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이자부터 입금'…대출 사기형 보이스피싱 급증



사건/사고

    '이자부터 입금'…대출 사기형 보이스피싱 급증

    (사진=부산경찰청 제공)

     

    시민들을 상대로 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수법이 기존의 사칭형에서 이른바 '대출형'으로 급격하게 바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홍보와 예방 활동을 강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수사 일선에서는 인력 부족 등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렸지만 높은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던 A(40·여) 씨는 지난 7월 문자 메지시 한 통을 받았다.

    '낮은 이자로 대환대출 1500만 원 가능. XX 캐피탈'

    A 씨는 싼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다는 기대를 품고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남성은 "지금 대출을 받은 대부업체 대출을 먼저 갚아야 추가 대출을 해줄 수 있다"라며 현금을 보내라고 요구했다.

    A 씨는 다급한 마음에 260만 원이라는 거금을 남성에게 보냈다.

    하지만 남성은 계속해서 '공탁금', '인지등록비' 등의 명목으로 돈을 요구했고 A 씨는 남성을 믿고 모두 587만 원을 송금했다.

    하지만 A 씨는 남성으로부터 "곧 대출금을 입금하겠다"라는 연락만 받았을 뿐 실제 대출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결국, 이 남성은 잠적했고 A 씨는 수백만 원의 빚을 더 떠안고 말았다.

    아이 4명을 키우며 어렵게 생활하던 B(29·여) 씨.

    생활비조차 마련하기 힘든 상황이 되자 전문 대부업체에서까지 돈을 빌려 썼지만 여전히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다.

    고민하던 B 씨는 지난 6월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개인대출' 광고를 보고 대출을 문의했다.

    B 씨는 '주점을 운영하는 자산가'로 자신을 소개한 남성으로부터 "300만 원을 바로 빌려줄 테니 선이자 30만 원을 먼저 송금하라"는 제안을 받는다.

    남성이 현금을 쌓아놓은 사진과 명함까지 보내오자, B 씨는 이를 믿고 급하게 마련한 돈 30만 원을 송금했다.

    하지만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

    B 씨는 대출금은 커녕 남성에게서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고 어렵게 구한 30만 원을 그대로 날렸다.

    ◇ 전화금융사기 저신용자 대상으로 한 '대출 사기형'으로 급변

    서민들을 대상으로 한 대표적인 사기 행각인 '전화금융사기' 형태가 바뀌고 있다.

    사법·금융기관을 사칭해 수백~수천만 원의 거금을 뜯어내던 '기관 사칭형' 사기 수법이 줄어든 반면 이처럼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이른바 '대출형' 사기 수법은 급증했다.

    부산지방경찰청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발생한 대출형 전화금융사기는 47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47건에 비해 100건 이상 증가했다.

    반면 기관 사칭형 사기는 95건으로 지난해 339건에 비해 70% 이상 큰 폭으로 감소했다.

    전체 전화금융사기 중 대출형이 차지하는 비율도 지난해 50.5%에 비해 큰 폭으로 올라 올해 69%를 차지하는 등 대다수 전화금융사기가 이 같은 '대출형'으로 바뀌는 추세다.

    게다가 기존의 기관 사칭형과 달리 피해 금액이 소액이라 신고하지 않거나 개인정보 등을 이용해 협박을 일삼는 사례도 일어나고 있어 실제 피해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 경찰 '맞춤형' 예방 활동 중점…일선에서는 '근본적인 대책 필요' 목소리도

    경찰은 최근 '대출형 사기'가 급증하자 유형·대상별 맞춤형 예방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부산경찰청 제공)

     

    경찰은 대출형 사기의 경우 대부분 상황이 어려운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삼기 때문에 피해자로서는 속아 넘어갈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부산지방경찰청 관계자는 "경기가 나빠지며 저신용자 등 형편이 어려운 서민들이 큰 피해를 겪고 있다"라며 "특히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낮은 이자로 손쉽게 대출을 해준다는 유혹에 쉽게 속아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달부터 이달 말까지를 '전화금융사기 피해예방 집중 홍보 기간'으로 정하고 대상별 맞춤형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자들이 직장인과 자영업자, 여성과 노인 등 범행 대상을 세분화하는가 하면 그 수법도 교묘해지고 있어 맞춤형 예방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라며 "이 때문에 각 계층을 대상으로 동영상이나 리플릿, 언론 매체 등을 다양한 수단을 이용한 범죄 예방 캠페인에 주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선에서는 이 같은 추세에 비해 여전히 인력은 턱없이 부족해 수사와 검거에 어려움을 겪는 등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 일선 경찰서 관계자는 "범죄자들은 여전히 대포폰이나 대포통장을 이용해 추적을 피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경찰 인력 등 자원은 한정되어 있다"라며 "게다가 하루에도 2~3건의 대출 사기 피해가 접수되는 등 점차 범죄도 증가하는 상황이라 제한된 인력으로 이를 모두 수사하는 데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지속적인 예방 홍보활동과 함께 범죄자를 조기에 검거하고 엄격하게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