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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블랙리스트, 7일 간의 증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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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계 블랙리스트, 7일 간의 증언들

    문화계 블랙리스트 문건이 세간에 알려진지 7일 째. 문화계 인사들로부터 블랙리스트로 인한 불이익 의혹을 키우는 증언들이 쏟아지고 있다.

    크게는 지원 탈락부터 작게는 불안감으로 인한 자기 검열까지. 7일 간 블랙리스트를 증언한 문화예술인들의 이야기를 모아봤다.

    이윤택 연출가. (사진=자료사진)

     

    ◇ 자꾸 탈락하는 정부발 지원 사업 미스터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출가 이윤택은 '문재인 지지' 문화예술계 인사로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경남고등학교 동창인 문재인을 지지하는 연설을 한 것이 시작이었다.

    그는 지난 1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박근혜 정권 아래에서 본인이 당했던 불이익들을 밝혔다.

    처음부터 이윤택이 윗선에 '찍힌' 것은 아니었다. 그는 2012년 대선 이후, 문화재청에서 하는 숭례문 재개관 축제 연출을 맡았다. 당시 청와대 문화 담당 비서관에게 '문재인 후보 지지연설을 했는데 괜찮느냐?'고 물었고, 이에 비서관은 '괜찮다'고 답했다.

    이상한 조짐은 지난해부터였다. 청와대가 문화체육관광부로 1만여 명 블랙리스트를 내려 보냈다는 시기와 딱 맞아 떨어진다. 2015년 문학창작기금 희곡 심사에서 100점을 맞고도 심사지원 대상에서 탈락한 것이다.

    이윤택 연출가는 "정부 당국에서는 혜택을 많이 받은 중견 원로 예술인들보다 좀 더 젊고 혜택을 받지 않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돌리려고 한다고 했다. 명분을 내세웠기 때문에 불만은 없었다. 그런데 이후, 계속 그런 일들이 일어났다"고 이야기했다.

    그가 대표로 있는 게릴라 극장은 2년 전부터 정부 지원이 끊겼고, 콜롬비아 보고타 국제연극제 초청이 돼 넣은 지원 신청도 떨어졌다.

    이 연출가는 "게릴라 극장은 내년에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고, 보고타 국제연극제에서 떨어진 이유는 '예전에 지원을 받았으니 더 이상 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규정인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립극단이 초청하는 국가적인 행사였는데 지원을 못 받아서 48시간 비행을 해서 공연을 하고 왔다"고 덧붙였다.

    ◇ 줄줄이 대관 취소…생계까지 위협

    공연기획자인 탁현민 교수는 아예 본인 회사에서 공연을 기획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탁현민 프로덕션'이라는 이름만으로 대관이 거부당하는 사태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이 연출가처럼 탁 교수 역시 문재인 후보 지지자로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탁현민 교수는 13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상대방이 생각하기에 정치적 의도가 있는 거 아니냐고 보는 공연이 몇 개 있었다. 그런데 그런 공연이 아닌 일반 공연들 대관이 불허되거나 허가된 공연이 취소되거나 내가 맡기로 한 연출 일을 다른 사람이 맡게 된다거나 이런 일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운영에 어려움이 있어 국내 공연장은 지방자치단체나 국가 직·간접적으로 소유하거나 대학이 소유한 곳들이 대부분이다.

    탁 교수는 "대관 불허 이유는 두 가지다. 공연이 정치적이다. 하나는 연출자가 정치적인 인물인 것 같다. 항의도 했다. 그러면 실무자들은 자기들이 어쩌겠느냐. 다 알면서 왜 그러느냐고 이야기한다"고 이야기했다.

    결국 그는 진보적인 자치단체장이 아닌 지역의 공연장이나 대학 등에서는 지난 4~5년 간 한 번도 공연을 하지 못했다.

    탁 교수는 "개인적으로는 블랙리스트가 정부뿐 아니라 지자체, 공연장 대관 담당자까지 전파돼 있다는 심증이 있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이미 시작된 일이라고 본다. 안 되는 이유가 정파적이라고 하면 오히려 이해가 된다. 그런데 박정희 전 대통령을 다룬 공연은 또 다 허가가 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김기덕 감독. (사진=자료사진)

     

    ◇ 소문이 현실로…외면받는 '정부 비판' 영화들

    영화계에서 이 같은 블랙리스트는 더 이상 소문이 아니게 됐다. 이미 영화인들은 이번 정권 내내 공공연한 '블랙리스트'를 의심케 하는 불투명한 심사로 몸살을 앓아왔다.

    정부 비판적인 영화를 제작·배급해 온 한 영화계 관계자는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에 지원을 위해 작품을 낼 때, 일반적인 영화에서도 아예 내 이름을 빼고 낸다. 아니면 영상에서 우리 제작사 이름을 지워버리기도 한다. 위에 찍혔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혹여나 불이익이 갈까봐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고백했다.

    작품성이나 수상경력을 따져봤을 때 이전이라면 영진위 지원작으로 선정이 가능한 영화들이 미끄러지기도 부지기수다.

    만약 세월호 서명에 참여한 감독이 세월호 다큐를 만든다면 100%의 확률로 떨어진다는 '기묘한 결과'가 정설처럼 굳어지고 있다. 블랙리스트 카테고리 중 하나인 '세월호'를 다룬 영화들이 당연히 지원작 심사에서 좋게 보일 수 없다는 것이다.

    과거와 달리, 영진위는 현재 제작이나 마케팅 지원을 결정하는 심사위원 명단을 따로 공개하고 있지 않다.

    또 다른 독립영화 제작자는 "구두 검열을 당했다는 이야기는 계속 들려온다. 자연스럽게 창작자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검열 받은 당사자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누구에게 당했는지 말을 하지 않는다. 결국 뜬소문 같은 검열만 계속된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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