 돌파한 일본의 리니어 주오신칸센, 독일이 개발한 최고시속 500㎞의 중국의 초고속자기부상 열차 랜스피드는 모두 실제 시속 400㎞ 대로 운행된다. 우리나라는 시속 400㎞ 급의 초고속열차 해무가 KTX를 대신해 2020년 고속철도에 도입될 예정이다.

    지난 2월부터 인천국제공항 주변을 운행하는 무인 자기부상열차는 최고시속 110㎞(실제 80㎞로 운행)로 우리나라가 우여곡절 끝에 상용화 시킨 세계 두번째, 국내에선 첫번째 도시형 무인운전 자기부상철도다.

    우리나라는 1989년 국가 연구개발사업으로 한국기계연구원에서 자기부상열차를 개발하기 시작했고 당시 참여업체인 현대정공㈜에서 1993년 대전 엑스포 전시용으로 시속 30㎞ 급 자기부상열차를 최초 개발한 뒤 27년 만에 도시형 상용화 자기부상열차를 내놓은 셈이다.

    한 자기부상 열차 전문가는 "현재 다양한 기술이 시도 되고 있지만 시속 500~600㎞ 이상의 속도를 내며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는 자기부상 기술은 계속 개발되고 있는 추세"라며 "하이퍼루프와 같은 개념이 실제 적용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모의시험과 달리 기술적·경제적 한계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 이미 시속 700㎞급 자기부상 열차 개발 중인데 330억 추가 투입?

    원천기술로만 보면 한국철도기술연구원과 한국기계연구원이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당장 하이퍼루프와 같은 개념을 현실적으로 도입하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009년 당시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최성규 원장은 "차세대 에너지원인 전기에너지를 사용하는 시속 700km 초고속 튜브 트레인을 통해 초고속 네트워크를 구축, 동북아에서 최강의 국가로 성장할 수 있는 전략을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철도연은 올해 초 미국의 하이퍼루프가 이슈가 되자 지난 4월부터 내부적으로 '하이퍼루프 세미나'를 개최해왔다. 그동안 철로를 이용한 열차 기술 개발을 지속적으로 해왔지만, 자기부상열차 원천 기술을 확보해온 한국기계연구원 대신 철도연이 자기부상 기술개발을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초고속 튜브 트레인'에 이름만 바꿔 '아음속 캡슐 트레인'이라는 명칭에 '시속 700㎞'를 하이퍼루프의 '시속 1천㎞'로 올렸다. '초고속 열차'는 '자기부상열차'로 바뀌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약 430㎞의 거리를 30분 만에 도착하고, 미국 로스엔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구간(약 613㎞)의 초고속열차 건설비용 680억 달러(약 76조 3천억원)의 1/4 수준으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지만 엘론 머스크가 주장한 내용의 근거는 좀 더 조사를 해봐야 한다.

    한국의 경우, 기술 개발을 떠나 시속 1천㎞ 자기부상열차를 활용할만한 경제적인 노선은 서울-부산을 잇는 경부선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기존 경부선 선로는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러 이에 대한 대안이 필요한 상태다. 그렇다고 속도의 특성상 서울-부산을 비롯해 2~3개 역만 통과하고 산악지역과 곡선 선로가 많은 한반도 지형의 영향을 무시한채 개념만으로 아음속 자기부상열차를 그대로 적용하기는 무리가 있다.

    경제적인 생산성을 봤을 때 현실적인 도입은 서울-부산 구간이 아닌 남북을 관통하는 유라시아횡단철도 규모의 넓은 구간을 목표로 해야하는데다 자기부상 열차 수출은 실제 운행 경력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미국이나 해외 수출에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있다.

    중국은 우리나라가 프랑스 초고속열차 떼제베의 기술을 들여온 것처럼 독일의 초고속 자기부상 열차 기술을 이전 받아 자체 기술로 넓은 내륙을 관통하는 초고속 자기부상 열차를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일본은 한국보다 앞서 초고속 자기부상 열차를 개발했다. 미국은 실리콘밸리의 기술 기업들이 이미 하이퍼루프를 개발하겠다고 뛰어든 상태다. 유럽 역시 독일과 프랑스가 버티고 있어 실제 초고속 자기부상 열차의 해외수출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기술을 가진 국가들은 대부분 한국보다 넓고 평지대가 많은 영토를 갖고 있는데다, 국가간·대륙간 연결이 가능한 가능한 국가들이다.

    중국이 2004년 독일 랜스피드로부터 도입한 초고속 자기부상 열차는 중국에서 상용화 시키는데 무려 4조원이 투입됐다. 시속 400~500㎞ 이상으로 달리기 위해서는 열차를 안정적으로 정차할 수 있는 거리까지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최소 50㎞의 시험구간 건설도 필요하다. 하물며 시속 1천㎞로 달리는 아음속 자기부상열차의 시험구간은 이보다 최소 2배에서 3~4배에 이르는 시험선로를 건설해야 한다. 미래부가 투입하기로 한 330억으로 기술 연구는 물론 완벽한 진공관을 가진 시험구간 건설비용으로는 턱 없이 모자르다. 하이퍼루프 또한 이 지속가능한 진공관 기술이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철도연이 밝힌 아음속 캡슐 트레인의 자기부상 방식도 '전자기-에어하이브리드', 추진방식은 '선형동기전동기(LSM)' 방식으로 시속 550㎞급 자기부상열차 개발을 위해 한국기계연구원이 이미 개발했거나 개발하고 있는 기술이다. 철도연이 실제 자기부상 기술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철도연이 아음속 캡슐 트레인 개발 프로젝트를 도맡은 것은 고속열차, 도시철도, 경량전철 등의 철도 교통수단을 개발해온 이력 때문이지만 실제 자기부상 핵심 기술은 한국기계연구원이 대부분 보유하고 있어 이들 두 연구기관 간의 협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철도연이 2024년까지 아음속 캡슐 트레인 상용화를 마치겠다고 밝혔지만 우리나라는 이미 2030년 시속 700㎞급 자기부상열차 상용화 계획을 갖고 있다. 단계적인 기술의 발전 과정으로만 보면 진공 캡슐 없이도 시속 550㎞와 시속 700㎞ 대의 자기부상 열차를 상용화 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까지의 자기부상 기술의 제한적 한계점이기도 하다. 그런데 충분한 기술 데이터 없이 철도연이 밝히 마하 속도의 자기부상 열차를 2014년까지 상용화 하겠다는 계획이 과연 실증적인지 의문이다.

    미래부나 철도연의 주장처럼 이같은 미래 교통수단이 다가올 '4차 혁명'에 포함되는 첨단 물류 기술이기에 충분한 연구 가치가 있다. 하지만 이미 계획대로 초고속 자기부상 열차를 개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실성과 경제적 타당성에 대한 검증 없이 미국 실리콘밸리의 하이퍼루프 환상에 기대어 '아음속 캡슐트레인'이라는 이름으로 국민세금 330억이 이용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우리보다 기술력이 다소 앞서 있는 독일과 일본에서 아직 하이퍼루프와 같은 개념을 내세워 개발에 나선다는 소식은 없다. 최근 독일 국영 철도회사인 도이치 반이 하이퍼루프 개발에 뛰어든 미국 HTT와 열차 유리에 적용할 '증강현실 창문'를 개발하기로 한 것이 전부다.

    자기부상 열차 전문가는 "한국이 하이퍼루프나 아음속 캡슐트레인과 같은 초고속 자기부상 열차에 대한 원천 기술을 확보할 필요가 있고, 이미 현재 연구 과정에 포함돼 있다"면서 "실제 도입 여부는 경제성과 현실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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