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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간 1000대 선풍기 기부천사 "인터뷰는 뭐할라꼬"



사회 일반

    9년간 1000대 선풍기 기부천사 "인터뷰는 뭐할라꼬"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임은갑 씨 (부산 선풍기 천사)

    어제 '화제의 인터뷰'에서는 냉수 천사를 소개해 드렸죠. 한 아파트 주민이 택배기사나 경비원분들을 위해서 얼린 생수를 기부하고 있다는 사연이었는데 들으시고 많은 청취자들이 '오랜만에 시원한 인터뷰였다'라며 반가워하셨습니다.

    그래서요 이런 시원한 뉴스, 좋은 뉴스가 또 없을까? 저희가 좀 찾아봤습니다. 그랬더니 어제의 냉수천사만큼이나 따뜻하면서 시원한 분이 또 계시더군요. 9년 동안 무려 1000대의 선풍기를 어려운 이웃들과 나눈 선풍기 천사를 찾았습니다. 이분은 선풍기 천사세요. 부산에 사시는 임은갑 씨, 오늘 화제 인터뷰에서 연결해 보죠. 임 선생님, 안녕하세요?

    ◆ 임은갑> 반갑습니다.

    ◇ 김현정> 별명이 '선풍기 천사', '선풍기 아저씨'세요?

    ◆ 임은갑> 네. (웃음)

    ◇ 김현정> 아니, 9년 동안 기부한 선풍기가 1000대면 이걸 다 자비로 사신 거에요?

    ◆ 임은갑> 네. 제가 자비로 사야죠.

    ◇ 김현정> 새 선풍기를요?

    ◆ 임은갑> 아, 아니요. 버려지는 선풍기를 삽니다.

    ◇ 김현정> 아, 그런데 버려진 거면 대부분 고장 난 거잖아요?

    ◆ 임은갑> 고장났죠. 못 써서 버리는 거죠.

    ◇ 김현정> 그런데 그걸 어떻게 기부합니까, 고장 난 걸?

    ◆ 임은갑> 좀 쓸 만하다 싶은 걸 고물상에서 사서요. 선풍기 목이 부러진 거, 아니면 날개 깨진 거, 아니면 외부망 깨진 것들이 있으면, 고물상 선풍기 한 3대 정도면 1대를 만들 수가 있어요. 같은 메이커끼리는요.

    ◇ 김현정> 아, 선풍기 3개를 고물상에서 사와서, 날개 부러진 선풍기에다가 날개 멀쩡한 것 갈아끼우고 이렇게 저렇게 조립을 하면 한 대는 나오는거군요? (웃음)

    ◆ 임은갑> 네. 그렇죠.

    ◇ 김현정> 아니 그러면 선풍기 수리법 같은 걸 어디서 배우신 거예요?

    ◆ 임은갑> 옛날에 젊었을 때 직장 생활을 할 때 그쪽으로 일을 조금 했었어요.

    ◇ 김현정> 처음부터 '내가 선풍기 고쳐서 기부해야겠다' 이렇게 시작하신건 아니라고요?

    ◆ 임은갑> 네. 처음에는 그건 아니었어요. 그거 한 대 없어가지고 옛날에는 많이 사러 다니고 안 그랬습니까?

    ◇ 김현정> 그랬죠. 고물상 선풍기보면서 저 귀한 걸 왜 버리나 아까워서 고치기 시작했던거군요?

    ◆ 임은갑> 네. 그런데 어느 날 지나가는 할머니, 파지 줍는 할머니들이 계시더라고요. 그 할머니들을 보고, 할머니한테 '날씨 더운데 선풍기 한 대 드릴까요?' 그러니까 고마워하시더라고요. 그것이 계기가 돼 가지고 이렇게까지 오늘까지 온 겁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그렇군요.

    ◆ 임은갑> 나눠주다 보니…. 기초수급자분들도 그렇고, 이런 분들은 선풍기 나눠드리면 좋다고 이야기하지 않으십니까?

    ◇ 김현정> 그렇게 해서 시작한 것이 9년째, 1000대 넘게 기부를 하신 거예요. 그분들 중에 제일 좀 기억에 남는 분이 계세요?

    ◆ 임은갑> 제가 성함은 잘 모르겠는데요. 집도 밀집된 곳에 있는 게 아니고, 조금 떨어진 지역인데요.

    ◇ 김현정> 좀 외진 곳이에요?

