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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팽목항서 멍하니 2년 4개월…'유가족'이 꿈입니다"



인권/복지

    [영상] "팽목항서 멍하니 2년 4개월…'유가족'이 꿈입니다"

    세월호참사 846일, 팽목항에 남겨진 미수습자 가족

    팽목항(진도항)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단원고 미수습자 허다윤 양 엄마 박은미 씨 (사진=김광일 기자)

     

    세월호 참사 846일째. 전남 진도 팽목항(진도항)에는 아직 돌아오지 못한 '미수습자'들을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들이 남겨져 있다.

    최근 선체 인양의 본격적인 첫 관문인 선수들기 작업이 성공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들의 바람은 오직 바닷속에 있는 가족을 찾아 '유가족'이 되는 것이다.

    ◇ 폭염 속 '에어컨'도 미안할 따름

    전남 진도군 팽목항(진도항)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를 위해 마련된 거처 (사진=김광일 기자)

     


    "평일엔 이제 팽목항에 아무도 없어요. 저랑 다윤 엄마는 둘이 앉아서 은화가 이뻐요, 다윤이가 이뻐요 하고 낄낄대다가, 모기 몇 방 물렸냐, 피가 뜨거워서 많이 물렸네 하다가, 등대 가서 서럽다고 울고, '내가 왜 여기 와있지?' 하면서 울어요. 눈으로 본 게 아무것도 없으니 아직도 애가 여행 간 것만 같아요." (은화 엄마)

    단원고 조은화, 허다윤 양 부모 등 미수습자 가족 일부는 본격적으로 인양 작업이 시작된 지난 3월부터 팽목항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일과는 그저 밥 먹고, 잠자고, 멍하니 앉아 있다, 등대가 있는 방파제로 슬금슬금 걸어가 눈물 흘리고 오는 일뿐.

    최근 CBS노컷뉴스 취재진과 만난 은화 엄마 이금희(46) 씨와 다윤 엄마 박은미(46) 씨는 "우리 시간은 2014년 4월 16일에 멈춰있다"며 "비참하지만 이곳에서 우리는 그저 '개돼지' 보다 못한 상태로 있다"고 자조했다.

    이런 가운데 은화 엄마는 최근 공복혈당이 정상수치의 2배를 넘어섰다. 다윤 엄마의 경우 희귀난치병 '신경섬유종' 증세로 인해 어지러움증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 자신들의 병세는 안중에도 없다. 폭염 속 '에어컨을 켜는 일'조차 차가운 물 속에 있는 아이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 미수습자 '뒷전' 취급에 섭섭 "인양이 답"

    세월호 선체 인양 작업을 위한 바지선이 떠 있는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와 병풍도 사이 맹골수도 (사진=김광일 기자)

     


    "교통사고가 나도 차에 있는 사람을 먼저 찾아 구하고, 그리고 나서 왜 사고가 났는지 조사하잖아요. 세월호도 마찬가지예요. 인양해서 사람 먼저 찾고 사고 원인을 규명해야죠." (다윤 엄마)

    인양은 미수습자 가족들이 시신을 수습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이들은 하루빨리 소박한 소원을 이루고 다음 단계로 유가족들처럼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싶어 한다.

    그러다 보니 유가족과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외치는 동안, 팽목항은 고립되고 미수습자 구조는 뒷전으로 밀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지난 2014년 제정된 세월호특별법에 인양이나 미수습자 구조가 명확하게 담기지 못했다는 점에 일부 미수습자 가족들은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은화 엄마는 "그동안 미수습자 문제가 뒷전이 된 것 같아 견딜 수 없이 힘들었다"면서도 "다만 인양은 미수습자 가족이 가족을 찾기 위해서도, 유가족이 진상규명을 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 "은화·다윤이 다음 생일엔 목포신항에 있기를"

    팽목항(진도항) 등대 앞에 선 단원고 미수습자 허다윤 양 아빠 허흥환 씨와 조은화 양 아빠 조남성 씨 (사진=김광일 기자)

     


    동갑인 은화와 다윤이는 같은 학교에 다니면서도 서로 몰랐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부모들은 지난 2년 동안 동고동락하면서 '베프(베스트 프랜드)'가 됐다.

    이들이 "성격도 취향도 이렇게 다른데 무슨 베프냐"며 너스레를 떨면서도, '척하면 척' 서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건 무엇보다 처한 상황이 같기 때문.

    조만간 10월 초가 되면 은화와 다윤이는 생일을 맞게 된다. 은화·다윤 엄마는 10월엔 목포신항에서 인양된 세월호를 바라보며 아이들의 생일을 맞고, 첫눈 오기 전까진 안산으로 돌아가길 기대한다.

    때론 혹여나 아이의 시신을 못 찾으면 어쩌나 하고 두려움에 떨기도 하지만 끝까지 포기할 수 없다. 이들은 엄마·아빠고, 아이들이 마지막 순간 불렀을 이름이기 때문이다.

    "9명 중 1명이라도 못 찾으면 어쩌나, 그게 혹시 우리 다윤이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이 있어요. 가끔 밤에 자다가 뒤척이며 깰 때면 그런 생각이 들어요…. 다윤아, 그래도 엄마가 꼭 찾아줄게. 조금만 기다리면 엄마가 꼭 찾아줄게. 내 딸 사랑해 그리고 미안해."

    "어젠 엄마 생일이었는데 은화가 꿈에도 안 나타나서 엄마가 너무 아팠어. 생일이면 안경도 맞춰주고 화장품도 사주던 너였는데…. 은화야, 정말 보고 싶어. 엄마가 못 견디겠다. 엄마가 얼마나 여기서 널 기다려야 될지 모르겠지만 1분 1초라도 빨리 너 데려오도록 최선을 다할게. 나는 엄마니까. 꼭 찾아줄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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