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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울려퍼진 'LG의 이병규' 추억·감동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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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울려퍼진 'LG의 이병규' 추억·감동에 빠지다

    'LG의 이병규'가 잠실에 돌아왔다. 8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과의 시즌 최종전에서 4회 대타로 나와 안타를 때리고 관중에게 인사하는 이병규 (사진=LG 트윈스)

     


    LG 트윈스는 인천에서 맞이한 2001년 프로야구 개막 2연전에서 SK 와이번스에 연거푸 졌다. 2000년 쌍방울에서 SK로 재창단해 8개 구단 중 최저 승률에 그쳤던 와이번스로서는 고무적인 결과였다. "강팀 LG를 이겼다"는 장내 아나운서의 흥분된 목소리가 도원구장 안에 메아리처럼 울려퍼졌다.

    당시 LG는 강팀의 이미지였다. 전신 MBC 청룡 시절을 지나 1990년 창단 첫해에 정상에 올랐고 유지현과 김재현, 서용빈 등 요즘도 회자되는 신인 3인방의 등장에 힘입어 1994년에도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우승과 인연을 맺지는 못했지만 1997년과 1998년 그리고 2002년에 한국시리즈에 오르며 꾸준히 정상에 도전했다.

    이후 LG의 암흑기가 시작됐다. 2002년 이후 2013년이 되기 전까지 한번도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했다. LG 팬들은 부진한 성적 이상으로 심적 고통이 컸던 기간이다. 전성기가 지난 1994년 신인 3인방과 '삼손' 이상훈 등 LG의 간판 선수들이 존재감이 약해졌거나 팬 입장에서는 마뜩잖은 이유로 팀을 떠나야 했던 시기다.

    이상훈과 신인 3인방으로 대표되는 LG의 전성기 시절과 그 이후 세대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적토마'로 불렸던 이병규다.

    1997년 데뷔한 이병규는 첫해에 3할타율을 기록하며 주축 타자로 발돋움했다. LG가 새로운 세대로 도약을 준비했던 암흑기 시절에는 홀로 타선을 이끌다시피 했던 간판 스타였다. 1999년에는 30홈런-30도루도 달성했다. LG 역사상 유일한 기록이다.

    그래서 LG의 오랜 팬들에게 이병규는 특별히 더 애틋한 존재로 기억된다.

    또 LG 유니폼을 입었던 선수들의 응원가 중에서 '엘~지의 이병규'를 외치는 이병규의 응원가만큼 강렬했던 노래도 드물다. 특히 2000년대 중반에는 목놓아 부르는 이병규의 응원가가 암울했던 LG 팬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창구 중 하나였다. 이병규가 주니치 드래곤스로 떠나 이진영이 그 응원가를 물려받을 때 팬 사이에서 찬반 의견이 엇갈리기도 했다.

    '엘~지의 이병규'가 오랜만에 잠실벌에 울려퍼졌다. 그 소리는 어느 때보다 컸다.

    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LG와 두산 베어스의 시즌 최종전.

    이날 경기를 끝으로 한국시리즈 1차전까지 한동안 경기가 없는 두산은 여러 선수들을 고르게 기용했다. 4회말 2사 1,2루에서 세번째 투수로 더스틴 니퍼트가 등판했다. 두산 팬들로 가득한 3루 관중석은 난리가 났다.

    LG의 이병규 (사진=LG 트윈스)

     



    3루의 뜨거운 분위기는 오래 가지 않아 1루 관중석으로 옮겨갔다. 오히려 더 뜨거워졌다. LG 덕아웃이 시끌시끌했고 관중 일부가 함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적토마' 이병규 대타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2군 일정이 끝난 뒤로 한동안 실전을 치르지 못했던 이병규는 본인의 뜻대로 주전 출전 대신 대타 출전을 하게 됐다.

    LG 팬들은 '오~ 이병규'를 외쳤다. 두산 팬들도 맞섰다. 이병규를 호명하자마자 니퍼트의 이름을 외치며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두산을 대표하는 외국인투수와 LG의 상징같았던 존재의 맞대결, 갑작스러웠지만 이보다 더 뜨거운 맞대결 카드가 또 있을까.

    이병규가 타석에 서자 '엘~지의 이병규' 응원가가 울려퍼졌다. 두산 팬들은 더이상 니퍼트의 이름을 외치지 않았다. 이병규 응원가가 잠실벌을 뒤덮었다. 이병규는 호쾌하게 방망이를 돌렸다. 특유의 배트 컨트롤은 여전했다. 타구는 유격수 키를 넘어 외야로 흘렀다. 깨끗한 안타. 함성 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 몇몇 두산 팬들도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타점은 올리지 못했다. 2루주자가 홈에서 아웃돼 이닝이 끝났다. 2루주자는 '작뱅'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작은' 이병규였다. '적토마'가 1루에 서서 팬들로부터 박수를 받을 기회는 사라졌다. 그래도 이병규의 표정은 밝아보였다.

    '적토마' 이병규를 생각할 때마다 속상한 마음을 느꼈던 LG 팬들이 많았다. 양상문 감독의 단호한 리빌딩 체제 하에서 이병규가 설 자리는 없었다. LG가 부진할 때 양상문 감독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컸던 이유다. LG는 결국 포스트시즌 진출을 해냈다. 사령탑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는 줄어들었지만 이병규를 보지 못한 팬들의 아쉬움은 시즌 막바지를 향할수록 점점 더 커졌다.

    이병규는 안타를 끝으로 교체됐다. 이병규의 2016시즌 처음이자 마지막 타석은 짧았지만 굵었다. 니퍼트를 상대로 안타를 때려내며 '적토마'의 가치를 널리 알렸다. 어쩌면 LG 유니폼을 입고 뛰는 마지막 타석일 수도 있는 순간까지 이병규는 이병규다웠다.

    8일 잠실에서 열린 LG와 두산의 2016시즌 최종전에서 시구를 한 '삼손' 이상훈과 시타를 맡은 '검객' 노찬엽 등 LG의 레전드들이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LG 트윈스)

     



    이날 시구와 시타는 특별했다. '삼손' 이상훈이 시구를, '검객' 노찬엽이 시타를 했다. 그리고 '적토마'의 호쾌한 안타까지. 4회까지 이미 스코어는 0-5. 승패가 뭣이 중한가. LG 팬들은 잠시 타임머신을 타고 추억과 감동을 한껏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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