    ◆ 임은갑> 네. 좀 외진 곳인데. 슬레이트 집에 장애가 있으셔서 누워서 생활하는 분이 계시더라고요. 그 분…. 좋다고야 표현을 하시겠습니까? 그렇지만, 제가 직접 갖다드렸었는데 그 분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 김현정> 그러셨어요. 누워 계시는 분이니까 일어서서 물 떠다주면서 고맙다, 악수하고 이렇게는 못 하셔도 그냥 그분의 눈빛이 기억나시는 거네요?

    ◆ 임은갑> 네. 그렇죠. 또 경로당에 제가 직접 갖다드리고 했는데 그게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21년동안 자영업을 했거든요.

    부산 선풍기 천사 임은갑 씨. (사진=부산 괴정동 주민센터 제공)

     

    ◇ 김현정> 자영업은 무슨 일을 하세요? 기계 관련된 일 하세요?

    ◆ 임은갑> 원래는 내가 음식점 했어요.

    ◇ 김현정> 아, 음식점 하시는 분이세요? 무슨 식당이요?

    ◆ 임은갑> 횟집을 했었죠, 횟집.

    ◇ 김현정> 아니, 그러면 횟집을 하면서 사실은 여러 가지 신경 써야 될 것도 많은데요?

    ◆ 임은갑> 여름은 횟집은 좀 비수기입니다.

    ◇ 김현정> 아, 그렇군요. 사실 이게 선풍기 1대 고치려면 시간도 꽤 들잖아요?

    ◆ 임은갑> 여러 대 수리를 하다보니까요. 이건 딱 보면 기다, 아니다 하는 게 이제는 나오지 않습니까? (웃음) 딱 보면 압니다.

    ◇ 김현정> 딱 보면 아세요? (웃음)

    ◆ 임은갑> '아 이건 수리해도 되겠다, 안 되겠다. 가져가 봤자 쓰레기뿐이 안 된다.' 고물상에서 보기만 해도 딱 눈치가 나온다 아닙니까. (웃음) 딱 보면 압니다.

    ◇ 김현정> 견적이 딱 나와요 그냥? 선풍기 박사님이시네요.

    ◆ 임은갑> 네. 그래서 30분 이내면 다 됩니다.

    ◇ 김현정> 그래도 이게 고물상을 돌아다니면서 찾고 사오고 고치고 이게 다 정성이거든요. 시간도 많고 돈도 많고 이런 분도 아니고 그야말로 우리네 소시민, 횟집 하시는 분이….

    ◆ 임은갑> 돈이 많은 것 같은면 내가 새 거 사드리죠. (웃음) 그런 것도 아니고, 선풍기가 진짜 좋은 거 아닙니까? 그렇죠?

    ◇ 김현정> 그럼요. 필요한 분들한테는 정말 귀한 거죠.

    ◆ 임은갑> 그래서 이제 앞으로 제가 볼 때는 갈수록 열대야 현상이 생깁니다. 선풍기는 꼭 없어서는 안 될 물건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선생님, 제가 어제는 냉수 기부 하시는 냉수 천사를 만났는데. 이분도 떡집하시는 사장님이었어요. 본인도 힘들고 떡 배달하면서 땀 흘리고 하는데도 하루에 1만 원씩을 들여서 생수 30통을 사다가 나누는 분이셨거든요. 우리 사장님도 횟집하시면서, 사실은 뭐 그렇게 넉넉지 않은데도 이렇게 사람들과 정을 나누는 모습 보니까 더 마음이 시원해집니다.

    ◆ 임은갑> 아, 감사합니다.

    ◇ 김현정> 그런데 처음엔 인터뷰 안 하겠다고 왜 사양하셨어요?

    ◆ 임은갑> 인터뷰하자고 하고 촬영하자고 하고 이러니까 부끄럽기도 하고요. (웃음) 사실, 내가 무슨 좋아서 하는 건데, 좋아서 하는 건데 그걸 굳이 알리려고 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 나 혼자 생각에.{RELNEWS:right}

    ◇ 김현정> 그러셨군요. 그래도 출연 잘하셨어요. 출연하셔야 많은 분들이 감동받아서 따라합니다.

    ◆ 임은갑>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앞으로도 좋은 일 좀 많이 해 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건강하시고요. 고맙습니다. 어제 '냉수 천사'에 이어 오늘 '선풍기 천사' 임은갑 씨 였습니다.

    [김현정의 뉴스쇼 프로그램 홈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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