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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사람들은 말하겠지, '2015년에 검열이 있었대' 하고"



공연/전시

    "미래 사람들은 말하겠지, '2015년에 검열이 있었대' 하고"

    [권리장전2016_검열각하 인터뷰 16] 극단 파수꾼, 이은준 연출

    예술계 검열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그래도 전에는 논란이 생기면 검열이 잦아들곤 했는데, 현 정부에서는 더욱 당당하게 자행됩니다. 분노한 젊은 연극인들이 반기를 들었습니다. 검열에 저항하는 연극제 '권리장전2016_검열각하'를 5개월간 진행하겠답니다. 21명의 젊은 연출가들이 총 20편의 연극을 각각 무대에 올립니다. 위축되지 않고, 당당하게 작품으로 자기들의 목소리를 내려는 연극인들의 이야기를 CBS노컷뉴스가 시리즈로 보도합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검열이 연극계 판을 분열시키고 있다”
    2. “비논리적인 그들의 검열 언어, 꼬집어줄 것”
    3. “포르노 세상에서 검열이란”
    4 “검열, 창작자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
    5. “검열을 '해야 된다'는 그들…왜 그럴까”
    6. “의심하고, 의심하고, 또 의심하라”
    7. “'불신의 힘', 검열 사태 이후 나에게 하는 살풀이”
    8. “갈수록 검열은 교묘해지고, 그들은 뻔뻔해지네”
    9. “그들은 우리 기억에서 '세월호'를 지우려 했다”
    10. “국가는 '이반 검열'에 어떻게 개입했을까”
    11. ‘대학로 삐끼’를 통해 느끼는 검열 현실
    12. '귀 밑 3cm 두발 자유'는 정말 '자유'였을까?
    13. 만약 '검열'이 내게 닥친 일이었다면, 내 선택은?
    14. “태어나면서부터 내재된 자기검열의 벽…균열 가해야”
    15. '극장은 술집, 관객은 손님, 배경음악은 금지곡'
    16. “미래 사람들은 말하겠지, '2015년에 검열이 있었대' 하고”
    (계속)

    극단 파수꾼, 이은준 연출. (사진=유연석 기자/노컷뉴스)

     

    파울 괴벨스(Paul Joseph Goebbels, 1897~1945). 독일 나치스 정권의 선전장관이었던 인물. 당 선전부장으로 새 선전수단 구사, 교묘한 선동정치로, 1930년대 당세 확장에 크게 기여했다. 국민계발선전장관 등으로 문화면을 통제, 국민을 전쟁에 동원했다.

    검열이라는 주제를 다루는 데 있어, 괴벨스만큼 적합한 인물이 있을까. 극단 이은준(37) 연출이 '권리장전2016_검열각하'의 '괴벨스 극장'을 들고 참여한다.

    대본은 최근 국내 연극계에서 가장 활발한 작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오세혁 작가가 썼다.

    무겁지 않게 검열을 다루고 싶었던 이 연출이 오 작가에게 대본을 부탁하자, 그는 단번에 '괴벨스 이야기를 하겠다'고 답했다.

    이 연출은 괴벨스의 이야기를 통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가 중첩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가 괴벨스가 살던 과거를 보며 ‘어떻게 저런 세상이 있었나’ 하겠지만, 먼 미래에 역사를 되돌아보면 우리가 그런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비칠 것 같다. ‘옛날 2015년에는 예술이 검열을 당했었대’ 하고."

    공연은 오는 8일부터 11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연우소극장에서 진행된다. 1만 원.

    다음은 이은준 연출과 1문 1답.

     

    ▶ 극단 ‘파수꾼’을 소개해 달라.
    = 파수꾼은 2014년 12월 결성됐다. 내 또래의 젊은 친구들이 모여 인간미를 잃어가는 세상에서 우리가 느껴야 할 정서를 지키자는 의미로 ‘파수꾼’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이번이 7~8번째 작품이다.

    ▶ 연극 ‘괴벨스 극장’은 어떤 작품인가.
    = 오세혁 작가가 대본을 썼다. ‘검열’ 이야기라고 하면, 무겁고 어렵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오 작가는 유머와 휴머니즘을 작품에 담는 분인데, 그에게 검열에 관한 작품을 부탁하자, 단번에 ‘괴벨스’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하더라.

    작품은 나치 시대의 괴벨스와 히틀러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하여 괴벨스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극중 극 형태로 진행된다.

    ▶ 오세혁 작가는 왜 괴벨스를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 괴벨스는 문학이나 연극에서 소재로 많이 쓰인다. 실존인물이기도 하고, 국민을 선동하고 검열한 인물이다 보니, 지금 우리 세상의 이야기와도 닮은 점이 있다. 오 작가는 나도 모르게 세뇌, 검열당하는 지금 우리 세상을 괴벨스 시대와 중첩시킬 수 있다고 본 것 같다. 아마 우리는 그 과거를 보며 ‘어떻게 저런 세상이 있었나’ 하겠지만, 나중에 먼 미래에 역사를 되돌아보면 우리가 그런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비칠 것 같다. ‘옛날 2015년에는 예술이 검열을 당했었대’ 하고.

    ▶ 괴벨스의 어린 시절 이야기는 어떤 내용인가.
    = 히틀러와 처음 만나던 순간, 다리를 절어 애들에게 놀림 받고 콤플렉스 때문에 공부를 열심히 했던 장면, 다리를 저는 게 하나님이 내린 벌이라고 생각하던 장면 등등. 황당하면서도 웃긴 장면인데, 지금 우리의 모습이 중첩될 것이다.

    극단 파수꾼, 이은준 연출. (사진=유연석 기자/노컷뉴스)

     

    ▶ 이번 페스티벌에 참여하게 된 계기 같은 게 있나.
    = 선배님들을 비롯해 다른 멤버들이 같이 하자고 권유해서 하기도 했지만, 그 전에 더는 이런 사태가 있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이런 자리가 있을 때 참여해서 목소리를 내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 본인이 검열을 당했다고 느낀 경험이 있나.
    = 그런 이야기를 다른 연출가들과 나누곤 하는데, 사실 당하는 순간에는 잘 모른다. 워낙 빅브라더 시대다 보니 스스로 의식 못하는 사이에 검열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주 사소한 것까지. 작품만을 얘기한다면, 스스로 검열하는 경우가 많다. 연출의 글을 쓸 때도 이런 표현을 써도 되나 하는 고민을 한다.

    ▶ 앞서 진행된 '권리장전2016_검열각하' 참가 작품들은 봤나. 어땠나.
    = 세 작품 정도 봤다. 검열에 대해 다양한 시각이 있구나를 느꼈다. 표현 방식도 소재도 다양하고, 겹치지를 않더라. 그런데 보면서, 예산 문제인지 공연 기간의 문제인지 다들 소품이 없더라.(웃음)

    ▶ 공연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해졌으면 하는 메시지가 있나.
    = 개인적인 건데, 연극계 검열에 대해 일반 시민들이 잘 모른다고 생각한다. 내 언니 같은 경우도 “너 뭐하는데”라고 해서 “우리 예술인들이 검열을 당해서, 검열에 저항하는 연극한다”고 하면 “그런 일이 있었냐”며 잘 모른다. 그만큼 예술이 많은 힘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그만큼 관심을 못 받으니 정부가 그냥 넘어가는 태도도 있지 않나 싶다. 시민들이 예술과 연극에 관심 가져 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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